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어제(10일) 밝힌 기준은 정도의 차이였습니다. 똑같은 막말 의원인데 누구는 살려주고 누구는 공천배제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같은 막말이라도 전 국민이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게 있고 덜 알려지는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창선 위원장은 이런 주장을 종합해 "국민의 눈높이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단은 '국민 눈높이'가 아니라, '언론 입맛'에 맞춰 한 겁니다. 국민이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덜 알려지는 경우를 가르는 건 언론의 보도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성질과 똑같은 강도의 막말이라 해도 언론의 보도 비중과 빈도에 따라 어떤 막말 의원은 죽고 어떤 막말 의원은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정치적 제물이 된 겁니다. 언론에 공격을 멈춰주십사 하며 갖다 바친 정치적 제물입니다.
모든 언론에게 갖다 바친 것도 아닙니다. 보수 언론에게만 갖다 바친 것입니다. 더민주 의원의 막말을 상대적으로 크게 보도하는 곳이 보수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더민주의 선거 지도부가 금이야 옥이야 하는 중도층이 지지층보다 상대적으로 접근도가 높은 언론이 보수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오로지 실효성만 따져도 계산이 서지 않는 판단입니다.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일방적 '기브'일뿐더러 '테이크'한 보수 언론이 흡족해하지도 않습니다.
각설하고, 오늘(11일) 아침에 발행된 '조중동'의 사설만 살펴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더민주가 제물을 갖다 바쳤는데도 조중동은 전혀 흡족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볼륨을 더 올렸습니다. <중앙일보>는 더민주가 '더 과감해야' 한다며 '친노 패권 낡은 진보도 청산돼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이번 컷오프를 '형식적 물갈이'로 규정하면서 '총선 뒤 다시 운동권당 될 것'이라고 힐난했습니다. <동아일보>는 한 발 더 나가 '이해찬 빼놓고 친노 패권 청산 어림없다'고 요구했습니다.
더민주의 선거 지도부는 순진하거나 무책임합니다. 엉터리 계산법으로 정치적 헛발질을 하고 있습니다.
더민주는 판단해야 할 걸 하지 않았습니다. 보수 언론의 친노-운동권 공격이 갖는 정합성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 공격의 옳고 그름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을 정하지 않고 그냥 현존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 그 요인의 최소화에만 매달렸습니다.
더민주는 바라지 말아야 할 걸 바랐습니다. 공격 요인의 최소화는 애당초 실현될 수 없는 바람이었습니다. 보수언론의 친노-운동권 공격이 더민주를 위한 충언이 아니라 정치적 올무 놓기였기에 정치적 제물에 감동하는 일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정치적 제물의 진상이 보수 언론의 친노-운동권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결과만 빚을 뿐이었습니다. 정치적 제물을 갖다 바치는 순간, 보수 언론은 친노-운동권의 폐해에 대해 더민주 지도부도 인정했다고 주장하면서 더 확실한 청산을 요구하고 나설 게 분명했으니까요. 친노-운동권 프레임 그 자체가 올무, 따라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조여오는 힘은 더 세지게 돼 있었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오늘 자 조중동 사설이고요.
보수 언론은 더민주 보고 발가벗으라고 윽박지르는데 더민주 지도부는 패션 체인지 하면 될 줄 알았던 것, 이게 더민주 지도부 주연의 '웃픈' 부조리극 줄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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