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비상 지도부 역할을 하게 될 '김종인 선대위'의 컨셉트는 '화합'이었다. 김 위원장의 의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인선 결과는 계파별·지역별 균형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김종인 위원장은 2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저 나름대로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당의 지금까지 내려온 갈등 구조에 섞인 사람들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는 측면에서 인선을 했다"며 "그 점을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일요일(24일) 1차 선대위 회의를 해서, 내주쯤 구체적인 선대위 조직의 윤곽을 여러분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복당한 이용섭 전 의원이 총선 정책공약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고, 정무·전략 파트에서는 이철희 뉴파티위원장이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친노 일색?…"균형 맞춘 것", "박영선 그룹 약진" 평이 다수
이날 한 비노계 인사가 "친노 일색 아니냐"고 평했다고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하고, 다른 언론에서도 '16명 중 12명이 친노·범주류'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는 다소 피상적인 분석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이들이 '친노'나 '주류'라고 평가한 박범계 의원의 경우, 노무현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대표보다는 박영선 의원과 더 가깝다.
박영선 의원도 2003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의해 정치권에 영입됐다는 점만 놓고 보면 '범주류'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박 의원이나 정청래 최고위원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2016년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박영선 의원은 비주류로 평가하면서 박범계·유은혜 의원은 범주류로 평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오히려 계파의 구도에서 보면 '친노 일색'이라기보다 '친(親) 박영선 그룹'이 다수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김종인 위원장이 박영선 의원과 두터운 교분을 맺고 있고, 탈당을 고민하던 박 의원을 설득해 선대위에 끌어들인 점 등을 볼 때, 당 외부 인사라고 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이 당 사정을 파악하고 당을 장악하는 데 박 의원을 중요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춘·정장선 전 의원은 박 의원과 '통합행동'이라는 모임을 같이 했던 이들이고, 박범계 의원도 박영선 의원이 원내대표일 때 원내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더불어민주당 사정에 밝은 핵심 관계자는 "박영선 그룹의 약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우윤근 의원은 계파보다는 지역을 안배한 성격이 강하다. 우 의원의 지역구는 전남이다. 그가 비교적 계파색이 엷은 중진 의원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은혜 의원은 여성이라는 점과 계파 균형(민평련)을 맞춘다는 점에서 인선됐을 확률이 높다.
'문재인 호위무사' 최재성 포함, 왜?
이른바 '친노'로 불리는 친문재인·주류 그룹에 속한 이는 최재성 의원과 진선미 의원,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다. 여기에 아직 정치적 지향이나 인간적 친소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비(非)정치인 출신 영입 인사들(표창원·김병관·양향자·이수혁)은 문재인 대표가 나서서 영입한 사람들인 만큼, 문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 의원의 경우 언론에서 '문재인의 호위 무사'로 불릴 만큼, 당 사무총장과 총무본부장을 맡으면서 문 대표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486 그룹 소속 한 재선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을 당직에서도 내치는 것은 좀 가혹하지 않느냐"며 "불출마 선언을 한 점이나, 그 동안 인재 영입 등 실무를 맡아 성과를 낸 측면을 (김 위원장이) 고려해준 것 같다"고 인선 배경을 짐작했다.
최 의원이 선대위에서도 비주류에 대한 강경 비판 입장을 이어갈지는 관측이 갈린다. 핵심 관계자는 "선대위의 무게 중심은 이미 박영선으로 넘어갔다"며 "최 의원이 버티거나 박 의원과 싸울 수는 없을 것이고, (선대위원으로 인선된 것도) 문 대표를 보아 최 의원의 면을 세워준 것 정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다만 최 의원이나 진 의원 등이 포함된 것은 김 위원장이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무슨 '친노'의 압력에 의해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앞으로 선대위가 발족하는 과정에서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선대위에 친노는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던 것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나는 누가 친노이고 아닌지 개념이 없다"며 "어떻게 (인선을) 짜야 화합하는 데에 도움이 되느냐가 기준"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한편 "몇 분야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어, 추가적으로 청년·노인·노동 부분은 (추가 인선을 통해)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원은 누가?…김종인 "뉴파티委는 '선대위 밖'에서 활동"
김 위원장은 또 선대위와 비대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대위는 선거 관련 문제를 다루고 비대위는 당무 전체를 관장한다"며 "선대위 안에 계신 분들이 비대위원으로 선출된다고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비대위에 누가 들어가느냐, 누가 비대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뉴파티위원회에 대해서는 "오늘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뉴파티위원회는 그 위원회대로 선대위 밖에서 활동할 것이고, 선대위와 중첩되거나 혼선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철희·표창원·양향자·김병관 선대위원은 뉴파티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 뉴파티위 위원장으로 이날 임명된 이철희 위원장을 비롯, 뉴파티위 인사들은 아직 김 위원장과 만나거나 소통한 적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전날 위원회 출범 선언문에서 "우리는 김 위원장을 신뢰한다"며 "김 위원장이 새로운 세력과 파트너십을 갖고 함께 이 당을 변화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김 위원장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일단 김 위원장의 첫 반응은 '몰랐다'는 정도였던 셈이다.
김종인 "국보위 이력, 문제 되는지 잘 모르겠다" 논란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전두환 군사정부 참여 이력에 대해 국민의당(안철수 신당) 측에서 비난하고 있는 데 대해 "국보위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지 내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국보위뿐 아니라 어떤 결정을 해서 참여했던 일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자신의 국보위 참여 계기에 대해 "나는 우리나라가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때부터 참여해 역할을 했는데, 국보위에서 부가세를 폐지하려고 그 폐지에 대해서 협조해 달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나는 '지금 부가세가 실시돼 4년여 됐는데, 초기의 조세 저항 등 문제로 폐지하면 우리 세제에 큰 혼란이 온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국보위 참여)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후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중장(3성장군)이 설치한 사실상의 군사정부였다. 법적으로는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문위원회 성격이었지만, 실제로는 계엄 하에서 국회와 행정부의 기능을 도맡아 했던 초헌법적 성격의 기구다. 부가가치세 폐지를 막는다는 목적이었다 해도, 이런 성격의 기구에서 활동했다는 것에 대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지난해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도, 그가 경찰로 국보위에 파견돼 근무했다는 사실 자체가 논란이 됐었고, 이 전 총리는 "국보위 설치가 국헌 문란 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자신은 실무요원에 불과했으며 국보위 활동으로 받은 훈장의 반납도 검토하겠다고 말했었다.
더구나 현재는 더불어민주당의 과제로 '호남 민심' 수습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국보위나 전두환 군사정부에 대한 호남 지역의 감정이 어떤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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