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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던진 다섯 가지 새로운 메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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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던진 다섯 가지 새로운 메시지는?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2016년 중국 양회(兩會) 결산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입법 기구인 전국인대와 자문 기구인 정치협상회의)가 3월 16일 리커창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새로운 5년간의 경제 청사진을 담은 '경제 사회 발전 제13차 5개년 규획'이 통과됐고, 정부공작보고, 중앙과 지방의 2016년도 예산안도 통과됐다.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보고, 최고인민법원 보고, 최고인민검찰원 보고 또한 무난하게 통과됐다.

이번 양회를 끝으로 이제 시진핑 집권 1기에 굵직한 정치 행사는 올 하반기의 18차 6중전회, 내년(2017년) 상반기의 제12기 제5차 양회, 그리고 내년 가을에 개최될 제18기 7중전회와 제19차 당대회(11월경)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는 향후 5년간의 경제 사회 발전 청사진이 담긴 제13차 5개년 규획(規劃)의 통과가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다. 다른 사안은 그리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다.

양회(兩會)와 새로운 발전 이념의 제시

그 가운데 이른바 '새로운 발전 이념'을 공공연하게 선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이 시진핑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분위기에서 전국인대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주요 언술이 언론의 적극적인 메시지 관리에 따라 점차 '새로운 발전 이념'으로 격상되고 있는 것이다. 회의 기간 내내 언론에서는 기획 및 논평 기사, 르포 및 동정 기사 등에서 시진핑을 포함한 주요 지도자들의 언술에 집중했다.

주로 강조된 용어는 '혁신(創新)', '협조(協調)', '녹색(綠色)', '개방(開放)', '공향(共享)' 등의 다섯 가지다. 중국 언론은 이를 '새로운 발전 이념'으로 포장했다. 사실 이들 용어는 공식적으로는 18기 5중전회(十八屆五中全會)에서 처음 제기됐다. 물론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으나 작년에 패키지로 묶어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중국공산당에서 내놓는 워딩(wording)들은 매우 고심해서 선택되어진 것이며, 자신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간주하는지를 신중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다섯 가지 개념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서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중국의 차세대 발전 이념으로 공고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 이념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 지도 사상을 구축하는데 어떻게 활용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고 있고, 그 발전은 기존의 '수사'로는 새롭게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이다.

평가할 만한 점은 시진핑 집권 3년 만에 다음 단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이념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양적인 발전'을 '질적인 발전'으로 변화시키려는 시진핑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다섯 가지 용어의 출현 맥락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용어도 아니다. 중국 정치 관례상 생뚱맞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하는 일은 혁명적인 상황이나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나 돌출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와 같은 혼란스럽거나 혁명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는 이 용어들이 매우 오래전부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래 전에 '준비된' 새로운 발전 이념

같은 말이라 할지라도 어제의 맥락과 오늘의 맥락이 다르다면 그 해설과 용례도 달라진다. 지금 처한 상황과 요구에 맞게 맥락을 찾아내는 것일 뿐이다. 이른바 '새로운 발전 이념'도 이러한 맥락에서 다시 해석되고 의미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시진핑 집권 이후 3년간 족적이 새로운 이념 출현의 근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 맥락을 살펴보면 먼저 '혁신'은 2012년 12월 시진핑의 광둥 성 시찰에서 강성(強盛) 국가 건설을 위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혁신의 길을 제시하면서 회자되었다. 이 용어는 '혁신 발전'으로 확대되어 2014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경제 혁신 발전, 개혁과 성장 촉진"이라는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회의의 의제로까지 채택되었다.

'협조'는 2014년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지역 간 공동 발전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용어다. 2015년 4월 정치국 제22차 집체학습에서 도시와 농촌 공동 발전을 강조하면서 '협조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언급됐다. 이후 2015년 7월 정치국 회의에서는 전면 소강 사회 건설을 위한 경제와 사회의 '협조 발전' 추진이라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녹색'은 2013년 4월 보아오 포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2013년 12월 중앙도시화공작회의에서 '녹색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생태 문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시 등장했다.

