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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21세기 최대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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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후변화, 21세기 최대의 위협

[함께 사는 길] ①'COP21' 초급 입문서

1997년 난항 끝에 교토의정서가 체결되자 전 세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21세기 최대 위협이라고 불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선진국이 1990년 대비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수준으로는 기후변화대응에는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그래도 최초로 공동의 대응 체계를 만든 것이 긍정적인 변화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후 각국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배신'이라고 칭해도 모자란 수준이었다. 국제협약은 당사국 내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발효가 되는데,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무려 9년이 지난 2005년에야 발효됐기 때문이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비준을 거부해 실효성이 더 떨어지게 된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2012년까지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post-2012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통상적으로 협약이 체결되고 세부 이행 의제까지 논의하려면 수년의 시간이 더 걸린다. 때문에 일찌감치 체제 변경, 혹은 보완 논의를 시작해야만 했다. 전 세계의 우려는 커졌지만, 그나마 2009년까지 'post-2012체제' 논의를 마치기로 결정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 불행이 끝나지 않았다는 데 함정이 있었다. 2009년 코펜하겐 15차 기후변화총회가 사실상 결렬된 것이다. 물리적으로 2012년 이후 지구 공동의 기후변화대응 체계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대응 공백기를 막기 위해 교토의정서를 2020년으로 연장하는 꼼수까지 써야만 했다. 그리고, 'post-2020' 논의 만료 시한을 2015년으로 한정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등장한 것이 파리 기후변화총회(UNFCCC COP21)다.

현지 시각으로 11월 30일 시작된 파리 기후변화총회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2주일'로 평가받는다. 이미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훼손된 데다가, 신흥산업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교토의정서 체결 이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오히려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대응체제를 만들어놓지 않는다면, 기후변화 대응시기를 놓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각국의 이해관계는 예전보다 더욱 첨예해졌고,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량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온실가스 감축에 소요되는 전 지구적 비용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국가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벌써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총회 실패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2015 파리 기후변화총회는 여전히 희망의 실낱이다. 따라서 협상의 쟁점을 살펴보고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 IS의 테러로 슬픔과 분노에 잠긴 파리지만, 그 야경은 북반구 부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프랑스를 비롯한 부국들은 21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자국의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까? ⓒBentom Wyemgi

전 지구 감축목표와 자발적 기여 목표와의 격차


'post-2020체제'가 교토의정서 체제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할당 방식이 자발적 기여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전 세계가 줄여야 할 온실가스 총량을 추정한 다음 각국에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양을 할당하는 방식이었지만,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자 협상 당사국들은 INDC(각국의 자발적 기여,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개념을 도입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제출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것이 '지구평균온도를 산업화 이후 2℃ 상승으로 억제하자'는 전 지구 목표를 전제로 한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각국의 자발적 기여 목표를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 등은 전 지구 목표가 우선이고 각국의 자발적 감축목표의 총량이 전 지구 목표 달성에 모자를 경우 추가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2015년 10월 1일까지 자발적 기여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는데,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이를 분석한 결과 2℃ 상승 억제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의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이 자발적 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한다고 해도,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5년에 552억 톤CO2eq(온실가스를 CO2수치로 환산한 단위), 2030년에는 567억 톤CO2eq으로 1990년 대비 각각 34~46%, 37~52%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토의정서가 1990년 대비 5.2%를 감축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도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상황이 심각하다.

또한 각국의 자발적 기여로 인해 이행 이전과 비교하면 2025년에는 28억 톤(t), 2030년에는 36억 톤 정도 줄어들지만, 최소 비용의 2℃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2025년에 87억 톤, 2030년에는 151억 톤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이 수준이라면 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7~3℃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 당사국들이 스스로 합의한 목표 2℃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는 87~151억 톤의 온실가스 감축량 격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최대의 쟁점이다. 특히 EU가 추가적인 감축노력 논의를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가 파리 기후변화총회 협상 내용을 바탕으로 자국의 감축목표를 수정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격렬한 논의가 예상된다. 추가적인 감축노력을 위한 논의가 결렬될 경우, 이는 파리 기후변화총회 전체의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다배출국들이나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경제적 이유를 들어 이미 제출한 감축목표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마저 발생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11월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은 203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은 '국제 망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BAU 대비 37% 감축'은 선진국이 사용하는 2005년 기준연도 방식으로 계산할 때 5.6%를 줄이겠다는 말이다. OECD 회원국인 한국이 멕시코, 가봉, 에티오피아와 같은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감축안을 제시한 셈이다. ⓒ청와대

