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월 22일자 사설에서 "여론은 사회 발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역량이며 신문 업무는 당의 중요한 업무로서 당 성립 이후 신성한 책무와 영광스런 사명을 짊어져 왔다"고 일갈했다.
이는 지난 2월 19일, 인민일보사(人民日報社), 신화사(新華社), 중앙TV(中央電視台) 등 중앙 주요 매체 세 곳에 대한 현지 조사를 마친 시진핑이 관련 좌담회에서 뉴스와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나왔다.
<인민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당의 신문 및 여론 업무는 (당의) 기치 및 경로와 관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의 이론, 노선, 정책과 관련되어 있고, 당과 국가의 각종 사업을 순리대로 추진하는 일과 연관되어 있으며, 당과 각 민족 모든 인민의 응집력과 구심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당과 국가의 전도 및 명운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결국 당과 국가가 추진하는 발전과 장기적인 안정에 신문과 여론의 업무가 매우 중요한 사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 신문과 여론 종사자들은 매우 강한 정치성(政治性), 사상성(思想性), 지도성(指導性)을 가져야 하고 이것이 바로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중대한 사상적 무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론에 민감한 시진핑의 언론 길들이기
사실 중국공산당 역사에서 선전과 여론 업무는 중요한 법보(法寶)로서 혁명과 개혁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월 19일 시진핑 주석이 '당의 신문 및 여론 공작 좌담회(黨的新聞輿論工作座談會)'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신문과 여론 공작은 당의 중요한 업무이며 '치국이정(治國理政, 국가를 다스리고 관리함)'과 '정국안방(定國安邦, 나라를 안정되고 편안하게 함)'의 요체"라고 강조한 것도 사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연유한 발언이다.
따라서 해당 좌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당의 영도, 당의 정확한 방향 제시, 인민에 대한 봉사를 모토로 규율을 존중하고 방법과 수단을 혁신하여 신문 여론 분야의 전파력(傳播力), 유인력(引導力), 영향력(影響力), 공신력(公信力)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한 것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설 직후 시진핑 주석이 언론 매체 세 군데를 직접 방문하고 좌담회를 주도한 것은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한 행보다.
사실 시진핑은 언론에 매우 민감한 편이며 언론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한 예로, 2007년 시진핑 주석은 상하이 시 당위원회 서기 재임 시절 상하이 주재 중앙 매체와 상하이 주요 매체 책임자와 좌담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긍정적인 보도(正面報道)를 중시하고 여론을 잘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보도를 위주로 시대 기조(주선율)를 널리 알리고 여론 감독을 더욱 강화하고 개선하여 뉴스 여론의 정확하고 효과적인 교도(引導) 실현해야 한다."
언론의 보도 내용이 시대의 기조가 되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뉴스 여론의 역할을 한층 강화하고 당이 이데올로기와 뉴스 선전 업무를 고도로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뉴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이른바 뉴스 종사자들의 이념적 무장이 매우 중요하고, 이러한 이념은 바로 '당성(黨性)'으로 체화된 규율성에 의해서 발현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시진핑의 언론관에 의하면 신문과 여론 종사자들은 '당성' 못지않게 신문 종사자 스스로 규율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진핑 주석은 신문 종사자들이 "정치의식과 대세(大局) 의식, 그리고 책임 의식을 높여서 시종일관 자각적으로 당 중앙과 일치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진핑은 "신문 및 여론 종사자들에게 있어서 선전 사상 업무는 대세(大局)에 복무하는 것이어야 한다. 경제 건설이 당의 중요한 업무이지만 이데올로기 업무는 더욱더 중요한 업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은 2013년 11월 9일, 중국공산당 제18기 3중전회 제1차 전체 회의에서 "개혁, 발전, 안정이라는 복잡한 국면과 사회사상과 의식이 다원화되고 매체 구조가 심각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건설을 집중적이며 정력적으로 진행함과 동시에 이데올로기 업무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하거나 약하게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이데올로기 업무의 영도권(領導權), 관리권(管理權), 담론권(話語權)을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언론 종사자들은 인터넷 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전통 매체와 신흥 매체가 결합하는 새로운 융합 미디어 시대를 잘 준비하고 영향력이 한층 강화된 미디어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2014년 2월 27일 '중앙 인터넷 안보와 정보화 영도소조(中央網絡安全和信息化領導小組)' 제1차 회의에서는 "인터넷 여론 업무를 잘 추진하는 것은 장기적인 임무이며 인터넷 선전의 혁신과 개선, 인터넷 전파 규율 운용, 긍정적 에너지 활성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의 배양과 실천을 통한 인터넷 여론 주도의 시간, 정도, 효과를 장악하여 인터넷 공간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되었다. 2014년 8월 18일의 '중앙 전면심화개혁 영도소조(中央全面深化改革領導小組)' 제4차 회의에서는 '전통 매체와 신흥 매체 융합 발전 추진에 관한 지도 의견(關於推動傳統媒體和新興媒體融合發展的指導意見)'이란 문건이 통과되었다.
위의 문건에는 "전통 매체와 신흥 매체의 융합적 발전은 신문 전파 규율과 신흥 매체 발전 규율을 따라야 하며 인터넷 사유(思維)를 강화하고, 전통 매체와 신흥 매체가 갖고 있는 장점의 상호 보완과 일체화된 발전을 견지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선진 기술의 견지와 콘텐츠 건설을 기본으로 전통 매체와 신흥 매체의 심도 있는 융합을 추진하고, 다양한 형태와 선진적 경쟁력을 갖춘 신형 주류 매체를 건설하여 전파력뿐만 아니라 공신력과 영향력을 갖춘 신형 매체 그룹을 만드는 것이 중국 공산당이 구상하는 미래 미디어의 세계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시진핑의 표현을 빌자면 중국의 미디어는 "당과 인민을 위해서(爲黨爲民), 나쁜 것을 비평하고 좋은 것을 칭송하고(激濁揚清), 여론을 중요하게 생각해야(貴耳重目) 한다"는 것이다.
당성 중요한 언론 환경과 신흥 미디어 시장
그러면 과연 중국에서는 이러한 미디어 혁신과 융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당성(黨性)을 중시하는 현 중국의 언론 환경에서는 충분히 발현되기가 사실상 어렵다. 정치적 우위를 앞세운 이데올로기 공세를 능동적으로 피해갈 의지가 있는 이른바 확고한 '기자 정신'을 가진 기자들과 이들의 '사사롭지 않은' 권익을 지켜줄 독립된 언론 환경, 그리고 독자들의 조직적 지지와 성원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전통 매체와 신흥 매체의 융합 발전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빠른 변화는 기존 매체의 혁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언론에 요구하는 중국공산당의 높은 '정치성'과 '당성' 역시 강화되고 있다. 사회의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매체 혁신이 시도되고 있으나 그 기저에는 여전히 '당의 요구'에 복무해야 하는 중국 언론의 숙명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언론은 기본적으로 당 선전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선전부에서 모든 기사에 대해서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역량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기층에서 이른바 자율적인 통제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주요 중앙 매체에 대한 시진핑의 방문은 이러한 '자율'에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불어넣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진핑은 이미 기층 경험을 통해서 언론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왜 다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중국공산당 역사에서 '선무 공작(宣撫工作)'은 때로는 총, 칼보다 더욱 인민을 안정시키고 당과 국가의 정책을 알리는 수단이었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이 매체 융합 시대에 더욱 세련된 '선무 공작'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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