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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이중 플레이와 이중 처지

[시사통] 1월 11일 이슈독털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이나 모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입장을 담은 담화라고 하는데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타이밍은 참 애매합니다. 느리기도 하고 빠르기도 합니다.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달래는 면에서는 느립니다. 북한 핵실험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나서 내놓는 담화이니까요.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이 "워낙 큰 사안이어서 대통령의 힘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고 청와대가 국가 위기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임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는 취지의 건의가 많이 올라갔다"고 담화문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던데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기초로 삼으면 더더욱 '뒷북'의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반면에 대북 제재에 초점을 맞추면 빠릅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게 대북제재인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를 띄워 대북 무력시위를 하지만 중국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와는 별도로,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선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죽도 못 만들고 밥도 못 만드는 이때 굳이 대국민 담화를 내놓으려는 이유가 뭘까요?

눈여겨 볼 게 있습니다. 청와대 쪽에서 흘러나오는 담화문 내용인데요. 북한 핵실험 관련 내용만 담기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사정이 북한 핵실험으로 더 얼어붙을 가능성을 염려하면서 경제 살리기 관련 법안, 노동 관련 법안 등의 처리를 국회에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북한 인권법안의 처리도 함께 요구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담화문의 한 대목을 구성할 내용들을 들으니 새삼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1월 임시국회 회기인데요. 바로 오늘, 11일부터 시작되죠?

이렇게 보면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차원의 이벤트입니다. 북풍을 뒷바람 삼아 위기감을 고조하고, 그 위기감을 국회 압박용 여론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인데요. 이런 시도를 가능케 하는 고리가 바로 북한인권법입니다. 북한인권법 처리를 미루는 국회를 질타하면 북핵 위기와 국회 태업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고, 이런 연결선 위에서 국회 태업의 사례를 경제·노동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겠죠. 그럼 당장의 법안 처리를 압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월 총선에 대비해 국회를 경제 무능 프레임에 안보 태업 프레임까지 이중으로 가둘 수 있을 겁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낼 뿐만 아니라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것이죠.

이런 '기획'에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그냥 그렇다고 치겠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사람은 제사 지내는 충정을 내세워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법이니까 박 대통령도 경제살리기의 절박성을 앞세워 '틈새의 정치'를 정당화하려 들 겁니다. 문제는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는 쪽이 박 대통령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거꾸로 박 대통령이 압박을 받는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확실히 구축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 핵실험은 더 할 나위 없는 기회일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를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까요?

관련해서 오늘 나온 두 개의 뉴스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첫째, B52 전략폭격기의 무력시위를 먼저 제안한 쪽은 미국이라고 합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장관과 통화하면서 제안했다고 합니다. 둘째,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전화통화를 원하고 있지만 중국이 머뭇거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중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면 한미일 안보협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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