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64번째 생일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낸 생일 축하 난을 거절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는 여야가 국민 앞에 서약까지 해놓은 입법 사항을 하루아침에 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기가 막히실 것"이라며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라면 민생 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 운동에까지 이르는 국민들의 간절한 부름에 지금이라도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는 대·중소기업 모두가 간절히 호소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지난 1월 29일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합의까지 해놓고도 그 약속을 깼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여야 원내대표간 약속을 깼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지경", "개탄한다"는 표현을 쓰며 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인 저에게는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간절한 절규와 일자리 찾기 어려워진 부모세대들의 눈물,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 퍼져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지경"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정치권에서 펼쳐지고 있는 권력 관련 쟁점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목소리를 돌아보시기 바란다"며 "선거 때마다 국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칠 것이라고 했던 말씀들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신의의 정치가 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께서 15년 만에 찾아온 한파 속에서도 70만 명이 넘는 분들이 민생 구하기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국민들의 민의를 전달하고 있지만 국회에 정치권은 대답이 없다"며 "국회가 국민들의 그런 간절한 염원을 듣고 있는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생일 축하 난을 보냈는데 이를 거부한 데 이어 김 위원장과 야당을 맹 비난한 것은 여러 관측을 낳게 한다. 박 대통령의 '화환 정치'의 다른 '버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상징적 행위를 통해 사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박 대통령 특유의 정치 스타일이 나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을 돕던 김종인 위원장이 야당으로 간 것과 관련해 '배신의 정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관련기사 : 박근혜 '꽃정치' 생일에 만개...김종인 축하난 거부)
특히 김종인 위원장의 생일 축하 선물을 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는, 중국 팬클럽의 생일 축하 선물을 대하는 태도와 대비된다.
지난달 31일 청와대는 중국의 박 대통령 팬클럽인 '근혜연맹'이 생일을 맞아 보낸 화보와 편지를 적극 공개했다. 박 대통령의 SNS 계정을 통해서도 직접 홍보를 했다. 청와대는 근혜연맹이 현재 중국 온라인 상 박 대통령과 관련된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고 회원 수는 현재 2만3000명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근혜연맹의 서한은 "대통령 어머니에게 전하는 마음의 편지"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박 대통령을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근혜연맹은 "저희는 전설적인 삶을 사시는 당신에게 다가갔고, 우아한 미소에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대통령님의 자서전은 이제 모든 소박한 사람들의 필독서가 되었다"며 "우리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대통령 어머니에게 이 특별한 생신선물을 드립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아직 유치해 보여도 저희의 진심을 담아 보내드리니 이 선물을 보시고 잠시라도 웃으시고 즐거워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물로 전달된 화보에는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작 시가 수록돼 있다. 그 중 한 편을 소개한다. 청와대는 중국어로 적힌 시를 번역해 공개했다. 다음은 근혜연맹 팬들이 보내온 시 일부다.
"또다시 생신을 맞이하여 봄바람이 저 멀리서 불어오니 파릇한 나뭇가지들이 어깨를 펴네. 무지개가 애교를 부리며 불그스름한 양볼에 빛이 찬란하네. 여장부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 날로 노력하시네. 묵향으로 근심을 적어내려 가며 이 야심한 밤에 가벼이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어찌 꽃잎들이 나부끼며 떨어지는가. 웃으며 묻기를 어느 누가 떠나겠느냐. 양 날개가 하얗게 되어도 그 은혜는 잊지 못하니 춤과 노래로 찬양하네."
"당신은 대한민국의 어머니이십니다. 당신은 중국 근혜연맹 아이들의 대통령 어머니입니다. 당신의 하나하나가 다 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고, 일거수 일투족이 아이들을 이끌고 있어요. 매일 언론을 지켜보면서 대통령님의 소식이 나오는 걸 기다려요. 이제 우리의 습관이 되어 버렸어요. 근혜연맹은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인 곳이고, 대통령님은 이 가정의 대통령 어머니입니다. 여기의 모든 것은 대통령님으로 인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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