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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의 몰락, 인류 공존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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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달러 패권의 몰락, 인류 공존은 가능한가?

[주간 프레시안 뷰] 中 군사전략가의 美 금융제국 비판 <下>

지난주에 이어 중국 군사전략가 차오량 장군의 강연문을 싣습니다. 차오량은 1973년 달러-석유 연동에 의해 확립된 미국 달러의 금융 패권이 1999년 1월 유럽 단일 화폐 유로의 출범으로 일정한 타격을 받은 데 이어 2000년대 이후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동아시아 경제권의 통합 움직임으로 치명적 타격을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합니다. 유일한 국제통화 달러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죠. 2012년 이후 댜오위다오(센카쿠) 등 중국 주변 지역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잇따라 발생한 것은 중국 주도의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가로막기 위한 미국의 시도라는 게 그의 진단입니다.

그는 또 중국의 거대 온라인 쇼핑업체 알리바바의 예를 들면서 앞으로의 교역에서는 달러 등 통화가 퇴출되는 추세에 있어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3D 프린터 등에 의한 생산 방식의 변화로 인류는 새로운 사회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앞으로 인류는 달러 패권의 의한 특정 국가의 세계 지배가 아니라 협력과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군사력에 의해 지탱되는 달러 패권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공존을 지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강연문은 이탈리아와 중국의 지정학 전문가들이 아시아, 유럽 및 미국 등의 정세를 연구하기 위해 만든 <하트랜드(Heartland)>라는 웹사이트에 지난 7월 15일 게재된 것으로 원문은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2. 중국의 굴기로 피해 보는 나라는 어디인가?

1) 유럽 단일 화폐 '유로'의 출범이 코소보 전쟁을 촉발시킨 이유는?

유로는 1999년 1월 1일에 탄생했다. 3개월 후 (유고 연방의) 코소보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과 나토가 전쟁에 나선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당시 밀로세비치 정권이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학살하는 끔찍한 인도적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전쟁이 끝난 직후 거짓임이 드러났다. 미국은 코소보 전쟁이 유고 해체를 위한, 중앙정보국(CIA)과 서방 언론의 합작품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코소보 전쟁은 과연 유고 해체만을 위한 것이었을까? 거의 모든 유럽인들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72일간의 전쟁이 끝난 후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속았음을 깨달았다. 왜 그런가?

유로 출범 당시, 유럽인들은 매우 자신만만했었다. 유럽은 유로 대 달러 환율을 1대1.07로 정했다(1유로=1.07달러). 코소보전쟁 발발 직후 유럽인들은 나토의 군사행동에 동참해 전심전력으로 미국의 코소보전쟁을 도왔다. 72일 간의 공습 끝에 밀로세비치 정권은 몰락했고 유고는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상황이 끝난 후 유럽은 손해 보는 장사를 했음이 드러났다. 72일 간의 전쟁 기간 동안 유로 가치는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종전 즈음 유로 가치는 30%나 하락했다. 1유로 당 0.82달러로 폭락한 것이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당했음을 깨달았다. 미국을 위해 헛장사를 했던 것이다. 유럽은 미국의 속셈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을 떴다. 유럽의 양대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결사반대 했던 것은 바로 그런 깨달음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서방의 민주 국가들은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서방 국가들 간의 직접적인 전쟁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 간에 경제전쟁, 또는 금융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소보전쟁은 유로에 대한 미국의 간접적인 금융전쟁이었다. 전투는 유고슬라비아와 치렀지만 그 피해는 유로가 입은 것이다. 미국이 유로를 상대로 금융전쟁을 벌인 이유는 유로가 (이전까지 사실상 유일한 국제통화였던) 달러의 독점적 이익을 침탈했기 때문이다. 유로 탄생 전, 달러는 국제 결제의 80%를 담당했다. 심지어 현재에도 60% 내외에 이른다. 그런데 유로가 탄생하면서 국제 결제의 상당 부분을 유로가 담당하게 됐다. (유로의 탄생 이전)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은 연 GDP 24-25조 달러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미국, 캐나다, 멕시코)였다. 그런데 유로 출범으로 연 GDP 27조 달러 규모의 유로경제권이 탄생하면서 단숨에 NAFTA를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로 떠올랐다. 사실 최대 경제권의 하나였던 유럽연합은 역내 무역을 달러로 결제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들만의 통화, 유로를 출범시킨 것이다. 유로는 출범 직후 달러 결제 교역의 약 3분의 1을 대체했다. 현재 국제 교역의 23%가 달러가 아닌 유로로 결제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유럽연합이 유로 출범을 논의하는 단계에서부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유로가 달러의 독점적 지위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시간은 늦어버렸다. 유로의 탄생에서 미국은 교훈을 얻었고, 이후 한편으로는 유럽연합과 유로를 억누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자들을 제압해야 했다.

