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신년 기자 회견에 대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안 의원은 19일 오후 입장을 내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더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문 대표를 정조준했다. 문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공언하고 '김종인 선대위원장' 카드로 야권 주도권 다툼에서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이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원칙 있는 승리가 어려우면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하셨다"며 "그런데 김종인 위원장의 영입은 '원칙 없는 승리라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노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분들이 그런 선택을 하다니,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도 "야권 분열에 대한 지적은 있으나 깊은 성찰과 반성은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앞장선 분을 선대위원장으로, 당의 얼굴로 모신 것이 '원칙'이냐"고 안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했다.
최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사 브리핑에서, 문 대표가 언급한 야권 연대 가능성에 대해 "깊은 성찰이나 반성 속에서 야권이 재구성돼야 한다"며 "(반성 없이) 연대나 통합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성찰, 비전 없는 연대는 국민들이 '무엇을 위한 연대냐'고 (하면서) 감동도 없고 납득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최 대변인은 또 "(대표직을) 사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한다"면서도 "그런데 '조건 있는 사퇴'라는 뇌관이 야권 진영을 어떻게 흔들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 대표의 회견에 대해 "한 달 넘게 여야 협상은 교착상태인데, 선거구나 노동법, 경제 법안 협상에 대한 입장이나 적극적 해결 방안 언급이 없다"며 "국정의 한 쪽을 책임지는 야당 대표의 신년 회견이라는 점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키움닷컴 김봉수 영입…윤여준, 병석에서도 인재 영입 역할"
국민의당은 인재 영입과 현역 의원 공천 기득권 포기 선언으로 문 대표 사퇴 선언에 맞불을 놨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김봉수 전 키움증권 부회장의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전날 송기석 전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영입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과의 '인재 영입'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국민의당은 "김 전 부회장은 국내 최고 금융·증권 전문가"라며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키움증권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키움증권을 창업 5년만에 업계 1위(위탁 부문)로 키웠고, 키움증권이 시가 총액 1조 원을 돌파하고 코스피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회장은 회견에서 "우리나라 현실 정치는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어서 국민을 갈라놓고 있다"며 "국민의당이 새로운 정치, 혁신의 정치를 펼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현실 정치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주위에 있는 좋은 사람과 경험을 (신당에) 접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김 전 부회장은 1953년생, 충북 괴산 출신으로 청주고-고려대를 졸업했다.
안 의원은 전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건강 문제로 창준위 일정 참여가 열흘 넘게 늦어지고 있는 윤여준 공동위원장(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편찮으신 부분들에 대해 어느 정도 건강 회복은 되셨지만 원인을 찾는 검사를 하시느라 조금 지체되고 있다"며 "그렇지만 병원에서도 계속 전화로 소통하고, 또 여러가지 인재 영입 관련 역할도 지금 해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전날 TBS 인터뷰 발언은 정치권 일각에서 나도는 소문에 대한 차단 성격이 강하다. 윤 전 장관이 신당 추진 세력과 모종의 갈등을 겪고 있다거나, 주변의 만류로 참여 여부를 재고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날 <연합뉴스>도 '억측'이라는 전제를 달아 이같은 소문을 보도했다. 다만 신당 측에서는 "일각의 거취 의혹은 그야말로 흑색선전"이라고 강력 부인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 국민의당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오전 당사에서 김봉수 전 키움증권 부회장 영입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환 국민의당 전략위원장, 김 전 부회장, 안 의원, 김관영 인재영입위 간사. ⓒ연합뉴스
安신당 현역 의원들 "어떤 경우에도 기득권 요구 않겠다"
또 이날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는 10여 명의 현역 의원들은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고 "국민의당의 일원으로, 현역 의원으로서의 어떠한 보장이나 공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현역 의원으로서의 기득권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결의한다"고 밝히고 "당에서 결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정한 경선룰에 참여할 것이고, 더불어 당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따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들은 "우리는 공천과 관련해 국민의당 창당과 함께 만들어진 당헌·당규가 당명(黨命)임을 명심하고, 모든 결정을 당명에 따를 것임을 선언한다"며 "살신성인의 자세로 창당 작업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여당은 특정 수구·보수 세력의 이익 대변자에 불과하고, 제1야당은 특정계파의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만년 야당의 길만 가고 있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며 "국민의당에 참여한 우리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 과감한 변화를 통해서 개혁을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투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른바 '입법 로비' 의혹으로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무소속 신학용 의원이 이 결의문 채택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최원식 대변인은 "원래 정당법이나 관행상 입당은 거부하지 않는다"며 "신 의원은 불출마(선언) 하셨기 때문에, 출마를 전제로 한 입당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신 의원은 1심 판결을 앞두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지난 14일 "문재인 대표 친위대의 극단적 패권주의"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더민주를 탈당했다. 신 의원은 당시 "당분간은 무소속으로 남아서 저의 명예회복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었다.
최 대변인은 신 의원의 재판과 관련해 "사건 형태를 보면, 출판 기념회 등에는 관행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은 참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전 '부패 혐의 기소만 돼도 당원권 정지'를 주장한 것과 1심 유죄를 받은 신 의원의 합류가 모순된다는 지적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최 대변인은 문 대표 사퇴 선언으로 더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들의 '탈당 릴레이'가 주춤하며 신당의 교섭 단체 구성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정도까지는 교섭 단체 구성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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