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박영선 의원이 새 책 <누가 지도자인가: 박영선의 시선, 14인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 발간을 앞두고, 20여년 전 박근혜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 내용을 6일 공개했다.
이 책에는 박 의원이 20여년 기자 생활과 10여년 정치인 생활을 통해 만났던 14명의 국내외 지도자의 모습이 담겼다. 박 의원은 이 책을 통해, 은둔 생활 중이던 1994년 당시 박 대통령과 만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시 나는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 모처 식당에서 그와 점심을 하며 하루 일과를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박근혜 대통령은 "TV프로그램 중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고 답변했다. "왜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세요?"하고 재차 질문하니, "동물은 배신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아버지에게 혜택 받은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등을 돌리는 것을 보며 쌓인 '배신의 분노'를 삼키며 보냈을 지난 30여 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 세월은 너무 길었던 것일까? (…)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이란 남들이 느끼는 것보다 깊고 강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 일부 '비박계' 정치인들을 두고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을 썼다. 박 의원은 이를 언급하며 "나는 진심으로 첫 여성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을 만났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해외 지도자 중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라빈 이스라엘 전 총리,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서술했다.
박 의원은 "실제로 대통령이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분명 구별되는 무엇이 있다"며 "대통령들에겐 모두 시대를 응축하는 '시대의 언어'가 녹아있다. 이들은 반드시 자신의 정치 경력과 시대정신을 일치시키고 숙성시키기 위해 인내를 필요로 하는 담금질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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