2)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으로 미국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자란 바로 중국이다. 2012년의 댜오위다오 및 황얀 영토분쟁은 새로운 도전자를 물리치기 위한 미국의 가장 최근의 시도이다. 두 분쟁 모두 중국 주변의 지정학적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비록 중국으로부터의 대규모 자본 이탈을 초래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미국의 목표를 충족시켰다.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우선 2012년 초, 동북아 FTA를 위한 중국-일본-한국 간의 3자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4월, 중국과 일본은 일본 엔화 및 채권 스와프에 관해 잠정 합의했다. 바로 그때, 댜오위다오 및 황얀 영토 분쟁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리고 동북아 FTA 및 엔화 스와프는 돌연 무산됐다. 수년 후 우리는 간신히 한중 FTA를 성사시켰지만 이는 동북아 FTA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왜 그런가? 한중일 FTA가 성사됐더라면 중국, 한국, 일본은 물론 홍콩, 마카오, 타이완까지도 포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됐더라면 20조 달러, 세계 3위의 거대 경제권이 탄생했을 것이다. 나아가 동북아 FTA의 출범은 한중일 경제의 통합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동남아 자유무역지대와 결합되면서 30조 달러 규모의 동아시아 자무무역지대 탄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유럽연합이나 북미보다도 큰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 동아시아에 탄생하는 셈이 된다. 동아시아 경제 통합만으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서남아시아의 인도, 그리고 북으로 올라가 중앙아시아 5개 국가와의 통합,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중동 국가들과의 통합을 꿈꿀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단일한 경제권으로 뭉칠 수 있다. 연간 GDP 50조 달러 이상, 유럽연합과 북미 지역을 합친 것보다도 큰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만일 이처럼 거대 경제권이 탄생한다면 이들 국가 간의 역내 교역 결제를 위해 유로나 달러를 사용하려 할까? 물론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아시아 경제권의 역내 교역 결제를 위한 단일 화폐가 탄생할 것이다.

나는 아시아 FTA의 탄생을 위해 중국 통화(렌민비)의 국제화를 촉진하며 위안을 아시아의 지배적 통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달러가 북미 지역, 나아가 전 세계 재화의 흐름을 매개하는 국제통화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렌민비 국제화의 의미는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선다. 해외로 진출해 '일대일로'을 촉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다. 렌민비가 국제화된다면 미 달러 및 유로와 함께 세계를 3분 하게 된다는 것, 이 사실을 중국이 알고 있다면, 미국인들 모르고 있을까?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선언하면서 일본을 압박해 중국과의 영토분쟁(댜오위다오/센가쿠)을 초래했으며, 황얀 영토 분쟁을 둘러싸고 필리핀을 부추겨 중국과 갈등했다. 일본 극우 세력의 댜오위다오(센가쿠) 매입이 분쟁의 원인이라거나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이 황얀 영유권 주장을 내세우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다.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더 긴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달러의 국제통화 지위에 대한 렌민비의 도전을 차단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자신의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유로 출범과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동북아 FTA 출범이 성공한다면 이는 세계를 3대 경제권으로 재편하는 연쇄 효과를 낳을 것이다. 달러가 세계에 통용되는 국제통화의 3분의 1만을 담당하게 된다면 어떻게 미 달러의 세계적 지배력을 유지할 것인가? 제조업은 공동화 됐고, 통화 지배력마저 잃은 미국이 세계 지도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최근 중국이 겪고 있는 온갖 어려움의 배경에 미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이유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 이유는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장기적 전망을 갖고 있으며, 중국의 '위협'을 사전에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언제나 중국에 곤경을 초래하려 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전략을 채택한 근본적 이유이다. 정확히 무엇의 균형을 이룬다는 말인가?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필리핀, 또는 중국과 다른 나라들 간의 균형을 이룬다는 뜻일까? 결코 아니다. 미국의 목표는 지금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힘을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3. 미군 병사들이 미 달러화를 위해 싸우는 이유

