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현 대표는 알바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20대 때는 택배, 세차장, 이삿짐 센터, 공사장, 시장에서 물건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30대 들어서는 장애인 교육권 연대와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 연대에서 활동하다가 알바 노조 위원장이 됐다.
장애인 단체에서는 왜 일했느냐고 물어보니, "아버님이 어릴 적에 산재를 당하셔서 한 쪽 다리가 불편하셨는데, 나는 유년기에 아버지랑 같이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버지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장애인 단체에서 일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 '웃프게' 들렸다. "마침 알바하던 회사가 망해서요."
알바노조 위원장일 때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구교현 위원장은 하루에 배달 일 '투잡'을 하는 30대 또래 친구를 꼽았다. 하루 14시간씩 낮에는 햄버거를 배달하고 밤에는 치킨을 배달하던 사람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물어보니 통닭집을 차렸다가 망했다고 한다.
"그 분이 통닭집을 하다가 망했대요. 옆집과 앞집에 통닭집이 생겨서 다 같이 망했다고. 고스란히 빚만 남아서 하루 14시간이 아니라, 더 일할 수 있으면 해야 빚 갚고 산다고 하더라고요. 꿈이 뭔지 물어봤는데 '다시 통닭집 차리기'래요. 배달 일이 힘들거든요. 여름에 힘들고 겨울에 위험한데, 이 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싶지 않은 거예요. 다칠 것 같으니까. 배달 일에서 벗어날 길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밖에 없는 거예요. 악순환이죠."
알바노조 위원장이었던 그는 2015년 9월 노동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왜 정치하려고 결심했냐고 물어보니, "알바 노동자들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려면 뭉쳐야 하는데, 사업장과 고용주가 계속 바뀌는 아르바이트의 특성상 근로조건을 바꾸기가 쉽지 않더라"라고 했다. 최저 임금도 올리고, 비정규직 제도도 바꿔야겠는데, 그러려면 정당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노동당 활동이다. 그는 정당 조직을 통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담아내겠다고 했다.
노동당은 당명답게 대표 공약이 '최저임금 1만 원법', '5시 퇴근법', '기본 소득' 등 노동 공약이다. 세 공약은 서로 연결된다. 노동 시간을 줄이려면 최저 임금을 올려야 하고, 임금 외 기본 소득을 도입하는 종합적인 설계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교현 대표는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를 늘릴 대안은 노동 시간 단축밖에 없다"면서 "노동 시간 단축은 청년이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라고 부연했다.
구교현 대표는 오는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2번이 됐다. 이번 총선의 목표는 당연히 비례대표 원내 진출이다.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은 독특한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4월 13일에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4월 13일에는 택배, 배달, 편의점 이용 등을 멈추자는 캠페인이다. 다음은 구교현 대표와 한 일문일답이다.
프레시안 : 왜 노동당을 찍어야 하나? 녹색당, 정의당과의 차이가 무엇인가?
구교현 : 녹색당과 다른 점은 주력하는 영역이다. 노동당에도 녹색 정책이 있고, 녹색당에도 노동 정책이 있기는 하지만, 정당의 여력이 그렇게 크지 못하기 때문에 집중하는 과제가 다르다. 녹색당은 탈핵, 생태가 중심 과제이고, 당원도 그런 운동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는 노동 문제 중심이고, 당원으로 노동조합 활동가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관련 기사 : 노동당·녹색당, 기본 소득 공약 차이는?)
정의당은 야권 연대를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는 정당인데, 우리는 야권 연대는 진보 정당이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권 연대를 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정당의 차이가 사라진다. 야권 연대가 진보 정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나는 진보 정당이 넘어서야 할 벽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본다. 새누리당은 계급적인 요구를 하고 계신 분들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본질을 흐린다.
프레시안 : 정당 간 정책 연대도 반대하나?
구교현 : 아니다. 정책 연대는 오히려 해야 한다. '최저 임금 1만 원', '기본 소득 연대'도 해야 한다. 그래야 의제도 확산시킬 수 있다.
우리는 당 대 당 협상을 통해 선거구를 나눠가지는 방식의 선거 연대에 반대한다. 선거 때 그렇게 연대하면 일상 시기에 더불어민주당을 제대로 비판하고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단, 지역구 차원에서 후보끼리 단일화 논의는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당 대 당 야권 연대를 해서라도 원내에 한 석이라도 진출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구교현 : 몇 석이라도 의석을 확보하려는 목표가 있다면, 소선거구 제도 하에서 야권 연대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일대일 구도가 안 만들어지니까. 그게 정의당이 가는 길이다. 문제는 그렇게 의석을 차지해도 야권이 제1 야당의 하위 파트너가 된다는 점이다. 힘이 대등하지 않은데, 하위 파트너를 못 벗어난다. 다음 총선에서도, 그 다음 총선에서도. 그러면 더불어민주당이 교섭 단체를 실현할 정도로 의석을 안 준다. 그래서 야권 연대에 기대기보다는 근본적으로는 진보 정당의 기반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으로서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지만.
프레시안 : 야권 연대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에 좋은 일을 했다"고 비판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구교현 :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노동당의 책임은 없나? 노동당도 책임이 있다. 노동당이 자기 의석을 확보할 힘이 없는 것도 노동당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이다. 그렇기에 일상적인 연대 활동과 일정한 공동의 정치적 대응이 있었던 개별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된다면, 그런 길은 열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비례대표 2번 후보로 출마했는데, 총선을 앞둔 전략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구교현 : 노동당은 당연히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목표다. 최저 임금 1만 원이나 노동 시간 단축, 재벌 증세 같은 노동계에서 하는 요구들을 받아서 사회화하려고 한다. 노동당의 역할은 노동 의제 실현이다. 노동계의 스피커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노동당은 노동조합으로 묶인 노동자들이 아니라, 절대 다수의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을 대표하고자 한다. 불안정 노동자를 정치적으로 대표하기 위해서 노동계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노동당이 알바노조 위원장 출신인 나를 대표로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구교현 : 4월 13일에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표일이 휴일이 아니다. 오히려 손님 많은 대목이다. 그래서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 택배나 배달은 4월 13일에 하지 말고 미루자. 마트나 편의점에 갈 일이 있어도 전날에 미리 다녀오자는 캠페인을 하고 싶다. 그러면 비정규직이 투표하게 해줄 수 있느냐?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우리가 공동체 일원으로서 노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요즘 투표 독려만 광고하는데, 편의점 알바 노동자가 그 광고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들겠나? '나는 이 사회 공동체에서 벗어난 존재인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하는 데는, 이를테면 법이나 제도 개선, 나쁜 사용자를 처벌하라는 요구도 중요하겠지만, 공동체 일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노력도 해야 한다. 그래야 비정규직 노동자와 최소한 소통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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