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 불참하는 등 당무를 거부하고,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 등과 만나 이러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종인 대표는 자신을 두고 '셀프 공천'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비례대표 2번을 한 것을 가지고 내가 큰 욕심이 있어서 한 것처럼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면 나는 죽어도 못 참는다"고 토로했다. (☞관련 기사 : 김종인 '셀프 공천' 파문…"한 10석 쯤 날아갔다")
대표직에서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표직을 내놓고 안 내놓고 그런 건 묻지 말라"면서 "나는 대표직에 매력을 못 느낀다. 근데 이 사람들이 내가 마치 비례대표를 따먹고 큰 목적이 있어서 하는 줄 아는 게 제일 못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응급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같은 사람인데 환자가 병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당 대표를) 더는 할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종인 대표는 "내가 (자리에) 연연해서 여기 온 게 아니다. 당을 조금이라도 추슬러서 수권 정당을 하려면 내가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면서 "4.13 총선 이후에 내가 딱 던져버리고 나오면 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느냐"고 엄포를 놓았다.
김종인 대표는 '비례대표 파동'의 핵심에 대해서는 "정체성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다. (비례대표 목록이) 자기네들 정체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라며 "그게 핵심인데 왜 자꾸 다른(내가 비례대표에 욕심이 있다는) 소리 해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려고 그러느냐"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어제 저 꼴을 해서 표를 얼마나 깎아 먹은 줄 아느냐. (일부 중앙위원들이) 패권을 하려면 잘하라고 해. 그 따위로 패권 행사하려고 하지 말고"라며 전날인 20일 비례대표 순번 투표를 할 예정이었던 중앙위원회가 파행되고 당이 구설수에 오른 책임을 중앙위원들에게 돌렸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오후에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할 당 중앙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데 대해 "중앙위가 당헌대로 권한을 행사하려고 하면 권한을 행사하라. 비례 명단을 다 뒤집어서 자기 뜻대로 비례 명단을 정하고 선거에 책임을 지면, 다 끝나는 거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비례대표 1번에 수학을 전공한 박경미 홍익대학교 교수를 추천한 것은 소외 계층을 대변하는 사람을 우선순위에 공천하기로 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지금 시대가 옛날이랑 다르다. 최근 와서 알파고인가 뭔가로 떠들어 대는데, 앞으로 세계 경제 상황이 인공 지능 이런 쪽으로 간다. 컴퓨터나 수학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서 그 분한테 사정해서 모셔온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후보로 오른 박종헌 전 참모총장의 경우 '아들 비리 업체 취업'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무슨 수사기관도 아니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모른다"면서 "이제 드러나서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김종인 대표는 본인이 대선 출마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면서 "(비례대표 명단에)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대표 흔들기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올 것이 왔다"면서 긍정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인 20일 교수나 전문직, 관료 출신이 주를 이룬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정했는데, 여기에 중앙위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중앙위원회가 하루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20일 발표된 비례대표 안으로는 불공정과 불평등 해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보이지 않고,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펴겠다는 약속이 없다"면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에 예정돼 있었으나, 5시로 한 차례 연기됐다. 김종인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앙위원회가 비례대표 명단에 크게 손을 볼 경우 김종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음을 시사한 만큼, 중앙위원회가 비례대표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선에서 김종인 대표와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