'개방'은 2013년 10월 APEC 회의에서 아태 지역 정책 협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개방 발전'이라는 말로 언급됐다. 그리고 2014년 11월 중앙재경영도소조 제8차 회의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조응 전략 모색 과정에서 재등장했다. 2015년 10월 중앙정치국 제27차 집체학습에서는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발전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다시 '개방 발전'이 거론됐다.

'공향'은 2013년 3월 중국의 꿈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처음 제시됐다. 이후 2014년 9월 인도 세계사무위원회 연설 과정에서 언급됐고, 2015년 5월 파키스탄 의회 연설에서도 '공향 발전'이라는 용어로 확장되어 언급됐다.

그럼 이러한 용어의 확장이 어떤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전국인대라는 중요한 정치 무대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관행' 때문이 아닌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전국인대 회의는 각 지역별 대표단과 부문을 대표하는 인민해방군 대표단의 심의가 주요 의사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회식에서 폐막식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중요 '보고'가 이뤄지고 이를 심의하는 단계가 바로 각 지역과 부문의 대표단 심의 회의다. 여기에 시진핑을 포함한 당과 국가의 주요 지도자들이 참여하여 전국인대 대표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진핑 역시 이번 제12기 전국인대 4차 회의 기간에 다섯 차례 대표단 심의 회의에 참석했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 2013년 전국인대 회의에서부터 자신이 속한 상하이 대표단과 인민해방군 대표단 회의에는 당연직으로 참석했다. 이 외에 2013년도에는 랴오닝(遼寧), 장수(江蘇), 티벳(西藏) 대표단 등 세 지역 대표단 회의, 2014년도에는 광둥(廣東), 구이저우(貴州), 안후이(安徽) 대표단 등 세 지역 회의에 참석했다. 2015년도에는 장시(江西), 광시(廣西), 지린(吉林) 대표단 등 세 지역 대표단 회의에 참석했다. 올해는 상하이와 인민해방군 대표단 회의 외에 후난(湖南), 헤이룽장(黑龍江), 칭하이(青海) 대표단 회의에 참석했다. 직접 전국인대 대표들과 만나 자신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주요 지도자들의 대표단 회의 참석은 현장과 기층을 중시하는 중국공산당의 오랜 전통에서 비롯됐다. 간부들이 현장에 가서 소통하는 전통이 관행화되어 있는 것이다. 일종의 '체화된 비제도적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이러한 관행을 잘 활용하여 당과 기층, 간부와 인민 간의 소통을 제도화하고 있다.

이번 전국인대에서도 이러한 관행이 예외 없이 지켜졌다. 이러한 행태는 분절되어 있는 관료체제를 무력화하고 기층 및 현장과 직접 소통하는 매우 혁명적인 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메시지 전달 효과에서는 매우 뛰어난 기능을 하고 있다.

예컨대 시진핑 집권 이후 반부패 활동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피로감이 쌓이고 경제적인 마이너스 효과가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은 작년 전국인대 회의 기간 모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반부패는 경제 발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발전에 유리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현장을 통해서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이 실행된 것이다.

시진핑은 2016년에도 새로운 이념을 확립하기 위한 환경 조성과 설득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현장 대표단과의 소통을 매우 전략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러한 거듭된 현장 밀착형 거버넌스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이념이 만들어지고 현장에서 다시 투사되어 그 생명력을 확대 재생산하는 공산당식 관행이 이번 전국인대에서도 확인됐다. 그 결과 새로운 이념이 만들어질 토양이 확보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두 개의 백 년' 가운데 첫 번째 백 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 백 년은 지나온 백 년의 연장선에 서 있는 백 년이 아니라 아주 다른 새로운 백 년이 되어야 한다고 중국은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이념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전국인대를 통해 '새로운 발전 이념'으로 포장된 다섯 가지 용어가 어떻게 생명력을 유지하며 안착될 것인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또한 중국공산당이 새로운 이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관행화된 비제도적 요인'은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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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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