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김종인 대표가 당무를 거부한 가운데, 김종인 대표의 방안과 중앙위원회의 방안을 절충하는 비례대표 공천 중재안을 마련했다.
비대위, 김종인 비례대표 2번 → 14번 중재안
중재안을 통해 비대위는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2번에서 당선 안정권인 14번으로 상징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또 당초처럼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 안정권 순서에 따라 A, B, C그룹으로 나누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자 35명에 대해 칸막이 없이 중앙위원회에서 그 순위를 투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가운데 비례대표 후보 7명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전략 공천' 형식으로 사실상 공천 순번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실제 투표는 28명에 대해서만 진행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안은 '김종인 대표 원안'과 일부 중앙위원들의 문제제기를 절충한 안이다. 전날 일부 중앙위원들은 '비례대표 후보자 간에 당선 안정권 칸막이를 만든 것이 중앙위원들이 비례대표를 선출한다는 취지의 당헌에 위배된다'는 문제를 제기했었다.
비대위 절충안은 '김종인표 비례대표 명단'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비례대표 핵심 후보 7명의 '전략 공천'을 확정지었다는 측면에서는 김종인 대표의 손을 들어줬고, 칸막이를 없애고 후보자들에 대한 투표에 들어간다는 측면에서 일부 중앙위원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 또 김종인 대표를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후보 14번에 올려 놓음으로써, 김종인 대표가 20대 국회에서 원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실리를 터줬다.
이날 공개된 일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면, 비대위는 김종인 대표가 밀었으나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박경미 홍익대학교 교수에 대해 비례대표 1번 자격을 유지시켰다. 또, 김성수 대변인은 비례대표 10번에,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 대표는 12번에 배치했다. '아들 비리 업체 취업' 논란이 불거졌던 박종헌 전 공군 참모총장은 비례대표 명단에서 뺐다. 나머지 명단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단, 전날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서 추가한 인물은 두세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과학계 4명, 장애인·복지 분야 각 3명, 외교 안보·청년·노동·시민 사회 단체·법조계 각 2명, 농어민·노인·다문화·당직자 대표 등이 포함됐다"면서 "사회 각 계층의 사람들을 비례대표 안에 넣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례대표 14번 받을 수 없다"
문제는 김종인 대표가 이 절충안을 수용할 것인가 여부다. 김종인 대표는 한국방송(KBS)과 한 전화 통화에서 "비대위가 결정한 비례대표 14번을 받을 수 없다"면서 비대위 대표직도 수행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이종걸 원내대표가 김종인 대표를 만나러 갔지만, (김종인 대표가 비대위 절충안을 수용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김종인, "그 따위 대접하는 정당서…" 사퇴 시사)
비례대표 최종 명단을 확정지을 중앙위원회는 애초 이날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미뤄진 끝에 오후 8시에 열리기로 공지됐다. 김종인 대표는 중앙위원회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비대위가 마련한 안이 중앙위원회에서 승인되면 공은 김종인 대표에게 넘어간다. 김종인 대표가 비대위의 절충안을 수용하면 당내 갈등은 봉합 상태에 들어가지만, 최악의 경우 김종인 대표가 '사퇴' 카드를 꺼내들면 총선을 앞두고 당내 혼란은 당분간 가중될 전망이다. 중앙위원회가 이날 논란 끝에 비례대표 공천안을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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