1) 이라크전쟁과 석유 결제에 쓰이는 통화(달러)

미국의 힘은 다음 세 가지 기둥으로 지탱되고 있다고 모든 사람들은 말한다. 돈, 기술, 군사력이 그것이다. 사실 오늘날 우리는 미국의 힘의 진정한 원천은 통화와 군사력이라는 것, 그리고 달러 패권이 기본이며 이 달러(돈)를 받쳐주는 것이 군사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엄청난 돈을 낭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편으로는 돈을 낭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달러 패권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들인다. 다른 나라들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로지 미국만이 전쟁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때때로 잃을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은 왜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였을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엔 단 한 단어가 떠오른다. '석유'가 그것이다. 과연 미국은 석유 때문에 이라크전쟁을 벌였을까? 절대로 아니다. 만일 미국이 석유를 얻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면, 왜 미국은 전쟁 승리 이후 이라크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가져가지 않았을까? 게다가 원유 가격은 전쟁 이전 배럴당 38달러에서 전쟁 후에는 149달러로 껑충 뛰어 올랐다.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했건만 미국 국민들은 저유가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인 이유는 석유 때문이 아니다. 달러 때문이다.

왜냐고 당신은 물을 것이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려면 세계로 하여금 미 달러를 쓰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1973년 미국은 세계가 달러를 쓰도록 만들기 위해 매우 영리한 책략을 썼다. OPEC의 주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국제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강요함으로써 달러와 석유를 연동시킨 것이다. 국제 석유 거래가 달러로만 결제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미국이 왜 석유 때문에 전쟁을 벌이는지를 알 수 있다. 산유국에서의 전쟁이 초래하는 직접적 결과는 석유 가격을 상승시키며, 석유 가격의 상승은 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쟁 이전에는 38달러로 석유 1배럴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석유 가격은 4배 이상인 149달러가 됐다. 이제 38달러로는 4분의 1 배럴도 살 수 없는 지경이 됐고, 나머지 4분의 3 배럴을 사려면 100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미국을 찾아가 자국의 공산품과 원자재를 바치는 대신 제발 달러를 내달라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미국은 자신 있게, 공개적으로, 마치 정당한 일을 한다는 듯이 달러를 찍어내면 된다. 결국 미국은 산유국에 대한 전쟁을 통해 석유 가격을 높임으로써 달러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금융 이윤을 챙겨온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이라크전쟁은 다목적 전쟁이었다. (석유 자원을 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달러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부시는 왜 이라크전쟁을 고집했던 것일까? 이제 우리는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 등 테러 세력을 지원하지 않았고 대량살상무기를 보유, 또는 개발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는 교수대에 가야만 했을까?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후세인이 미국을 상대로 불장난을 벌였기 때문이다. 1999년 유로의 공식 출범에 즈음하여 후세인은 달러와 유로,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불장난을
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석유 거래 결제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려 한 것이다. 특히 미국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후세인의 유로 결제가 연쇄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이라크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등도 자국의 석유 판매를 유로로 결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석유의 유로 결제 때문에 이라크전쟁이 일어났다는 주장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간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다음 사항들을 주시하기 바란다. 후세인을 체포하기도 전에 미국은 이라크 임시정부를 세웠고, 임시정부의 첫 번째 포고령은 향후 이라크의 모든 석유 수출은 유로가 아닌 달러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달러를 위해 전쟁을 벌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2) 아프간 전쟁과 미국의 자본수지 흑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이라크전쟁이 달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프간에는 석유가 없지 않은가. 따라서 아프간전쟁은 달러를 위한 전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이 말은 맞는가? 나아가 일부 사람들은 아프간전쟁이 9.11 직후,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 알카에다를 비호한 탈레반 정권에 대한 복수를 위한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과연 진실일까? 아프간전쟁은 9.11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일어났다. 성급한 전쟁이었다. 당시 미국은 순항미사일이 부족했음에도 전쟁을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차마 핵무기는 쓸 수 없었기에 무려 1000여 기의 순항미사일에서 핵탄두를 제거하고 재래식 폭탄을 장착해야 했다. 그리고 추가로 900기의 미사일을 퍼부은 끝에 탈레반 정권을 축출할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의 전쟁 준비가 매우 부적절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토록 조급하게 전쟁을 시작해야만 했을까?

