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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생일, '난(蘭)의 난(亂)' 발생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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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생일, '난(蘭)의 난(亂)' 발생 원인은?

[기자의 눈] 대통령의 '사심 정치'…정치가 희화화 되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이 현기환 정무수석을 "크게 질책"하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위원장의 생일 축하 난을 받았다니, '개인 일탈'에 따른 해프닝으로 '난의 난(蘭의 亂)'은 기록될 것 같다.

왜 이런 해프닝이 생겼는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심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1월 22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의 칼럼 한 대목이다. '대통령 弔花(조화)에 대한 믿기 힘든 얘기'라는 제목이다.

"고위 공직을 지낸 분이 상(喪)을 당했는데 그 상가에 당연히 있을 법한 대통령 조화가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특별한 사람이었다. 청와대가 모르는 줄 알고 몇 사람이 청와대에 알렸다. 금방 올 것 같았던 조화는 늦어도 너무 늦게 왔다.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사정을 알아보았다. '조화를 보내려면 대통령 허락을 받아야 하는 모양'이라는 게 그들의 결론이었다. 이 말이 믿기지 않았는데 얼마 후에 비슷한 얘기를 또 듣게 됐다. 상을 당한 다른 사람에게 관련 분야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수석은 '대통령님 조화를 보내겠다'고 했다. 조화는 끝내 오지 않았다. 궁금했던 상주(喪主)가 나중에 수석에게 물었더니 "조화는 수석 결정 사항이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마도 현 수석은 이 칼럼을 읽지 않았나보다.

지난해 11월 '배신의 정치'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찍혀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쫒겨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부친상을 당했다. 그의 부친은 고(故) 유수호 전 의원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유족 측의 뜻"이라며 상가에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 지역구의 한 예비 출마자는 본인이 '진박(진실한 사람)'이라며 명함을 돌리는 낯 뜨거운 일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11월 26일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렸고, 박 대통령은 불참했다. 당시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영결식 불참과 관련해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주치의는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래 야외에 있으면 해외순방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서 장기간 외부 공기 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삶의 절반은 박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항거의 역사였다. 그 시절 김 전 대통령은 형무소에 갔고, 초산 테러를 당했고, 의원직까지 잃었다. 영결식 추도사를 통해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고인의 명언을 대신 읊었다.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로 있던 정권에 내뱉은 명언들이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5자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3년 전 대선 당시의 '그년' 발언을 따져 물었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가 인상도 좋으시고 말씀도 잘 하시는데 왜 저보고 '그년 저년', '이년' 하셨어요?"라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는 사과를 했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박근혜의 '사심 정치', 정치가 희화화 되는 이유

박 대통은 정무 감각과 의전 감각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18년 동안의 청와대 생활은 그에게 정치 감각을 심어줬다. 육영수 여사 서거 후에는 20대 퍼스트레이디로 살았다. 전화를 받거나 안 받거나, 화환을 보내거나 안 보내거나, 눈빛을 주거나 안 주거나, 사소한 행위에 본인의 정치적 메시지를 실어 보내니, '문고리 권력'같은 말도 나오게 된다.

"박 대통령, 김무성은 3초 원유철에겐 35초 '공항인사'"와 같은 <중앙일보> 기사 제목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이 원유철 원내대표와 35초 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김무성 대표와 3초간 인사만 나눴다는 것이 기사 내용이다.

3초와 35초. 이 차이에서 정치적 함의를 찾는 얘기가 6일 여권에서 무성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당 대표 대신 원내대표와 더 긴 시간을 얘기했다는 게 심상한 일은 아니다"며 "친박·비박 간 거리를 암시하는 시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공항(空港) 정치라는 것이다.

초 단위로 의미를 부여하니, 축하 난을 받았는지, 거부했는지가 큰 뉴스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의전감 충만'한 박 대통령 정치 스타일의 키워드는 배신과 의리다. 배신은 안 되고 의리는 중요하다. 친박연대 관련 공천 헌금을 받아 감옥에 들어갔다 2010년 성탄절 특사로 나온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난 2011년 친박 외곽조직 청산회 송년 모임에 박 대통령은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것은 철칙이다. 본인의 자서전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호오로 사람을 감별한다. 이런 특유의 스타일 때문에 '레이저빔 정치'라는 희한한 말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쏘는 싸늘한 눈빛에 대해 '레이저 맞았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레이저를 맞은 인사는 심장이 멎을 정도로 긴장되고 심지어는 손발이 떨리고 온 신경세포가 마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진박이라는 말이 낯 뜨거울 정도로 난무하는 현 상황 역시 박 대통령의 사심 정치와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국민에 호소하자, 의병이 일어나듯 전국에선 '진박' 신드롬이 불었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논리로 따지면 '배신자'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축하 난 한 촉 때문에 박 대통령의 심중이 해석된다. 어쩌면 의도한 것일 수 있다. 난을 받긴 받겠지만, 이런 해프닝을 일으켜 김 위원장에게 '경고'를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의도가 있고 없고를 떠나, 박 대통령의 이같은 스타일은 정치를 희화화 한다. 박 대통령의 예순 네 번째 생일 날, 난 한 촉의 해프닝이 함의하는 내용은 많다. 그의 '사심 정치'가 또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통령의 '호오' 때문에, 안 그래도 총선 앞둔 여당에 '진박 타령'만 울려 퍼져, 국민들 마음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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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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