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 학살을 지시하는 듯한 '막말 욕설' 전화 통화를 해 파문을 일으킨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거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박계는 10일에도 윤 의원의 공천 배제 등을 요구하는 한편, 친박계는 이번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 부심하는 모습이다.
윤 의원의 통화 상대로 알려진 친박계 의원이 누구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은 휴대 전화로 문제의 통화를 했음에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어 '말장난'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동료 의원에게 '공갈 사퇴' 발언을 해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 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을 위한 새누리당 친박계의 '동정론' 지피기가 먹혀들기엔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 관련 기사 : 더민주, 2차 컷오프…정청래, 윤후덕 탈락)
휴대 전화로 통화해놓고…"수신인 기록이 없다"
친박계 핵심이자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였던 윤 의원은 겉으로는 사과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사건의 진상은 계속 숨기는 데 급급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김무성 대표 자택을 방문해 사과를 시도했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 장소에도 찾아가 '자택 방문 사과'를 보고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통화 상대를 밝히라는 요구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 회의 후 원유철 원내대표는 "윤 의원이 만취 상태라 통화 상대가 정말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라고 전하며 "발신(기록)은 있는데 수신은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통화 기록을 보면 누구인지 알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기록을 봐도 이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싶다)"면서 "저하고 친한 사람인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與 윤리위원장 "당 윤리위 회부 가능성 있지만…"
비박계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이 이끌고 있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조만간 영남권 현역 컷오프 명단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비박계의 홍문표 제1 사무부총장은 이날 오전 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윤 의원은 이른 시일 안에 본인의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면서 "모든 것을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 국민과 당원에게 사죄하는 모습이 제일 상수"라고 주장했다. 홍 부총장은 공관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또 "이 문제는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발언이기 때문에 이것을 조사한다든지 또 의총을 열어서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도 했다. 친박계 실세이자 재선 의원이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을 통해 공천에 직접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의원총회 수준의 논의가 필요하단 주장이다.
홍 부총장은 윤 의원이 통화 상대가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선 "심하게 얘기하면 말장난"이라면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의 새누리당사 앞에서는 이날 오후 윤 의원의 징계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 지지자들과 새누리당 영도구 당협위원회 등은 아예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윤 의원이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윤리위가 직접 윤 의원 회부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사건의 무게나 파장으로 봐서 윤리위 차원에서 소집하는 건 부담스럽다"면서 "정치적 사안이고, 계파 간 문제가 개입돼 있고, 공천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이므로 준사법 절차인 윤리위가 먼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대표가 윤리위에 넘겨주면 자유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윤리위 안건 회부 권한을 당 대표와 윤리위원장에게도 부여하고 있다.
친박 "술 먹고 한 실수"…원유철, '중재' 포장한 수습 노력
친박계의 '윤상현 감싸기'에도 당내 일각에선 '노골적이다' '얄미운 행태'라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금 이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당원들께서는 하루빨리 이 상황이 정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왜냐면 우리 새누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본질을 직시해야지, 있지도 않은 가상 현실을 갖고 흥분하고 이전투구를 해서 되겠느냐"면서 "대의를 위해 작은, 사소한 감정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의 비박계 공천 학살' 의혹은 있지도 않은 가상 현실이란 주장이다.
특히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이날 윤 의원을 최고위로 불러 김 대표에게 사과하는 모양새를 갖춰주려 한 것은 '포장만 중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의원은 자택 방문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장소를 찾았다. 그러나 김 대표가 윤 의원이 소환됐음을 알고 윤 의원 도착 5분 앞서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김을동 최고위원도 회의 장소에서 이석했다.
회의를 마친 후 원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계셨으면 더 좋았을 뻔 했는데 (아쉽다)"면서 "최고위원회에서는 공천의 공정성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에는 클린공천위원회에서 엄정 조사해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준해서 이번 윤 의원 발언에 대해서도 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원 원내대표의 행보에 한 비박계 한 관계자는 "속이 뻔이 보이는 중재 시도다. 얄미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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