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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퇴사 거부자 가혹 행위,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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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퇴사 거부자 가혹 행위, 언제까지?

'4세 경영 체제' 출범에도 큰 변화 없을 듯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가혹 행위를 했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벽 쪽 사물함만 바라보게끔 한 것. 해당 직원은 빈 책상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야 했다. "(가만히 있느니) 사규라도 읽겠다"라던 요청도 거부당했다.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11월 사무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직원 A씨가 이를 거부하자 회사 측은 그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후 A씨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하는 등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A씨의 자리를 다시 배치했다. 직원들과 동떨어진 사무실내 조그만 원탁에 앉히는 것이었다. A씨 측 변호인은 "일방적인 해고는 불가능하니까, 심리적인 압박으로 사표를 받아내려는 조치"라고 풀이했다.

A씨의 사례는 21일 <연합뉴스> 등을 통해 소개되며 공분을 낳고 있다.


▲ 두산모트롤 직원 A씨가 배치받았던 자리. ⓒ연합뉴스
▲ 두산모트롤 직원 A씨가 노동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한 뒤 다시 배치받은 자리.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두산그룹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당시에도 희망퇴직 거부자들에 대한 가혹 행위가 있었다. 퇴직 거부자들은 회사 출입카드가 정지됐다. 평소 일터가 아닌 곳으로 출퇴근하며, '이력서 쓰는 법' 등을 교육받았다. 회사에 계속 다닌다면, 배울 필요가 없는 내용이다. 일종의 심리적 압박인 셈. 휴대폰 사용마저 통제됐다. 당시 갓 입사한 신입사원까지 구조조정 대상자로 분류해서,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두산그룹은 평소 "사람이 미래"라는 이미지 광고를 했었다. 실상과는 전혀 다른 광고였다.

신임 박정원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퇴직 거부자 가혹 행위는 언제 사라질까?


결국 당시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기로 했다. 박정원 두산 지주 부문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출 절차를 거친 뒤, 오는 28일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정원 회장은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주의 첫 손자인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두산그룹이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에 접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총수가 바뀐다고 해서, 무리한 퇴직 강요 행위가 사라질 거라고 보는 이들은 없다. 박정원 회장은 1999년 두산 상사BG(Business Group)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경영 사령탑을 경험했다. 두산 상사BG는 이듬해인 2000년까지 매출이 뛰었지만, 2001년과 2002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박정원 회장은 지난 2005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부회장이 됐다. 총수 일가의 장자(長子)라는 점이 고려된 인사 결정이었다. 이어 그는 지난 2009년 두산건설 회장이 됐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2601억 원, 4491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는 다시 회복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총수 일가의 장자가 이끄는 계열사라는 점 때문에, 두산건설에 대해선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 악화는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4세 경영' 체제에서 경영 실적이 확 좋아지리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또 지금보다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긴축 경영을 하리라고 보는 이들도 없다. 긴축의 고통을 총수 일가가 더 많이 감당하는 변화 역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씨는 지난해 말 그룹의 주력사업인 두산 면세점 전무로 취임했다. 박 전무 또래 청년들이 대거 두산 계열사에서 쫓겨나던 때였다.

두산그룹에서 퇴사 거부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가혹 행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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