미국은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21세기 초의 미국은 제조업이 사라진 나라로 매년 7천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돼야 나라 살림을 꾸려갈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9.11 직후 한 달 동안 미국의 투자 환경은 매우 악화됐다.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려와 불안이 증폭됐다. 미국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제 나라 안보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미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금융안보를 확실히 보장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히 9.11의 여파로 3000억 달러 이상의 핫머니가 미국을 떠났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은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시작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프간전쟁은 단지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응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쟁이기도 했다. 미국의 첫 순항미사일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타격하자마자 다우지수는 단 하루만에 600포인트가 뛰어올랐고 미국을 떠났던 핫머니가 미국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결국 4000억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것이야말로 아프간 전쟁이 달러와 자본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3) 신속타격시스템이 항공모함보다 중요해진 이유

(중국의) 많은 사람들은 중국의 자체 항공모함 보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항공모함이 군사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온 역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2012년) 항모 랴오닝(遼寧)을 보유함으로써 항모 보유국 대열에 들어섰다(랴오닝은 2001년 소련의 키에프급 중고 항모 '바리야그'를 들여와 수리한 후 재취역 시킨 것임). 현재에도 항공모함은 군사대국의 상징이다. 하지만 상징에 불과할 뿐, 군사력의 실질적인 증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가 갈수록 금융 기술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항공모함의 역할은 계속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의 역사는 시대의 산물이다. 영 제국의 전성기 때, 영국은 국제 교역의 확대를 추진했다. 자국의 공산품을 세계에 팔고 그 대신 다른 지역의 원자재를 들여왔다. 이러한 국제 교역의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영국은 강력한 해군이 필요했다. 나중에 항공모함이 개발되면서 항모는 세계의 대양을 통제하고 해양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 됐다. 당시는 '물류가 왕'인 시대였다. 즉 세계적 부의 흐름을 안전하게 통제하려면 해양을 통한 자원과 공산품의 원활한 흐름을 확보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자본이 왕'인 시대다. 수십억, 수백억, 나아가 수조 달러의 어마어마한 자금이 컴퓨터 자판 몇 개를 두드리면 순식간에 지구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시대다. 당연히 물류의 속도로 대양을 항해하는 항공모함으로는 전광석화와도 같은 자본의 이동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즉 항모로는 국제 자본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인터넷을 통해 움직이는 국제 자본의 방향, 규모, 속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그 대안으로 현재) 미국은 거대하고 신속한 '지구 전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그리고 초음속 순항미사일보다 5~10배 빠른 극초음속 전투기를 이용해 대규모 자본이 집중된 지역을 순식간에 타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28분 내에 타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다시 말해 미국이 원치 않는 지역에 자본이 몰린다면 그곳이 어디든 28분 내에 군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 지역에 미국이 공격이 집중된다면 자본은 조용히, 그리고 아주 잽싸게 그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개발 중인) '지구 전투 시스템'이 항공모함을 대체하게 되는 이유다. 물론 미래에도 항공모함은 항로 및 항행의 안전 보장, 인도주의적 구조 등 자신만의 독특한 역할을 갖게 될 것이다. 항공모함은 해양의 발진기지로서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 자본의 흐름을 통제하는 군사 수단으로서 항공모함은 지구 타격 시스템에 비해 너무 속도가 느리다.

4. '공해전(空海戰)': 미국의 딜레마

미국은 중국의 굴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고려하면서 공해전(Air and Sea Battle)이란 개념을 제기했다. 나는 이 '공해전'이 미국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딜레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에 대한 '공해전'은 2010년 미 공군과 해군의 최고위급 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 전략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군사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예전부터 미군은 중국에 대해서는 공습과 해상 공격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현재 미국은 공군 단독으로, 또는 해군 단독으로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공중과 해상을 통한 합동 공격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공해전이란 개념을 내세운 지 불과 4년 만에 그 명칭을 바꾸었다. 이제 그들은 '지구 보편 개입 및 합동 기동력(global common involvement and joint mobility)'이란 개념을 쓰고 있다.

