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 문건에는 '영도핵심(領導核心)'이나 '영도작용(領導作用)'이란 말이 가끔 등장한다. '영도핵심'이란 여러 영도자(지도자) 가운데 중심이나 중추적 역할을 맡은 사람이나 그 행위를 의미하며, '영도작용'이란 여러 역할 가운데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일컫는 말이다. '영도핵심'이란 영도 간부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등을 호칭할 때 주로 사용하던 용어였다.
예를 들어, 2011년 6월 26일 <인민경찰보(人民警察報)> 제5361기에는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의 3대 중앙 영도집단과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以毛澤東、鄧小平、江澤民同志爲核心的黨的三代中央領導集體和以胡錦濤同志爲總書記的黨中央)"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표현에 따르면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장쩌민은 중앙 영도 집단의 '핵심'이 분명하며, 후진타오는 '핵심' 지위에 들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정치에서 '핵심'이란?
이러한 '핵심'이란 용어는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고 집단 영도 체제(集團領導體制)가 정착되면서 '중심'을 강조하는 '핵심'보다는 '지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장쩌민은 덩샤오핑 등 원로 간부들의 인위적이고 정치적인 영도 체제 제도화와 장쩌민 개인에게 제도적인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핵심'이란 두 글자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장쩌민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의 제3세대 영도 집단(以江澤民同志爲核心的黨的第三代中央領導集體)", "장쩌민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以江澤民同志爲核心的黨中央)"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게 된 이유다.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새로운 중앙 영도 집단(以胡錦濤同志爲總書記的新的中央領導集體)"이나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以胡錦濤同志爲總書記的黨中央)"이라는 표현도 이에 해당한다. 당 총서기라는 공식적인 '지위'를 영도 체제의 주된 표현으로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후진타오 시기가 과도기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핵심"이란 표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공업정보화부가 2011년 6월 23일 홈페이지 관련 소식을 전할 때 "후진타오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의 제4세대 영도 집단(以胡錦濤同志爲核心的黨的第四代領導集體)"이라는 표현이 한 번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며 후진타오 집권기를 관통하는 표현은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以胡錦濤同志爲總書記)" 표현이 거의 유일했다. 이러한 관행은 시진핑 집권기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2012년 11월말 제18차 당 대회를 통해서 화려하게 등장한 이른바 시진핑 시기 집단 영도 체제는 "시진핑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以習近平同志爲總書記的黨中央)"이라는 주된 표현이 사용되었다. 2015년 말까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以習近平同志爲核心的黨中央)"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2016년 들어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16년 2월 5일 CCTV '윈난뉴스방송(雲南新聞聯播)' 시간에 성(省) 위원회와 성 정부(政府) 원로 간부 봄맞이 좌담회 행사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총서기라는 이 핵심을 견결하게 보호하자(堅決維護習近平總書記這個核心)"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2016년 허난 성(河南省) 언론계 봄맞이 좌담회에서도 궈겅마오(郭庚茂) 허난 성 당위원회 서기는 "당 중앙 권위를 견결히 보호하고(堅決維護黨中央權威), 시진핑 총서기라는 이 핵심을 견결히 보호하자(堅決維護習近平總書記這個核心)"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에서도 "핵심"이라는 두 글자가 등장했다.
'핵심'이란 호칭이 일으킬 정치적 여파
이와 같이 "시진핑이 핵심"이라는 표현은 중국 지방 당위원회 서기들이 공개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치에서 매우 미묘하고 중대한 변화이다. 이는 다름 아닌 중공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이 강력한 권위를 가진 영수(領袖)로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는 '집단 영도 체제'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개인 중심의 영도 체제'로 미묘하게 변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통해서 2016년 들어서 시진핑이 본격적으로 개인의 '핵심'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되고 있음을 포착해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조짐은 2015년부터 감지되었다. 지난 해 시진핑은 외교 전통을 깨고 중앙판공청 주임인 리잔수(栗戰書)를 모스크바에 파견하여 푸틴과 회담하게 했다. 또한 2016년 1월 말 시진핑의 또 다른 측근이며 중국 경제 정책의 핵심 인사인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류허(劉鶴)를 미국 재무장관 제오콥 루와 통화하게 했다.
물론 류허가 중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고, 소조의 장을 시진핑이 맡고 있기 때문에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은 국가 기구가 아니라 당 중앙 직속 기구라는 점에서 당이 직접 국가 사무에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경제 정책 조율은 국무원 부총리를 맡고 있는 왕양(汪洋)의 소관 업무였다. 왕양은 국무원 부총리로서 지난 3년 동안 '중미전략경제대화(中美戰略經濟對話)'에서 중국 측 대표를 맡아 미국 재무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중국 측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내 지위에서도 왕양은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중앙위원인 류허보다 높은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경제 문제까지도 직접 챙기면서 측근인 류허의 역할도 더욱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 또한 시진핑의 '핵심'으로서의 지위가 공고해져 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사실 이러한 '분공(分工)'에 따른 역할 분담은 '집단 영도 체제'의 제도화된 관행이었다. 그러나 시진핑 측근들이 관련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고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수평적 분공 체제'가 '수직적 분공 체제'로 바뀌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는 결국 총서기가 큰 틀에서 당과 국가 사무를 책임지고 국무원 총리는 실무적인 차원에서 경제를 책임진다는 '집단 영도 체제'의 오랜 관행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국무원 당조(黨組) 업무를 당조 조장을 맡고 있는 리커창이 직접 중앙에 보고하게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예전에는 국무원 총리나 당 총서기는 '분공' 차원에서 업무를 달리할 뿐 모두 '집단 영도 체제'의 동급 구성원들이었기 때문에 당조 업무 보고도 해당 당조 판공청 주임이 맡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것도 바뀌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시진핑으로의 '권력 강화 현상'은 비단 '핵심'이라는 두 글자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당과 국가 사무 전 영역에서 시진핑의 영향력이 깊고 넓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중국정치 변화 관련하여 매우 의미 있는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중국 언론에서는 시진핑을 '당의 영도 핵심'으로 한다는 표현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인 차원에서 시진핑에 대한 '절대 충성'을 요구하는 운동이 결합되어가고 있다. 2016년 들어 지방과 선전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 차원에서, 전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진핑으로의 권력 강화 현상은 덩샤오핑 시기 이래 장기간 유지되어오고 있는 이른바 '집단 영도 체제'가 '1인 중심의 집중 체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은 '강인(強人)'으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확보해 나갈 것이고, 이는 결국 2017년 당 지도부 교체에서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2016년 한 해 동안 전 영역에서 영도 간부의 광범위한 교체와 순환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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