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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왜 전세계 '알바'의 타깃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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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왜 전세계 '알바'의 타깃이 됐나?

[토론회]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왜 불가능한가?

"처음에 우리가 '15달러를 위한 투쟁'을 주장할 때, 다들 '미쳤다'고 했다. 노조 밖에서 뿐 아니라 노조 안에서도 그랬다."

15달러. 한화로 1만7500원. 뉴욕시에서 처음 '15달러를 위한 투쟁(Fight for $15)'이 벌어졌던 2012년 12월 당시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였다. 이를 두 배나 올리자는 요구였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42%가 당시 시간당 15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한국을 찾은 국제서비스노조연맹(SEIU)의 니콜라스 러디코프 전략사업담당자가 "물론 과감한 요구였다"고 회고한 이유다. 불가능해 보였던 이들의 주장은 '현실'이 되는 중이다. 비록 단계적 인상이긴 하나, 뉴욕과 LA 등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법이 확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고,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오는 11월 같은 내용의 법에 대한 주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무모해 보였던 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꿈'은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었을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 노동계의 상상도 현실이 될 수 있을까?
2008년부터 '15달러 캠페인'을 준비하고, 실제 미국 전역에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끌어 낸 SEIU의 경험을 통해, 한국 노동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1만 원 요구'의 실현 가능성을 짚어 보는 자리가 24일 마련됐다.

"美 패스트푸드 노동자 40%는 40세 이상이고 20세 이상 노동자의 32%는 자녀가 있었다"

러디코프 씨는 이날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최저임금 15달러 운동에 대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통해 SEIU가 패스트푸드 노동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과 '15달러 캠페인'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SEIU는 2008년부터 정의로운 경제를 위한 투쟁을 준비해 왔고, 그 일환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산업별 분포 실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바로 패스트푸드 노동자였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보다 훨씬 더 탈산업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고 대졸 미만 학력의 노동자가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서비스업, 그 가운데서도 패스트푸트 매장이나 유통산업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전 조사를 토대로 SEIU는 전세계 민간부문 사용자 중 월마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맥도날드에 집중해 구체적인 실태조사에 다시 들어갔다. 러디코프 씨는 "결과를 보니 우리의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상식적 예측과 달리, 패스트푸드 조리사 및 캐셔의 40%가 40세 이상이었다. 그리고 20세 이상의 패스트푸드 노동자 중 32%는 부양해야 하는 자녀가 있었다. 그는 "그럼에도 임금은 이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치 않았고, 이는 가구의 구매력을 저하시키고 전반적인 경기 후퇴를 유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사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패스트푸드 노동자 뿐 아니라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난 등의 문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6030원은 2014년 기준으로 봐도 미혼단신 노동자 생계비의 81% 수준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최저임금 노동자가 2~3인 가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최저임금은 이미 임금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노동계의 주장이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한 가지다. 바로 당사자의 직접 행동 여부였다. 뉴욕시에서 일하는 패스트푸드 노동자 200여 명은 2012년 12월 파업을 하고 거리로 나왔다.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파업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듬해인 2013년 8월에는 100여 개 도시에서 맥도날드, 웬디스, 버거킹, KFC 등 주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맥도날드 주주총회를 찾아가기도 했고, 각 당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열리는 자리를 찾아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있었던 시위에는 패스트푸드 노동자 뿐 아니라 보육교사, 재가요양보호사, 공항 노동자들까지 참여했다.

러디코프 씨는 "사실 15달러가 생활임금이라고 하기에는 낮은 수준으로 미국의 생산성을 감안한다면 최소 21달러는 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전에 있었던 생활임금 캠페인과 '15달러 캠페인'의 결정적 차이를 꼽으라고 한다면 미조직 노동자가 직접 파업에 나섰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15달러 캠페인', 대중과 정치인의 임금에 대한 사고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한국도?

언론도 여론도 이들의 파업에 호의적이었다. 정치전문 매거진 <슬레이트>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대중과 정치인들의 임금에 대한 사고 방식을 완전히 바꿔냈다"고 평가했다. 경제지인 <포브스>도 "'15달러 캠페인'은 전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슬로건이 되었으며, 노동운동을 산업과 지리적 경계를 초월한 사회정의 운동으로 변모시켰다"고 추켜 세웠다.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미국인의 비율도 최초의 뉴욕시 파업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난해 여론조사를 보면, 노동조합을 지지하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응답이 1년 전에 비해 5%포인트나 상승해 58%를 기록했다. 특히 시급 15달러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72%는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5달러 캠페인'이 실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가져오는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러디코프 씨는 "'15달러 캠페인' 이후 미국 각지에서 시급이 적게는 3달러에서 많게는 7달러까지 올랐고, 그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수가 1000만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우리의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은 역사가 짧다. ⓒ연합뉴스
미국에 비해 우리의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은 역사가 짧은 편이다. 2012년 대선에서 청소 노동자 출신 김순자 사회당 후보가 '최저임금 1만 원'을 처음 언급한 바 있지만, 노동계에서도 고개를 갸우뚱 거릴 때였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 원을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건 얼마 전이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임금 인상이 경제의 선순환을 불러온다는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인식도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이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양대노총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8.3%가 현행 최저임금으로 한 달을 생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넉넉하다"는 응답자는 7.9%에 불과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기자 회견을 열고 2017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급 1만 원, 월급 209만 원이 그 내용이었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논의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7~8%대에 머물러 왔다.

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얻어낸 '승리'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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