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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두산 회장 퇴진…'4세 경영 시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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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두산 회장 퇴진…'4세 경영 시대' 열어

늪에 빠진 두산, 박정원 신임 회장 숙제 만만치 않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조카인 박정원 두산 지주 부문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긴다. 박정원 회장은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주의 첫 손자인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국내 주요 그룹에서 '4세 경영' 시대를 여는 것은 두산그룹이 처음이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무리한 구조조정에 따른 비난을 받았었다. 평소 "사람이 미래"라고 홍보하더니, 갓 입사한 사원까지 쫓아냈다는 게다.

그는 회장 취임 전부터 두산그룹의 주력 업종을 중공업으로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의 간판을 바꿨다는 찬사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미국 기업 '밥캣'을 인수하며 너무 많은 금융 비용을 썼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무리한 '밥캣' 인수 비용은 두산그룹을 늪에 빠뜨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살로 얼룩진 '3세 경영', 막 내렸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 회장 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 지주 부문 회장을 천거했다. 두산은 두산그룹 지주회사다.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DLI(그룹 연수원) 회장 직만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형제의 난'까지 겪었던 두산그룹의 '3세 경영'은 막을 내리게 됐다. 이른바 '형제의 난'은 지난 2005년 7월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차남인 박용오 회장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삼남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게 넘기도록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박용오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동생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용성 회장(삼남)과 박용만 부회장(오남, 현 그룹 회장)이 17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로 밀반출했고, 이 사실을 내(차남, 박용오 회장)가 알게 되자 둘이 공모해 나에게서 경영권을 빼앗아갔다"라는 내용이다. 검찰 수사 결과, 326억 원의 비자금 조성 사실이 확인됐고 박용성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용만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후 박용오 회장은 집안에서 제명당했다. 그리고 4년 뒤인 지난 2009년, 박용오 회장은 자택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박용오 회장이 그룹 비자금을 폭로한 배경은, '4세 경영' 시대에 대한 준비로 알려졌었다. 박용오 회장의 아들이 그룹 경영권에서 밀려나는 분위기였다는 게다.

가족 회의에서 총수 결정, 언제까지

'형제의 난'에도 불구하고, '3세 경영' 시대에는 두산 그룹의 '형제 경영' 전통이 깨지지 않았다. 박승직 창업주의 장남이 박두병 초대 회장이다. 이후 경영권은 박두병 회장의 아들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박두병 회장은 6남 1녀를 두었는데, 딸인 박용언과 육남인 박용욱을 제외한 네 명은 모두 그룹 회장을 지냈다. 박용곤(장남), 박용오(차남), 박용성(삼남), 박용현(사남), 박용만(오남)의 순서다. 장녀 박용언은 변호사다. 육남인 박용욱은 두산그룹과 별도로 이생그룹을 이끌고 있다.

새로 두산그룹 경영권을 잡는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박두병 초대 회장의 장남)의 장남이다. 지금까지는 두산그룹 '형제 경영'의 전통이 유지되는 셈이다. 그러나 세대를 거듭할수록 경영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손의 수도 대폭 늘어날 거라서, '형제 경영'의 전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동생 대신 자식을 먼저 챙기려는 경우가 나온다면, 박용오 회장의 비극은 재연될 수 있다. 또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벌 경영권을 '가족 논리'로 주고받는 게 타당한가라는 의문도 나온다. 상장 회사의 총수가 '가족회의'에서 정해지는 건, 주주 자본주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박두병 회장의 사남인 박용현 전 회장은 서울대학교 병원장을 지낸 의사 출신이다. 활발한 금연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의사라서 기업 경영을 못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그러나 두산그룹의 '형제 경영' 전통이 아니었다면, 박 전 회장이 그간 해 왔던 일과 무관한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은 없었다. '형제 경영' 전통 때문에, 자신의 전문성 및 경력과는 맞지 않는 일을 했던 셈이다.

늪에 빠진 두산그룹, 신임 회장의 숙제

▲ 박정원 두산 회장. ⓒ연합뉴스
순서에 따라 그룹 경영권을 맡게 된 박정원 신임 회장 앞에 놓인 숙제 역시 만만치 않다. 두산그룹은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이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주회사인 두산도 1조7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갓 입사한 사원까지 쫓아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박용만 회장이 계속 경영한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실은 그룹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확보한 면세점 사업권에 기대를 걸 수 있다. 두산 면세점은 올해 5월 문을 연다. 그러나 중국 경기 침체 및 한국-중국 관계 악화 가능성으로 인해,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점 고객은 대부분 중국 관광객이다.

박정원 회장은 1962년 생(54세)로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했다. OB맥주의 전신이었던 동양맥주 이사, 두산 관리본부 상무 및 전무 등을 거친 뒤 두산건설 부회장, 두산모터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두산건설 회장, 두산 베어스 구단주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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