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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날개 단' 국정원 '유혹'에 안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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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날개 단' 국정원 '유혹'에 안 넘어가?

[분석] 국정원, 엄청난 정보 수집 가능…'잉여 정보'는 어떻게 활용될까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몰아주는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 방지법(테러 방지법)'을 2일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했다.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국내 정보 활동에는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처리된 테러방지법의 핵심은 국정원의 역할이다. 컨트롤타워는 대통령령으로 위원장을 정하게 돼 있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지만, 이 기구는 테러 관련 정책 심의 의결, 테러 방지 계획 수립 등 거시적인 역할에 그친다. 테러 관련 정보 수집 및 집행의 핵심 권한은 모두 국정원에 집중돼 있다.

특히 국정원장은 테러 위험 인물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대해 "출입국·금융거래 정지 요청 및 통신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안 제9조)"을 할 수 있다. 테러 위험 인물 지정, 해제 절차는 아예 없다.

감청 등에는 영장이 필요하지만 국정원장이 '테러 위험 인물'이라고 판단한 것까지 판사가 검증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국정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감청을 먼저 한 후 사후 영장을 받을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이날 부결된 테러방지법 수정안 제안 설명에서 "(새누리당이 발의한 안은) 부칙 제2조 2항에서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뿐만 아니라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경우'까지 국정원이 감청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경우'를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와 동일시하게 되면 국정원이 대테러 활동에 필요하다고 하면 영장도 없이 먼저 감청을 시행하고 나중에 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영장 있는 감청' 주장은, 이같은 현실을 일부러 깔아뭉갠 공허한 반론일 뿐이다. 금융거래 정보 보고·이용법(FIU법)에 따른 금융정보 수집은 영장 없이도 가능하게 된다.

또한 "국정원장은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개인정보('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정보'를 포함한다)와 위치정보를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의 '개인정보 처리자'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위치 정보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정보는 "사상이나 신념, 정치적 견해,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아우른다.

국정원장은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테러 위험 인물로 지정, 그의 이력을 투명하게 훑어볼 수 있게 됐다. 지난 3년간의 대선 과정 정치 개입 논란, 해킹 프로그램 편법 도입을 통한 무차별 감청 논란 등을 통해 불거진 강력한 국정원 개혁 요구를 뚫고, 국정원은 오히려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도약했다.

▲2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테러 방지법이 찬성 156표, 반대 1표로 통과됐다. ⓒ연합뉴스

인권 침해만 문제? 국내 정치 관여 심각한 우려

테러 방지법이 위험한 이유는 많다. 특히 지적되는 것은 무차별적 개인 정보 추적으로 인한 인권 침해 논란이지만, 간과돼 온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가능성이다.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음해하기 위해 댓글을 다는 식의 능동적 정치 개입 행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국정원이 정치 분야의 실력자가 돼 있을 수 있다. 개입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불안하고, 더 소름끼치는 일이 될 수 있다.

테러방지법을 뜯어봐도,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막을 장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이를테면 국정원장에 의해 테러 위험 인물로 지정된 인사에 대한 감청, 개인정보 수집 및 추적 과정에서 얻은 정보는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환부를 도려내듯 특정 인물에 대한 정보만 수집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카카오톡 감청 논란을 보면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세월호 관련 시위로 구속된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입수한 카카오톡 단체방 정보에는 정 전 부대표 관련 정보만 들어 있는 게 아니었다. 정 전 부대표가 개입된 카카오톡 단체방에 참여한 약 2000여 명의 대화명과 전화번호가 사실상 검찰에 제공됐다. 이같은 대화방에는 보통 가족 등 주변 인물과의 내밀한 대화가 포함돼 있다. 지인, 정당인, 시민운동가는 물론 기자와 나눈 대화까지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를 통해 봤을 때, 테러방지법을 통해 국정원이 챙길 수 있는 '잉여 정보'는 엄청난 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국정원이 불필요하게 취득한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 규정돼 있지 않다. '잉여 정보'가 재가공돼 애초 감청의 목적에 맞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도 막을 방법이 없다.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국정원의 '도덕성'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국정원의 정치 관여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우려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문제는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들은 그간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이 없어서 국내 정치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정보원법에는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국가공무원법에도 공무원의 정치 중립이 규정돼 있다. 그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유죄를 받았다. 국내 정치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테러 방지법 통과와 관련해 "국정원이 벌을 받아도 모자란 상황인데, 오히려 상을 받았다"는 지적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 하의 국정원은 무소불위였다. 국내 정치 관여로 전직 국정원장이 처벌까지 받은 상황인데, 새누리당은 지난 3년 동안 국정원 개혁 여론을 찍어 누르고 사실상 와해시켜 왔다. 그 와중에 국정원은 이미 진보 정당에 대한 표적 수사를 통해, 국회의원을 날리고, 정당을 해산시켰던 경험을 축적했다. 보수 세력의 갈채까지 받았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으로 공개하며 '국정원의 명예회복'을 운운했다.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다. 여권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정보 정치는 네 갈래를 통해 이뤄진다. 경찰 정보, 검찰 정보, 국세청 정보 그리고 국정원 정보다. 이같은 정보는 모두 권력 핵심부로 모이고, 권력 핵심부는 이를 종합한 후, 선별한다. 유력 인사, 혹은 반대 세력 관련 정보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정보는 국정원의 정보다. 권력자는 특히 국정원 정보 활용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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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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