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국정원이 이번엔 사이버 테러 공포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청와대는 8일 "북한의 사이버 테러 위협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이버 테러 방지법을 "19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이버 테러 방지법 처리를 역설하자 국가정보원 등 정부도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이버 테러 방지법은, 새누리당이 일방 처리한 테러 방지법과 쌍둥이 법안이면서도 인권 침해 우려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보·통신 기술(IT) 특성상, 한번 국정원에 권한을 부여하면 국정원의 행위를 어디까지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 자체가 불분명하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정부 및 국내 주요 인사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언론에 정보를 흘렸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톱에 "정부 인사 스마트폰 북한이 해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정부 당국자가 "정부 내 상당히 중요한 인사들의 스마트폰이 해킹됐으며, 북한 소행으로 밝혀졌다"는 말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철도 등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있었지만, 당국이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차단했다"는 정보도 흘렸다.
국정원은 전날 별도로 보도 자료를 내고 "(북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제재에 반발하는 북한이 사이버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실제 현실화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내친김에 이날 국정원은 3년 만에 긴급 국가 사이버 안전 대책 회의를 주관한다.
테러 방지법은 예고편에 불과했다…더 무서운 놈이 온다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국정원이 관리, 지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위 등이 관리해 왔다. 즉 '민간 시장 분야' 관리에 국정원을 수장으로 앉히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이 분석한 데 따르면 국정원은 미래부, 방통위 등 그간 민간 인터넷을 관리해온 모든 '관'의 수장이 되며, 지휘를 받게 되는 '민'에는 통신사, 포털, 쇼핑몰 등 '주요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포함된다. 시민단체는 "이는 사이버 계엄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이버 테러 방지를 위해 모든 민간 IP주소에 대한 실시간 추적시스템도 국정원이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참여연대, 민변 등은 "이 법에서 '사이버 테러'는 '해킹' '바이러스'를 다 포함하고 있다. 또 사이버 테러로부터 '사이버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사실상 모든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즉, 인터넷에 바이러스가 퍼지거나 해킹사고만 일어나도 사이버 테러를 주무하는 국정원이 '조사'하겠다며 나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간 인터넷망이나 소프트웨어의 '취약점'도 국정원에 공유돼야 한다. 취약점이 공유되면, 인터넷 망이나 SNS 관련 소프트웨어를 뚫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정원이 의지만 가지면 대부분의 민간 분야 네트워크를 손바닥 보듯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 법은 기본적으로 국정원의 직무 확대다. 해킹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그 권한이 계속 강화될 수도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떠한 기구도 국정원이 사이버 공간에서 그 권한을 오남용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뿐 아니라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의 IT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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