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일본 교토에서 제8차 한-중-일 보건장관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감염병(전염병) 등 공중 보건 위기에 대한 3국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령화, 만성 질환과 같은 보건의료 과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회의에서 3국의 금연 정책이 논의된 것이 눈에 띤다.
세계 최대의 흡연 국가
중국의 흡연자 인구는 약 3억 명으로 추산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간접 흡연자도 7억40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남성 중 절반이 담배를 피운다. 13~18세 남자 청소년 흡연율이 10%를 넘은 '흡연 천국'이다. 최근 의학 전문 저널 <랜싯(The Lancet)>에 첸정밍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 등이 발표한 중국 남녀 흡연 관련 사망 추이 비교 논문에서는 중국 여성 흡연율이 3.2%에 불과한 데 반해 중국 남성 흡연율은 68%에 이른다고 확인했다.
첸정밍 교수는 중국에서 2010년 흡연 관련 질병으로 숨진 사람은 남성 84만 명, 여성 13만 명 등 총 97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는 흡연 사망자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이상 2030년에는 그 수가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중국에 담배는 언제 어떻게 전해졌을까?
명대사(明代史) 연구로 유명한 학자이자, 정치가로서 문화 대혁명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 오함(吳唅)은 <연초를 말하다(談烟草)>에서 연초(담배)가 중국에 유래한 세 가지 경로를 이야기했다.
첫째, 브라질에서 일본을 거쳐 조선으로, 다시 조선에서 요동 지역을 거쳐 북경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둘째, 멕시코에서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복건성과 광동성으로 전파되어 다시 북방으로 확산되었다. 셋째, 브라질에서 남양군도를 거쳐 광동성으로 전파된 뒤 북방으로 전파되었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루트는 포르투갈이, 두 번째 루트는 스페인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대체로 담배는 명나라 말기 1610년 즈음 상하이에 전해졌고, 1630년대에 중국 전역에 유행하기 시작했다. 명청 교체기에 이르면 중국에 흡연이 보편화되었다.
흡연과 관련하여 청대 강희(康熙) 황제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만주족인 강희제는 중국 역사에서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다. 안목이 있었고, 호기심도 많았다. 특히 서양의 물건들에 관심이 많았다. 황제 신분임에도 서양식 파마를 시도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61년간 황제 자리에 있었다. 사실상 오늘의 중국의 기틀을 마련한 황제로 평가받는다.
중국 최초의 금연 정책 추진했던 강희제
강희제 시기에 흡연이 특히 유행했다. 그러나 강희제는 역대 황제들이 좋아했던 술도 마시지 않았고, 특히 담배 피는 걸 무척 싫어했다. 당시 대신 가운데 진원룡(陳元龍, 1652~1736년)과 사이직(史貽直, 1682~1763년)은 골초였다. 그들은 온종일 손에서 담배를 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희제는 그들의 흡연에 불만이 컸다.
강희제는 강남을 6차례나 남순(南巡)했다. 한번 떠나면 3~4개월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주로 정월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목적은 민정 시찰이지만 북경의 추운 날씨를 피하고 남방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1707년(강희 46년)에 마지막 남순을 떠났다. 이때 대신 진원룡과 사이직이 황제를 수행했다. 황제의 어가가 산동 덕주(德州)에 잠시 머물던 때의 일이다.
강희제는 두 골초 대신에게 담배를 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희제는 두 대신에게 수정으로 만든 고급 곰방대를 선물했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담배를 태우도록 권했다. 갑자기 고급 선물을 받은 대신들은 황제께서 자신들을 그토록 총애하신다고 생각해 몸 둘 바를 몰랐다.
두 골초대신은 기쁨에 겨워 즉시 곰방대에 불을 붙였다. 그리곤 힘껏 빨아 들였다. 그러자 갑자기 수정 곰방대에서는 불꽃이 피어올랐다. 순간 뻥하고 불꽃이 솟구쳤다. 불꽃이 골초 대신들의 입술 주변에서 터졌다. 이어서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영문을 몰랐던 두 대신은 혼비백산했다. 사태가 터진 뒤 그들은 강희제의 진정한 의도를 알게 되었다.
해프닝이었지만 이 사건 이후 그들은 더 이상 담배를 피지 않았다. 이후 강희제는 전 국민에게 금연 정책을 선언했다. 봉건 왕조 시대 최고 권력자인 황제가 술과 담배를 멀리하면서 대신들에게 교훈을 주고 백성들을 위해 금연 정책을 추진한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이야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