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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호통 "어느 나라 외교부냐? 일본 외교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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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호통 "어느 나라 외교부냐? 일본 외교부냐?"

정부, '위안부' 피해자와 사전 협의 안해…"이런꼴 보려고 그랬나?"

"외교부 대체 뭐 하는 곳입니까. 우리나라 외교부 맞습니까? 일본 외교부 아닙니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협상 타결을 설명하러 온 임성남 외교부 1차관에게 이같이 따져 물었다. 그는 "나라가 약해서 이렇게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를 왜 두 번씩 죽이려고 하는 거냐"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임 차관을 만난 피해자 할머니들은 사전에 자신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합의한 것은 진정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타결을 할 거면) 미리 (우리한테) 얘기해줘야지. 피해자 먼저 만나야지. 역사의 산 증인이 이렇게 살아 있는데, 대체 당신들 하는 일이 뭐냐"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이나 지원 단체의 의견을 듣지 않고 타결을 감행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 이용수(왼쪽)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2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정대협 쉼터를 찾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자리에 함께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역시 "협상하기 전에 우리한테 왔어야 했다. 우리들한테는 말 한마디도 없이 정부끼리 협상하고 타결됐다고 하는데 이런 꼴 보려고 합의한 거 아니지 않느냐"라고 따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28일 한일 외교 장관 회담이 열리기 전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피해자들을 찾아온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용수 할머니는 "한 번도 없다. 자기들 임의대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그래서 제가 뒤늦게라도 온 것"이라며 "이용수 할머니 마음의 상처에 대해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지만, (타결 전에)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연휴 기간 중에 급하게 진전이 돼서 시간적인 제약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셨다. 전부 돌아가신 다음에, 그 때 가서 우리가 일본에 뭘 요구할 수 있겠나"라며 "대통령이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결말을 짓고 해결을 보라는 지침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소녀상 이전·철거에 확답 없어

임 차관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이번 합의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신조 총리의 사죄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 지원 재단 기금 마련 등이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의 철거 또는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며,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복동 할머니는 임 차관에게 "왜 (양국 정부가) 소녀상을 들먹거리나. 소녀상은 국민들의 돈으로 만든 우리의 역사"라면서 "우리나 일본 정부나 건드릴 수 없는 역사의 표시다. 그런데 우리 정부도 옮기고 싶은 것 같은데 진짜 이건 말이 안 된다"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용수 할머니 역시 "(소녀상이) 대체 (주한 일본) 대사관에 무슨 피해를 주나?"라면서 "대사관이 다른데로 가면 소녀상도 따라갈 것이다. 일본 대사관이 있어서 소녀상을 거기에 세운 것"이라며 현 상태에서는 이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임 차관은 이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기자들이 모두 퇴장한 뒤 임 차관과 면담에서 소녀상 철거나 이전은 안된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임 차관은 "알겠다"는 말 외에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임 차관과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아침에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해하라고 하더라. 자기 언니니 형제가 끌려갔다면 그런 소리가 나오겠나"라며 "끝끝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진짜 무심한 것 같다

지난 28일 "만족은 못하지만, 정부가 한대로 따라가겠다"고 밝혔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자 유희남 할머니는 29일 나눔의 집을 찾은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에게 "이번 일은 대통령이 진짜 무심한 것 같다. (대통령이) 쟤들(일본)하고 똑같이 말씀하시는 거다"라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유 할머니는 "다시 일본인들과 타협하라 소리는 안 한다, 저는 죽으면 그만이지"라며 합의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지만, "아베는 어제 골프 치고, 부인(아키에)은 야스쿠니 신사 가서 참배했다. 돌아서면 침 뱉는 사람들이다. 우리 정부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런데 유 할머니와는 달리 다른 피해자들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군자 할머니는 "피해자인 우리가 (이번 합의를) 인정 못한다. 일본과 다시 대화하고 공적으로 배상받게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김 할머니는 "너무 과하게 합의했다"며 정부가 일본에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정부가) 할머니들 몰래 합의해온 것"이라며 "다른 요구 없다. 공식 사죄 받아야겠다. 이렇게 (합의한 대로) 한다면 우리 대통령이 정말 나쁘고 잘못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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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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