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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버스는 한꺼번에 오는 걸까?

[월요일의 '과학 고전 50'] <사회적 원자>

<프레시안>이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사이언스북스와 함께 특별한 연중 기획을 시작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한 권의 '과학' 고전을 뽑아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서평 대상으로 선정된 고전 50권은 "우리에게 맞춤한 우리 시대"의 과학 고전을 과학자, 과학 담당 기자, 과학 저술가, 도서평론가 등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2015년에 새롭게 선정한 것입니다. 이번 연재는 선정된 과학 고전 각각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또 새롭게 읽어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관련 기사 : APCTP 과학 고전 50선)

김상욱 부산대학교 교수(물리학자), 손승우 한양대학교 교수(물리학자), 이강영 경상대학교 교수(물리학자), 이권우 도서평론가, 이명현 박사(천문학자),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강양구 기자 등이 돌아가면서 서평을 쓸 예정입니다. 두 번째 서평은 손승우 한양대학교 교수가 이어갑니다.

오늘의 과학 고전은 마크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입니다!

2015년 12월 30일. 지난해 과학계 마지막 뉴스는 원자 번호 113, 115, 117, 118 네 개의 새로운 원자 발견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제 주기율표가 7주기까지 118개 원자로 모두 빈틈없이 채워졌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내 언론과 국민들 반응은 100여 년에 걸친 과학계의 과업에 대한 찬사보다는 인접국 일본이 그 가운데 한 원소를 발견하였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를 더 드러냈다. 아마도 100여 년 전부터 자행된 일제 수탈 역사를 미봉하려는 실망스러운 '위안부 합의안'이 불과 이틀 전에 발표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 <사회적 원자>(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전혀 관계없을 원자에 대한 이야기와 인접국 사이의 깊은 역사적 갈등, 그에 따른 국민들의 정서가 과연 한 틀 안에서 이야기 될 수 있을까? 2007년에 출간된 책, 마크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에서는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한 통계물리학의 호기로운 도전이 소개된다.

이 책에서 저자 마크 뷰캐넌은 <네이처>의 편집자로서 목격해온 인간 세상사에서 수학적 규칙성을 찾으려는 시도와 복잡계 과학을 직접 연구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물리학'의 대변인이 되어,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 잠재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원자의 발견 이후, 플라스틱, 반도체 그리고 다양한 신소재와 같은 현대 물질 문명이 가능하게 된 것은 원자들의 성질을 이해하고, 새로운 원자를 발견하며, 그 원자들 사이의 결합과 배열 방법에 따른 새로운 물성을 연구해온 현대 과학, 특히 응집 물질 물리학의 눈부신 성과에 있다.

물리학자는 원자와 분자라는 기본 요소의 성질을 이해하고, 그 결합과 배열에서 오는 무한한 패턴을 반복된 실험으로 탐구한다. 같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졌지만 연필심과 다르게 다이아몬드가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무수히 많은 원자들이 특별한 결합과 배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무수히 많은 '원자'들의 성질과 그 결합 규칙에서 오는 자기 조직화의 원리 그리고 그에 따른 패턴을 연구하는 것은 응집 물질 물리학과 성공적으로 함께 발전한 통계물리학의 고유 영역이다.

사회 문제도 결국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회적 원자'인 개인을 이해하고, 그 상호 작용을 이해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 개인으로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며 남들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면, 이런 사회적 원자가 서로 얽혀서 만드는 유행과 사회 계급, 대중 운동, 협력과 전쟁 같은 사회 현상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론 물리적 원자와 사회적 원자는 큰 차이가 있다. 물리적 원자는 언제나 같지만, 사회적 원자인 사람은 변하고 적응하며 사회 조직에 반응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 개인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사회 현상에 대한 물리학적 접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자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패턴을 따른다!

이 책에 소개된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의 툰드라 지대에는 마치 사람이 살았던 흔적처럼 지름 2미터 정도의 정교한 원형 돌무더기 둔덕들이 모여 있다. 누군가 쌓으려면 오랫동안 세심하게 노력해야 했을 이 돌무더기들이 사실은 땅이 얼었다 녹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흙과 돌무더기의 어는 시간의 차이로 저절로 만들어진 자연 현상이라는 것을 과학자들은 간단한 '자기 조직화' 과정을 가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밝혀냈다. 정교한 돌무더기가 만들어지는데 인간의 지성이나 활동은 전혀 관여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인간의 활동에서 보이는 비슷한 예를 보자. 1980년대 헝가리 부다페스트 교통 당국은 출퇴근 시간대 교통난을 해소하고자 버스 노선의 운행 편수를 늘렸다. 그러나 오히려 사람들은 버스를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거나 한꺼번에 버스 서너 대가 함께 온다고 불평했다. 이건 버스 기사나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행동한 결과일까?

