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 내분 사태에 대해 거듭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제안에 대해 그는 "분열"과 "대결"이라며 일축했고, 안 전 대표를 포함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문 대표는 8일 오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안 전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를 재요구한 데 대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며 "똘똘 뭉쳐도 총선에서 이길까 말까 하는 상황인데, 총선을 앞두고 서로 대결하고 분열하는 전당대회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고 일축했다. 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공동 창업주다. '대표 물러가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탈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다. 공천 불안 때문에, 하위 20% 배제 걱정 때문에 탈당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안철수는 공동창업주…탈당 안 할 것")
문 대표는 이어 "탈당을 말씀하시는 분들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며 "진심도 아닐 것이고, 저에 대한 압박용"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안 전 대표와 비주류 측을 향해 "단합할 수 있는 길을 제안해 준다면 저도 얼마든지 제 기득권을 내려놓고 함께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대표 권력을 나눌 용의가 있다. 공동대표제도 좋으니 함께 하자'고 (문안박 연대를) 제안드렸다"고 자신이 제안했던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다시 언급했다. 그는 이 방안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역 시장이니 참여에 한계가 있고, 실제로는 저와 안 전 대표의 공동대표제가 되는 것"이라며 "10개안 혁신을 다 하겠다, 수권비전위원회도 만들어서 (안 전 대표가) 위원장을 하시겠다면 맡겨 드리겠다고 제안한 거다. 저로서는 자존심이 상하고 많이 내려놓는 것이었다"라고 자평했다.
"경쟁하는 전당대회로 가자는 제안, 결단코 못 받아들여"
그는 "만약 그 (문안박 연대) 방안이 제가 제안한 거라서 미덥지 않으면 더 미더운 방안을 제시해 달라"며 "그게 아니라 '너냐 너냐, 끝장을 보자, 대결하자' 이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거듭 전당대회 개최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총선을 앞둔 시기에 단순히 당권을 놓고 경쟁한 전당대회는 없었다"며 과거 2007년 말이나 2012년 초의 야당 전당대회는 "통합을 위한 전대"였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도 그렇게 정의당 또는 천정배 신당 등과 통합하는 전당대회가 될 수 있다면 저는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중진들의 중재 역할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그는 "(당 중진들이) 단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준다면 그 방안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그러나 경쟁하는 전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 전대에서 경쟁으로 끝내자, 이런 제안이라면 저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주승용 최고위원이 사퇴 입장을 밝힌 데(☞관련 기사 :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문재인도 사퇴하라")에 대해서는 "주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는 안 대표의 그 부분(주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기 위해 최고위원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다수의 최고위원들은 생각이 다르다"고 그는 일축했다. 그는 "저로서는 마지막까지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문안박 연대와 같은) 협력체제를 모색해 보고, 그것이 안 되면 최고위원회와 협력해서 지금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안철수, 혁신하자면서 혁신 저항하는 분들과 함께해?"
안 전 대표와 다른 비주류 그룹에 대한 '분리 대응'으로 읽히는 대목도 있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는 비주류라는 분들하고는 생각이 다르다"며 "비주류의 대표로, (비주류와 행동을) 함께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은 강도 높은 혁신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저보다 훨씬 강한 혁신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혁신은 기득권을 허무는 것"이라며 "제가 썩 잘해내지 못한 것을 인정하지만, 그러면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를 하던 시절에 혁신이 한 걸음이라도 나갔나. (혁신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 혁신을 바라는 사람끼리 힘을 모아서 함께 하자는 건데, 그 제안(문안박 연대)을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안 전 대표에 대한 섭섭함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안 전 대표를 향해 "오히려 혁신에 대해 저항하고 반대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것은, 정말 정치라는 게 이렇게 예측 불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다른 질문에 답하면서는 "일부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무력화하기 위해 당을 흔들고, 당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면서 당을 해치는 행위가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는 그저 화합을 위해서 우리 당에 맞지 않는, 당을 해치는 행위도 인내하면서 참아넘겨 왔지만 이제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기문 영입 욕심"…패널에 발끈하기도 "질문이 이렇게 편파적일 수가…"
문 대표는 자신이 당내 비주류와의 소통에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공천 과정에서 인적 혁신까지 이루기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맞춰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현역에 불리한 공천 혁신안을 마련했는데, 이런 불리함이 비주류·호남을 상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당 내에 있다"면서 "이런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하자는 것 아니냐"고 답답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격정적인 어조로) 그냥 '소통이 안 된다', '비주류 겨냥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불평하시지 말고 함께 하자는 거 아니냐. 함께 공동대표 하고, 거기서 총선 준비기구 함께 만들고, 공동선대위를 하면 그런 걱정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이래도 안 된다, 저래도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나?"
