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이른바 '안철수 신당' 측이 독자 노선에 대한 의지를 뚜렷이 밝히고 있다. 창당의 구심점인 안철수 의원이 재차 야권연대는 없다는 공개 발언을 했고, 신당 주요 인사들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호남 민심 경쟁, 인재 영입 경쟁을 겨냥한 새 인물 카드도 공개했다.
안철수 의원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위원회 기획조정회의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권 분열은 새누리당이 원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인식과 태도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참담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무조건 뭉치면 산다는 식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수구 지배체제'에 균열을 내야 할 때"라며 "국민의당은 야권 분열을 위한 당이 아니고 수구 지배체제에 균열을 내는 당이다. 저는 분명히 약속한다. 총선에서 수구 지배체제를 종식시키고 양당 기득권 담합 체제도 반드시 깰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아무리 국민이 야당 의석 140석 만들어 주면 뭐 하나. 삶이 좋아졌나, 정치가 좋아졌나, 야당이 비뀌었나"라며 "야권연대 프레임으로 지난 10년간 무엇을 얻었나"라고 야권연대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폈다. 그는 "야권연대를 넘어서는 담대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창준위 부위원장인 문병호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8번의 큰 선거가 있었는데 2승 6패를 했다. 그리고 금년 총선도 패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야당을 패배로 이끈 책임을 물어야하고 시시비비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 없이 모이자는 통합은 패배의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과감한 정리가 필요하다"며 "고름이 살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다만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황주홍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야권 연대,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연대를 할 것 같으면 무엇때문에 당을 따로 하겠느냐?"면서도 "그런데 일단 4월 총선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복수의 야당 후보가 나오게 되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고 말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지역별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후보 단일화라든가 또는 연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부분적으로 성사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날 안 의원은 송기석 전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의 영입 사실을 공개했다. 송 전 판사는 전남 고흥 출신이며, 이번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복수 정당에서 영입 제의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 전 판사는 "제가 생활했던 지역(광주)에서 정치를 통해 변화시키고 봉사하는 길을 찾고 있다"며 사실상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할 의사를 밝혔다. 안 의원은 이로써 인재영입위원장을 공식적으로 맡은 이후 첫 영입 작업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시작한 셈이 됐다. 경쟁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문재인 대표가 맡고 있으며, 이날까지 13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20명 채워 교섭단체 구성?…오는 20일 '예비 의원총회' 연다
신당 측은 국회 내에 '진지'를 마련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창준위 대변인을 맡게 된 최원식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중에 의원 20명을 확보해 교섭단체 등록을 추진하겠다"며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협상에서 제3당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황주홍 의원도 "전남, 광주에서 3명 정도가 추가 탈당을 할 것 같고, 수도권에서도 1~2명 정도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20명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된다"고 금주 내 교섭단체 구성을 자신했다. 현재 신당에는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김영환(4선), 김동철·주승용(3선), 문병호·유성엽·장병완(재선), 권은희·김관영·김승남·임내현·최원식·황주홍(초선) 의원 등 14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고, 최재천 의원도 합류 가능성이 높다.
최원식 대변인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른바 쟁점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20일께 의총을 열 생각인데, 그 때부터 (입장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며 "교섭단체가 생기고 원내대표, 수석부대표가 생기면 그 때 확실히 입장을 정해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최 대변인은 전날 자신이 "테러방지법 처리는 시급하고, 이와 함께 북한인권법을 전향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보도된 데 대해 "(이는) 사견을 전제로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당은 전날 최 의원을 대변인에, 권은희 의원을 창준위원장 정책특별보좌역에 임명했고, 민생경제위원장에 장병완 의원, 통일위원장에 김근식 경남대 교수, 법률위원장에 임내현 의원, 대외협력위원장에 김승남 의원, 디지털정당위원장에 김관영 의원, 정책자문위원장에 표학길 서울대 교수, 홍보고문에 권오휴 전 AC닐슨코리아 사장을 인선했다. 홍보위원장과 정책위원장 자리는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최 대변인은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해 "(18일 기조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여야가 기존에 합의한 '253+47' 안에 합의하고, 여당은 쟁점 법안과 노동 관련 법안의 연계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상진 "김종인, 전두환 국보위 참여"…문병호, 安에 "박영선 당대표 제안하자"
한편 이날 기획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향해 "전두환 정권 국보위에 참여한 분"이라며 "가장 많은 정권에 참여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원색 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 당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위상 정립이 국가 정체성 확립의 중요한 과제라고 보아,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협력과 화해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전날 인터뷰를 통해) 과거 통념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비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이 한편으로 보면 국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을 본인 스스로 망가뜨렸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국부라는 호칭을 붙일 수 없다"고 말했었다. 한 위원장은 "이제 전직 대통령에 대해 합리적인 토론을 할 때가 됐다"며 "가장 많은 정권에 참여한 기록을 가진 김종인 위원장이 '이승만 국부론'을 비판했으니 전두환 정권 국보위에 참여한 분으로서 다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공세를 폈다.
임내현 의원도 "친노 세력은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보수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전 대통령의 공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이것 역시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다. 긍정적이고 당당하게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동철 의원은 더민주를 향해 "최근 인재 영입한다고 '포장'한다"며 "바로 얼마 전까지 진보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한 사람들이 어떠한 변명이나 사과나 반성도 없이 실체는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포장만 바꾼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창준위 부위원장인 문병호 의원이 안 의원, 한상진 창준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그룹채팅방에 "박영선 천정배 모시고 오면 좋겠습니다. 박영선 의원에게는 당 대표, 서울시장 공천 제안하면 좋겠습니다. 천정배 의원께는 자(신감) 살려주는 말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린 문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이 <뉴시스> 사진기자 카메라에 찍혀 그대로 보도되기도 했다.
문 의원이 전날 밤 11시께 보낸 것으로 보이는 이 메시지에서 문 의원은 이같이 박·천 의원의 영입을 제안하며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심정으로 절박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안 의원 등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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