공중 및 해상을 통한 합동작전이란 개념을 내세우면서 미국은 향후 10년 간은 미국-중국 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발전에 관한 연구를 한 끝에 현재 미국의 군사 능력으로는 중국 군사력의 일부 우위 분야를 무력화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의 우위 분야란 미 우주 군사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미 항공모함에 대한 공격 능력 등을 말한다. 미국은 향후 10년 간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 우위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보다 선진화된 전투 시스템을 개발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10년 후로 상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10년 후에 반드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이에 대비를 해야만 한다. 향후 10년 내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전쟁 대비 및 군사력 증강 등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5. '일대일로'의 전략적 중요성

미국인은 스포츠를 대단히 사랑한다.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농구이고, 그 다음이 권투다. 권투는 미국인이 선호하는 싸움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다짜고짜 다가가서, 한 방 날려, 녹아웃(KO) 시켜버리는 것이다. 한 방으로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리된다. 반면 중국인은 애매함과 유연함을 선호한다. 우리는 상대방을 때려눕히는 대신 상대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차이를 해소하려 한다. 중국인은 태극권을 좋아하는데, 태극권이야말로 권투보다 수가 높은 기예다.

▲ 중국 무술문화교류단의 태극권 시연. ⓒ연합뉴스


'일대일로'는 이와 같은 중국인의 심성을 반영한다. 모든 강대국의 굴기의 역사는 곧 그들에 의한 지구화(globalization)의 역사였다. 이 말은 지구화란 고대부터 현재까지 직선적인 과정이 아니라, 각 강대국이-로마 제국, 청 제국 등-자신의 지역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지구화 과정을 겪었다는 의미다. 각 지구화의 과정은 떠오르는 강대국에 의해 추동됐다. 지구화의 시기는 각 제국과 연관돼 있는데, 제국의 힘이 최강일 때 지구화도 정점에 이른다. 또한 지구화는 제국의 국력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즉 제국의 힘이 미치는 한도 내에서 지구화가 이루어지며 바로 그 시점과 지점이 각 지구화의 절정기(및 영역)에 해당된다(이후에는 쇠퇴, 축소기로 접어든다). 따라서 오늘날의 시점에서 로마 제국과 청 제국의 지구화를 바라본다면 제국적 팽창에 의한 지역화 과정 정도로 보일 것이다. 근대 역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구화는 대영제국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그것은 교역의 지구화였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제국의 지위를 물려받으면서 교역의 지구화도 이어갔다. 하지만 미국에 의한 지구화의 핵심은 달러의 지구화였다. 이것이(달러의 지구화) 바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화의 본질이다. 나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지구 경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달러가 지구화와 (경제) 통합을 계속 추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일대일로'는 떠오르는 강대국으로서 중국에 의한 지구화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강대국 굴기의 과정은 보다 진전된 지구화를 위한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일대일로'가 중국이 제출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이는 미국의 동진(東進) 움직임에 대항하는 일종의 위험 회피 전략(hedge strategy)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려면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서 어떻게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겠는가? 라고. 그렇다, '일대일로'는 미국의 동진 전략에 등을 돌림으로써 위험을 회피하려는 중국의 전략이다. '네가 나를 이쪽으로 밀었어, 나는 반대 방향으로 갈 거야' 하는 것이다. 동쪽으로 가라고 나에게 압력을 가해? 나는 서쪽으로 간다. 너를 피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너를 두려워해서도 아니다. 동쪽으로 가라는 상대방의 압력을 무산시키기 위한 매우 영리한 책략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서 일대(대륙)와 일로(해양)가 동등한 비중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순위에서 차이가 있다. 아직은 중국의 해양 군사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일대일로'에서 최우선순위는 대륙에서의 경쟁이 돼야 한다. 즉 '일대(대륙)'를 통한 서진(西進)이 우선이고 '일로(해양)'는 그 다음 과제가 된다. '일대'가 중국의 최우선 과제라면 이는 중국 육군의 역할을 재인식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중국 야전군이 천하무적이라고 말한다. 중국 영토 내에서 그러하다면 그 말은 맞다. 중국 영내에서 중국 육군은 천하무적이다. 감히 어느 누가 중국 땅에 들어와 중국 육군과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려 하겠는가? 