내년 총선의 승리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 기준은 말하기 어렵고 국민이 평가할 문제"라면서도 그는 "욕심 같아서는 적어도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은 반드시 저지해야겠다"며 "그게 1차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목표"라고 했다. 그는 "총선에 실패한다면 자연스럽게 그것으로 제 정치생명은 끝나지 않을까"라며 "제가 할 수 있는 정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차기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고 빨리 정할 필요도 없다"고만 했다.
호남 지역에서 문 대표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가 한 자릿수에 그쳤다는 등 이른바 '호남 민심' 문제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래도 호남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하면 우리 당 지지율이 높지 않느냐"며 "호남에서 제 지지율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제 지지도가 낮아도 박원순 시장, 안철수 전 대표는 지지를 받고 있지 않으냐. 우리 당 대선주자들이 지지를 받는 합계를 놓고 보면, 호남이 그래도 앞으로 정권교체를 해낼 세력은 우리 당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패널들이 질문을 하는 도중 '당 요직을 친노가 많이 차지했다'거나 '지난달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문에 새정치연합 당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언급하자 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이거나 "이렇게 편파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특히 '친노 당직 독점' 주장에 대해 그는 "두 번의 인사 동안 친노는 한 명도 가깝게 임명하지 못했다"며 "당직자들이 다 민집모 모임에도 가고 비주류 모임에 가는 현실 아니냐. 오히려 탕평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지나쳐서 친노를 거의 철저히 배제하는 인사를 한 게 우리 당의 현실"이라고 반론했다.
한편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반 총장을 영입할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런 욕심을 갖고 있다"고 답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만약 반 총장이 정치를 하신다면, 정치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든 돕는 역할을 하든 당연히 우리 당과 해야 하고, 함께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반 총장은) 우리 당 출신"이라고 반 총장의 노무현 정부 경력을 간접 언급했다. 그는 "(반 총장이) 정치적으로 자꾸 얘기하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 직무 수행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러 번 당부해서, 본인 뜻을 존중해 아무 얘기를 하지 않고 있는데, 언젠가 사무총장 직무를 끝내고 돌아오신다면 함께 하려는 노력을 해 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노동 5법, 분리 처리도 가능"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책 현안에 대한 질문도 일부 나왔다. 문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편 관련 5개 법안 처리 문제에 대해 '분리 처리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표는 "5개 법안 가운데 3개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과 안 좋아지는 내용이 섞여 있다"며 "개선과 개악이 섞여 있어서, 개악적 요소가 제외된다면 충분히 입법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문 대표가 언급한 3개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노동법, 산재보상법을 말한다.
다만 문 대표는 기간제법, 파견법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오히려 확대하는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비판하며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우리 당의 확고한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 개인적으로도 도저히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비정규직을 어떻게든 줄이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거꾸로 '비정규직 양산법'을 만들어 낸다면 저 개인적으로도 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여당을 압박했고, 그 압박이 국회로 미치고 있는데 재고해 달라"며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말하자면, 박 대통령이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 70만 개 일자리가 생기는데 국회가 안 해준다'는 불만을 말씀하는데 그 법 통과된다고 일자리 70만 개가 느는 게 아니다"라고 화살을 청와대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되면 즉시 1만3000개 일자리가 생기는데 야당이 발목잡고 안 해준다'고 대통령이 여러 번 불평했다"며 "결국 통과됐는데 일자리가 몇 개 생겼나? 고작 100여 개다. 우리 경제가 법 하나 만든다고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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