감축노력의 본격화 시기 논쟁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약 150년 동안 효력을 발휘한다. 이는 대기 중 온실가스의 누적배출량이 중요하다는 것과 감축이 조속한 시기에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의 종합보고서의 시나리오는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10년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경우와 2020년부터 감축하는 경우를 제시하고 있다. 2010년부터 감축하는 시나리오에 비해 2020년 이후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시나리오는 2030~2050년 기간에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률이 거의 30% 수준으로 대폭 상승한다.

물론 지금 당장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완화하고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겠지만, 각국의 자발적 기여가 완벽하게 이행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 지구적 대응을 늦추는 건 오히려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행위다. 따라서 2030년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 보고서도 이를 인정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금세기 말까지의 기후 안정화에 대해서는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의무 할당 방식이 자발적 기여 방식으로 바뀌면서 조속한 감축능력을 마련하는 내용은 의제로 다뤄지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거기에 감축목표 기준연도가 1990년도, 2000년도, 2005년도 등으로 다양하고 감축목표 기간도 5년과 10년으로 나뉘어 있어, 협상은 물론이고 이행과정에서의 혼란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복잡한 셈법을 통일성 있게 묶어내는 것이 파리 기후변화총회의 또 다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 기후변화대응 지원과 시장 제도

▲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5)에서 결정됐어야 할 2012년 이후 지구 공동의 기후변화체제가 합의 실패로, 결국 2015년 파리 COP21로 미뤄졌다. 더 이상 시간은 없다. 코펜하겐의 실패가 되풀이된다면 지구는 기후파국의 운명을 맞게 된다. ⓒ함께사는길(이성수)
개발도상국들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에 대한 기여도도 높지 않고, 대응 능력도 상대적으로 낮아서 선진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지원이 없으면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인데, 현재는 개발도상국들의 온실가스 배출증가율이 더 빨라 이대로 간다면 장기적으로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녹색기후기금(GCF)이 설치됐고, 그 외에도 각종 지원책이 논의되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도 개도국 지원 문제는 협상 타결의 주요한 실마리가 될 수밖에 없다.

자발적 기여 목표를 제출한 국가 중 일부는 자발적 기여 이행을 위해 개도국에 대한 투자와 재정, 능력배양 및 기술의 추가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은 개도국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과도한 수준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녹색기후기금, 지구환경기금(GEF) 등이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기술 지원 역시 지적재산권 문제 등과 결부되어 있어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개도국에게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이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동참의 관건이 되기 때문에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만한 당근이 제시될 것이냐 하는 것은 주요한 포인트다.

또 하나의 핵심 논쟁거리 중 하나는 청정개발체제, 배출권 거래제 등과 같은 시장 제도 도입 여부다. 시장 제도는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이미 도입됐는데, 경제적 이권 문제가 선명하게 걸려 있어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는 제도 운영과 수준에 관한 것에 국한되어 있다. 오히려 갈등은 시장 제도 시행을 반대하고 있는 NGO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미 교토의정서의 시장 제도가 별다른 효과도 없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직접 규제방식을 강화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 NGO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NGO 내에서도 시장 제도 도입 여부에 관한 이견이 있는데다가 대다수의 국가들이 시장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타결될 경우 시장 제도는 큰 갈등 없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 살펴본 쟁점 외에도 기후변화 적응 수단 및 지원, 불이행에 대한 페널티 문제 등 파리 기후변화총회에는 격렬한 대립이 예상되는 의제들이 산적해 있다. 때문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협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 시점에서 파리 기후변화총회를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는 없다. 파리에서도 실패하면 사실상 전 지구적인 공동의 노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21세기 최대의 위협이라면, 거기에 걸맞은 관심과 노력을 보이는 것이 우리가 살아야 하는 방법이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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