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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통신 내역' 엿본 국정원, 이 법만 통과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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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통신 내역' 엿본 국정원, 이 법만 통과되면…

사이버 테러 방지법, '박근혜 경제 실정' 가리기 카드?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가정보원이 '사이버 테러 방지법'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국정원이 개인 위치·금융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 '테러 방지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데 이어, 네이버·카카오톡·다음, 통신사 등 인터넷 영역에서도 정보를 수집할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8일 '사이버 테러 방지법' 직권 상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같은 날 국정원은 "북한이 국내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고 밝히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청와대도 9일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하루빨리 처리되기를 바란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일사분란하게 일어난 일들이다. (☞관련 기사 : 국정원 "2000만 사용 보안업체, 北에 뚫렸다")

국정원, 네이버 등에서 정보 수집 권한 얻어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이버 테러 방지법'은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 통신사, 쇼핑몰 등 정보 통신 사업자를 국가정보원이 '민간 책임 기관'으로 지정해 직접 지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 인터넷 사업자 등에 대한 국정원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련 기사 : '사이버 테러법', 네이버·카톡도 국정원 손 안에!)

이 법이 통과되면 포탈이나 통신 사업자 등은 '사이버 테러 정보', '정보 통신망, 소프트웨어의 취약점' 등의 정보를 국정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8조 2항). 또 국정원이 '사이버 테러 민·관·군 합동 대응팀'을 만들고, 통신사나 포털 등 민간 정보 통신 사업자에게까지 인력 파견과 장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11조 3항).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카카오톡, 포털 등이) 국정원에 보고한 취약점을 활용해 국정원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해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 테러'를 빌미로 국정원이 개인 정보에 개입할 여지를 지나치게 넓게 준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법은 사이버 테러를 '해킹'과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하는데(2조 1항),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사소한 해킹 사고만 일어나도 국정원이 (포털 등 해당 사이트 서버를 합법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사이버 테러가 일어나지 않아도, 국정원은 일상적인 조사를 할 수 있다. 선제적인 사이버 테러 예방 활동 차원에서다. 이 법은 국정원의 임무를 "사이버 테러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 전파"하는 것으로 규정한다(6조 2항). 야당과 시민단체가 "국정원이 영장 없이 인터넷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프레시안(손문상)

국정원, 더민주 장하나 의원 통신 자료도 조회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9일 "지금도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수사를 위해서 '패킷 감청'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회선을 감청하고 있는데, 이 법이 제정되면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극히 위축될 수 있고, 특히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나 선거 개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이날 SK텔레콤에서 '통신 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받은 결과, 국정원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의당 이리원 부대변인은 이날 "국정원이 국회의원의 정보를 이렇게 쉽게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 국민의 정보는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전 국민을 상대로 더 민감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기사 : '사이버 사찰' 피해자들, 3.1절 '독립선언문' 발표)

새누리·청와대·국정원, 총선 국면 전환용 카드?

현실적으로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19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면 여야가 합의해야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며 직권 상정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화 의장으로서는 테러 방지법 직권 상정으로 필리버스터 국면을 맞았는데, 비슷한 법을 또다시 직권 상정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사이버 테러 방지법 카드'가 총선을 앞둔 '국면 전환용'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부각하면서 '총선 경제 심판론'을 제기하자, 새누리당은 '안보 이슈'로 화두를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만큼, 여당으로서는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야당 책임론'을 부각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새누리, '북풍'은 부족해…'테풍' 불어라?)

진보네트워크는 8일 성명을 통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국정원 권한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사이버 테러 방지법 제정에 대한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국정원에 영장 없는 인터넷 수색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수색을 하더라도) '통신 비밀 보호법' 절차에 따라 집행하지,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법이 집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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