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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와 합의를 권한 판사는 누구인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⑧] 옥시와 합의한 피해자의 눈물

옥시와 김앤장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원인 미상 간질성 폐 질환을 일으킨 범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했을 때 사건의 실체와 위중함을 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 피해자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며 그에 따른 엄청난 액수의 손해 배상을 해야 했기에 그 파장을 줄이기 위해 김앤장과 전략을 짰다.

돈이면 양심도 팔 수 있는 일부 청부 과학자를 동원하고 완벽할 수 없는 정부 역학 조사 과정의 자그마한 흠결이라도 드러내 과대 포장함으로써 민사 소송에서 원고, 즉 피해자 쪽을 압박하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진실 공방을 지루하게 벌이고 독성학과 역학, 실험 연구 과정에 대해 잘 모르는 원고 쪽 변호사와 피해자를 몰아세우다 적절한 시점에서 화해를 한다는 게 그들의 노림수였다.

그들은 이 사건이 검찰의 수사로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2012년 검찰이 피해자 쪽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기소 중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사건을 기소 중지하여 수사를 하지 않고 방기하자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다고 여겼다. 옥시 쪽뿐만 아니라 피해자들과 환경 시민 단체 활동가도 비슷한 판단을 할 정도였으니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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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김앤장의 노림수, 비수가 돼 자신을 겨냥하다

하지만 느닷없이 태도가 돌변한 검찰이 4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올해(2016년) 초 본격 수사를 벌였다. 수사 일부 내용이 흘러나와 언론에 집중 보도되자 그동안 이 문제에 관심이 없던 시민들도 거세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옥시와 김앤장이 계획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자신들이 확실하다고 보았던 기막힌 묘수는 판을 완전히 망치는 악수로 변했다. 노림수는 자신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비수가 됐다.

옥시레킷벤키저의 CEO와 고위 간부, 연구소장 등 많은 사람이 구속되거나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영국 본사 임원까지 수사를 한다고 하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든 형국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옥시가 판매하는 각종 세제를 비롯한 생활용품과 함께 인후염 치료제 스트렙실,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개비스콘 등 옥시를 떠받드는 효자 노릇 했던 제품들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매 운동으로 호된 서리를 맞고 있다. 사면초가다. 위기다.

옥시의 꼼수 부리기는 자신들의 회사뿐만 아니라 이런 지저분하고 부도덕한 판에 끌어들이지 않았더라면 대학에서 학생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을 교수들까지 파국으로 몰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 교수들에 대한 국민의 인식 또한 좋지 않게 됐다.

정부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 5년간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 소극적 대응과 조치를 했던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행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라 비판받고 있다. 검찰도 늑장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는 사건 발생과는 무관한 박근혜 대통령도 소극적인 사후 처리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쯤 옥시는 옥시대로 진작부터 사건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죄하고 충분한 배상할 걸 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옥시가 일찍부터 그랬더라면 불똥이 정부에까지 튀지 않았을 것인데"라며 옥시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청부 연구를 바탕으로 한 변론으로 합의 전략 구사 성공

청부 연구를 바탕으로 한 피해자 쪽 압박은 옥시와 김앤장이 기획하고 계획한 바대로 매우 기막히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옥시 싹싹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폐 손상 피해를 입어 정부에 이를 신고한 뒤 정부한테서 인과 관계가 거의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을 받은 1, 2단계 피해자 가운데 대다수는 옥시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에서 끝까지 재판을 하지 않고 중간에 소송을 포기한 뒤 합의금을 받았다.

지금 이들 가운데는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해자들은 옥시에서 받은 합의금 액수를 절대 누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개별적 합의금에 대한 정확한 액수를 알기는 어렵지만 사망자의 경우 대략 1~2억 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분위기 속에 만약 합의를 했더라면 적어도 이보다 1~2억 원 정도는 더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분명 상당할 것이다. 옥시와 김앤장의 노림수에 피해자들이 말려 든 것이다.

1인당 1억 원 씩만 더 적게 주어도 만약 옥시 피해자가 100명이면 100억 원, 200명이면 200억 원이 된다. 옥시가 김앤장에게 얼마의 변호 비용을 주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수십억 원이 될 것이다. 또 서울대학교와 호서대학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에 준 연구비와 호서대 유일재 교수에게 건넸다고 하는 전문가 의견서 비용 1억여 원 등을 모두 합쳐도 100억 원에는 훨씬 못 미친다.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옥시로선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옥시 소송이 여러 갈래로 나눠져 개인 변호사 또는 자그마한 로펌이 맡아서 김앤장을 상대할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환경 시민 단체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잘 아는 전문가, 법률가 사이에서 일찍부터 있었다. 뿔뿔이 흩어져 대응하면 결국 김앤장과 옥시의 전략에 휘말려 제대로 된 피해 배상을 받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옥시와 합의한 피해자들은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개인적 고통이 심하고 가계가 어려운 이들은 자신들이 돈을 주고 사건을 맡긴 변호사, 재판부 등이 합의 후 소송 취하를 주장하는 옥시의 요구에 응하도록 조언하고 유도하는 바람에 대부분 건너서는 안 될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지금은 대부분 후회하고 분노하고 있다.

소송 합의한 옥시 피해자 뒤늦게 후회의 눈물


지난 5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가습기 살균제 사건 대책 특별위원회의 피해자 간담회 자리에서 옥시 쪽과 합의한 피해자 몇몇은 울먹이며 "화학 물질의 독성이나 인과 관계 연구 등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는 소송에서 질 수도 있다며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변호를 맡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리 쪽 변호사의 말과 합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사의 권유를 뿌리칠 힘이나 판단력이 부족했다"며 이에 대한 조사도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피해자 재판 합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 또한 조만간 낱낱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청문회에서 재판부나 원고 쪽 변호인 등의 판단이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도 속 시원히 풀어야만 조기 합의에 응해준 자신을 원망하는 피해자들의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합의 자체가 원천무효가 될 수도 있을 터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기업이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과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을 벌이는 최고의 타짜가 되더라도 언젠가는 그 속임수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교훈을 우리 사회에 던져주었다. 노림수가 통하는 사회는 위험사회이다. 이런 수가 통하지 않는 사회, 정석이 통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진 2011년부터 피해자 실태와 사건의 원인 등에 대한 수십 편의 글을 6년째 기고해왔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백서> 총괄편집인을 맡았으며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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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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