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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에게 국민은 '관객'이다

[시사통] 12월 7일 이슈독털

갈 땐 가더라도 이 이야기는 꼭 듣고 가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고언인데요. 그의 정치관은 잘못돼 있습니다. 이 정치관을 바꾸지 않는 한 그가 어딜 가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관이 잘못돼 있다고 평하는 근거는 어제의 기자회견문입니다. 그 기자회견문에 본인의 감정을 풀어내다가 자연스레 본인의 정치관도 가감 없이 드러냈는데요. 그 뼈대가 참으로 앙상합니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소명을 '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어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극히 당연해 의례적인 미사여구로 흘려버리기에 십상인 주장이지만, 사실은 이게 정수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관을 구성하는 뼈대인데요.

그의 정치관은 단계론입니다. 표현은 나열형이지만 내용은 조건형입니다. '야당을 바꿔야 정권을 바꾸고, 정권을 바꿔야 국민의 삶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아닙니다. 안철수 의원이 자기 입으로 말했습니다. 자신의 목표는 "정권 교체이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의 변화"라면서 이것이 "당의 혁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당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당을 바꾸기 위해 혁신을 제기한다는 논법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분명 단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계적인 접근법에 따르면, 야당이 지금 할 건 딱히 없습니다. 정치의 본령인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권을 잡아야 하지만 지금 정권은 다른 쪽에 넘어가 있으니까 운기조식을 하는 게 지금 야당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혁신에 목을 메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에겐 혁신이 곧 운기조식입니다.

그럼 안철수 의원이 그리는 혁신의 방법은 뭘까요? 그건 '보여주기식 깜짝쇼'입니다. '국민과 당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파격이나 획기적인 이벤트'를 강조한 걸 봐도 그렇고, 문재인 대표도 자신도 아닌 '제 3의 개혁적 후보가 당선된다면 더 큰 감동과 반전, 그리고 혁신의 에너지를 분출시킬 것'이라고 내다본 걸 봐도 그렇습니다. 그는 충격요법을 동원한 외과적 처방을 혁신의 주된 방법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가시적 변화를 통한 보여주기의 극대화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죠.

안철수 의원이 꿈꾸는 혁신에서 국민은 없습니다. 국민은 보여주기의 대상, 즉 관객입니다.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한다면 평가단 정도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필드의 플레이어와 객석의 관중을 철저히 분리합니다.

이 지점에서 안철수의 정치관에 대한 본질 규정이 가능해지는데요. 그건 이원론입니다. 정치와 국민의 분리입니다. 주체와 객체로서의 분리입니다.

그에게 정치는 국민의 삶을 개선해주는 해결사이자 시혜자입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고결해야 하고 전문적이어야 합니다. 그에게 국민은 정치가 정성을 다하면 감동받는 순결한 존재이자 정치가 보듬어 안아야 하는 시혜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국민은 나뉠 필요가 없고 나눠서도 안 됩니다.

안철수 의원이 '낡은 진보'를 극도로 혐오하면서 청산 1순위로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보기에 이들은 고결하지도 않고 전문적이지도 않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광장에, 국민 절규와 저항의 현장에 나오지 않은 이유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보기에 광장은 현장이 아닙니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현장은 정치가 있는 국회의사당이고 정권의 심장인 청와대입니다.

안철수의 정치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의 정치 과정은 기계적이고, 그의 정치 속성은 권위적입니다. 이런 정치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는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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