버스의 배차 간격을 아무리 똑같게 출발시켜도, 버스 간격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무리지어진다. 원리는 이렇다. 한 버스가 승객이 많은 곳에 정차하면 많은 승객을 태우느라 정차 시간이 길어진다. 바로 뒤의 버스는 승객이 앞 차만큼 많지 않아 정차 시간이 짧아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버스는 자연스럽게 무리지어진다. 바로 버스들의 자기 조직화이다. 유명한 토머스 셸링의 인종 분리 연구나 디르크 헬빙의 군중의 이동과 탈출 상황 연구에서도 구성 요소 사이의 간단한 행동 원리에서 오는 '자기 조직화'와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사회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회적 원자'의 행동 원리를 잘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심리학의 결과들은 인간이 합리적인 계산 기계이기보다는 '유연한 사고 본능을 가진 존재'로 본다. 대니얼 카너먼의 "두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시시때때로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의 '생각'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겪으면서 형성된 뇌의 구조와 기능 속에 그 단서가 있다. 인간은 역사의 99퍼센트 기간 동안 소규모 집단으로 방랑하면서 수렵과 채집에 적당하도록 적응하며 살아왔다. 현재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조상들의 생존을 유리하게 했던 '본능'은 이성적인 계산과는 거리가 멀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사회적 원자'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빠르게 적응하며 배운다. 다른 원자를 흉내 내고, 동질적인 원자에게는 협력하고, 다른 집단의 원자에게는 배신을 한다. 바로 인류 역사에서 협력적인 개체의 집단으로 생존하고, 인접한 다른 집단에게는 경쟁하고 배척해온 진화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변덕스럽고 복잡해 보이는 '사회적 원자'의 특징을 무조건 모두 반영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전체의 패턴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요소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버리는 단순화에 바로 '사회 물리학'의 강점이 있다. 이 부분을 논의하는 7장의 본문 내용은 물리학자인 저자의 자부심이 느껴져 이를 아래에 옮겨본다.

"물리학의 강점은 언제나 어림짐작에 있다. (…) (물리학에서의 중요한 결론들은) 잡다한 세부 사항에 의존하지 않는다. 핵심은 과도하게 단순화된 모형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중요한 몇몇 세부 사항을 제대로 짚은 모형은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는 인간 세상사에 숨은 수학적 규칙성을 찾는 다양한 시도들을 풍부한 사례로 보여주어 일반인도 사회 물리학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 저자가 제공하는 참고 문헌의 최신 연구까지 읽어본다면 사회 물리학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만큼 그 목록이 잘 갖춰져 있다.

이와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 2015년 APCTP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김범준의 <세상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펴냄)은 우리 주변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회물리학의 사례를 더 쉽게 설명한다. 최근 심리학의 발전으로 알아낸 인간 사고의 본능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진원 옮김, 김영사 펴냄)을 추천한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다양한 자기조직화 현상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페르 박의 <자연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이재우·정형채 옮김, 한승 펴냄)을 읽어보시라.

처음의 주기율표 이야기로 돌아가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과연 사회적 원자의 주기율표는 있을까? 다른 족의 원자가 있고 같은 자원을 두고 경쟁한다면 우리 '인간족' 원자들은 또 무리를 이루어 협력하여, 다른 족 원자들과 경쟁하며 몰아낼 듯하다. 당장은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게임 <스타크래프트> 저그와 프로토스, 혹은 영화 'v'의 다이아나가 떠오른다.

우리 인류와 전혀 다른 진화의 과정을 거쳐 아주 다른 '사고 본능'을 가진 다른 족 원자들과의 조우. 이쯤 되면 '우주 사회학'을 연구해야 될 것이고, 인류는 또 다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여 살아남아 다른 족 원자들과도 공존하는 본능을 익힐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한 사회학은 좀 더 복잡하지만, 어쩌면 그 관계가 현대의 물질 문명처럼 찬란하고 풍요롭지는 않을까?

몇 년 전 동료와 나누었던 이야기의 한 가지에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해리 셀던은 분명 미래의 사회 물리학자이야."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파운데이션>에서는 거대 은하 제국의 붕괴를 예측하는 '심리 역사학'은 수학적 확률론,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 등이 결합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회적 원자>를 즐겨 읽은 사람은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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