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얄궂다. 전두환 정권 2인자의 딸과, 전두환 정권에 의해 고문을 당했던 김문수 후보(대구 수성갑)가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 4일에 이어 7일에도 김문수 후보 선거 사무소를 찾았다. 김 후보는 사전 보도자료까지 내며 노 관장의 선거 지원을 홍보하고 있다.
김 후보는 1986년 5월 3일 인천시민회관 앞에서 '반 전두환' 1만 시위대를 조직했다. 이른바 5.3인천민주화운동이다. 전두환 정권은 김 후보를 국가보안법 및 소요죄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전두환 정권의 2인자인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위원은 "인천 사태 때 다수의 전경을 포함한 경찰이 극렬 좌경 학생들에게 뭇매를 맞은 것은 정부가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민정당으로서는 정부 측에 공권력을 법의 원칙에 입각해 행사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민정당은 이에 따라 "좌경 세력의 폭력 혁명 노선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 없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채택했다. 그래서 구속된 게 김 후보다.
이후 노태우는 1987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대대적인 '좌경 척결' 및 '공안 몰이'에 돌입한다. 감옥에서 나온 김 후보는 당시 이재오, 장기표 등이 주축이 돼 1990년 창당한 민중당에 창당 멤버로 들어갔다. 민중당의 목표가 '6공(노태우 정권) 심판'이었다.
지금 김 후보는 노태우의 딸이자 SK 그룹의 '정서적 지분' 절반을 소유한 재벌가 인사, 노소영 관장의 지원을 받아 선거를 치른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 이후, SK가 오늘날 국내 3위의 재벌로 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뒷배에 노태우 정부가 있었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지금 노태우 일가가 시끄러운 이유는 또 있다. 노 관장의 오빠이자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현 씨가 역외 탈세 의혹으로 국세청 조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 관장 본인도 집안 사정이 복잡하다.
그런 상황임에도 노 관장은 김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대구가 교육열이 강하다고 들었고 저도 20년 가까이 교육과 관련한 일을 해 그런 쪽으로 도움이 될까 생각하고 있다"며 "예술과 기술이 접목되는 창의교육센터를 이 지역에 하나 열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재벌 기업 일가로부터 '교육센터' 유치를 약속 받은 셈이다.
경북 영천 출신인 김 후보는 대구 출신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교(경북고) 선후배 관계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노 관장 가족 전체가 저하고 관계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 선후배라는 점 빼고도 관계가 많긴 하다. 군부 독재 세력인 노 관장의 부친에 대항해 한때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였으니까.
노 관장의 지원이 김 후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지, 선거 결과를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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