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소탄' 시험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겠다고 공언한 정부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투입을 고려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강화에 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수소탄' 시험에 대응해 미국이 보유한 전략 무기들을 한반도에 들여오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순진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수소탄' 시험 직후 통화에서 미국의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2, B-52 전략 폭격기를 비롯해 항공모함 등 기존에 북한이 반발해왔던 주요 무기들이 도입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러한 무기들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중국의 반발이 나올 수 있어 실제 도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방부는 도입 시기와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남북이 지난해 8.25 합의 때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고 합의한 것과 관련, 현 상황이 '비정상적인 사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핵 실험에 대한 군사 옵션 중 확성기도 그중 하나이지만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해 확성기 방송을 당장 재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 장관은 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한 자리에서 "핵 실험 대책은 기본적으로 국제적 제재를 병행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남한 핵무장론과 관련,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질문에 한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일관되게 관철시킨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한반도에 핵무기의 생산, 반입 등이 안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다"고 선을 그었다.
'세컨더리 보이콧' 쉽지 않을 것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수소탄'시험에 대응하는 제재 마련에 돌입했다. 유엔 안보리는 6일(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열고 언론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는 "안보리 이사국들은 안보리 결의 1718호(2006년 핵실험 이후 제재 결의), 1874호(2009년 핵실험 이후 제재 결의), 2087호(2012년 광명성 3호-2호기 발사 이후 제재 결의), 2094호 (2013년 핵실험 이후 제재 결의) 및 비확산 체제에 대한 명백한 위반인 이번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밝혔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안보리가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 '추가적인 실질적 조치'(further significant measures)를 취할 것이라는 결의를 표명한 바가 있음을 상기하고, 이러한 공약과 이번 위반의 엄중성에 따라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통한 조치 마련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어떤 제재가 새롭게 추가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안보리는 금수조치, 화물검색, 금융제재,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여행금지 및 자산 동결 등을 제재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수소탄' 시험을 통해 기존 제재가 북한의 핵 실험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판단 아래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핵 활동과 관련 없는 경제 활동이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제재해야 한다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란의 경우 이러한 방식의 제재를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제재가 북한에는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북한은 다른 국가들과 상호 의존적인 경제 구조가 형성돼있지 않고 이란처럼 거래 기업도 많지 않을뿐더러, 거래 기업도 대부분 서방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양자 제재 차원이 아닌, 안보리 차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채택하고 이를 결의에 넣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대해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존 안보리 제재 결의에 나와 있는 내용을 분야별로 최대한 강화시킬 수 있는 내용과 요소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계속될 것"이라며 기존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이밖에 통일부는 이날부터 개성공단의 방문 인력을 입주 업체 및 협력업체 관계자 등 생산 활동과 직결되는 인원들로 한정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당분간 남북 간 교류 협력 사업도 뒤로 미뤄질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써는) 안보리 제재라든지 이쪽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교류, 대북지원, 협력사업 등의 문제는 당분간은 뒤로 미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정책 기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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