문제는 중국 육군이 (해외) 원정 능력을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 나는 <환구시보> 세미나에서 이 문제에 관해 발언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경쟁자로 택했다면, 미국은 잘못된 적을 잘못된 방향에서 선택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왜냐하면 장래 미국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중국이 아니고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정한 적은 미국 자신이며, (이제까지 미국이 펴온 정책들이) 미국 스스로의 무덤을 파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금융자본주의가 최고 단계에 이르면서 미국 자신도 이와 함께 몰락할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가상경제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든 이윤을 이미 모조리 빨아먹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 및 기술적 혁신을-분명 미국은 이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다-통해 인터넷, 빅데이타,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극한까지 발전하면서 미국 자체를 파멸시킬 정도가 됐다. 이 기술들은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적이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과 클라우드 기술이 그 자신의 생명력을 갖게 되면서 궁극적으로 미국 정부에 반대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국의 발렌타인 데이인 11월 11일,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를 통한 온라인 쇼핑 매출액은 507억 위안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인 추수감사절 휴일 사흘간 미국의 온라인 쇼핑과 일반 상점 매출을 합친 액수는 중국 돈으로 407조 위안, 알리바바가 단 하루에 올린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했다. 알리바바 외에 네트이즈, 텐센트, 징동 등 중국의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일반 상점 매출액을 합친다면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이는 이미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으며, 미국은 아직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알리바바의 상품 거래 결제는 모두 (전자 결제인) 알리페이로 이루어졌다. 전자 결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상품 거래에서 통화가 퇴출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미국의 지배력은 달러에 기반하고 있다. 달러란 무엇인가? 통화다. 앞으로 우리는 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전통적인 통화 결제는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돈이 쓸모가 없어졌는데, 돈(달러) 위에 세워진 제국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미국인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나아가 3D프린터도 미래 사회의 방향을, 현재 사회의 생산 양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 양식이 변하고 교역 방식이 변한다면 세계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변화란 사회적 존재 방식의 변화이며, 이는 바로 생산과 교역 방식의 변화에 의해 초래된다는 점을 가르쳐 주었다. 중국에서는 기원 이전인 진시황 때부터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진승, 오광의 난을 비롯해 지난 2000여년의 역사에서 수많은 혁명과 봉기가 있었다. 반란, 전쟁, 혁명, 이것들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었던가? 이것들은 그저 지배자의 교체를 가져왔을 뿐이다. 표면에서의 변화를 초래했을 뿐이다. 이런 사회운동들은 농경사회의 본질은 물론 생산 양식이나 교역 방식, 어느 하나도 바꾸지 못했다. 오직 정권 교체만 이루었을 뿐이다. 서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혁명의 영광을 등에 업은 나폴레옹은 혁명 정신으로 세례 받은 국민군을 이끌고 유럽 전역을 휩쓸며 각국의 왕들을 하나하나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하지만 워털루전투에서 패한 이후 나폴레옹은 권좌에서 밀려났고 모든 유럽의 왕들이 권력을 되찾았으며 봉건사회가 복원됐다. 반면 증기기관 등에 의한 영국의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산력을 엄청나게 끌어올렸으며 어마어마한 잉여생산물을 창출해냈다. 잉여생산물은 잉여가치를 낳았고 그리하여 자본과 자본가 계급이 탄생했다.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오늘날 통화의 소멸과 3D 프린터 등에 의한 생산 양식의 변화는 인류를 새로운 사회 단계로 인도하고 있다. 이제 중국과 미국은 같은 출발선 위에 서 있다. 인터넷, 빅데이타,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그것이다. 이제 우리는 일방이 타방을 억누르는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누가 더 빨리 진입할 것인가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미국이 (중국이라는) 잘못된 적을 골랐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국의) 진정한 적은 미국 자신이다. 또는 이 시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은 놀라울 정도로 핵심을 놓치고 있다. 자신의 패권 유지에 너무도 집착하기 때문에, 나아가 다른 나라들과 권력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함께 새로운 사회 단계에 진입해야 하는 지금, 우리 앞에는 너무도 많은 미지의 영역과 불확실한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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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프레시안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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