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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전사 수백 명, '덕후' 한 명 못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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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전사 수백 명, '덕후' 한 명 못 이겨"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대만의 중국군 연례 회의를 다녀와서 ②

중국의 '군사적 투명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얘기할 때, 대부분은 '예산 분야의 투명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중국의 군사 독트린(군사력의 운용)도 대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분야다.

1949년 중국의 성립 이후 현재까지, 중국의 군사 독트린/전략은 몇 번의 단계를 거쳐 왔는데 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군사 독트린의 변천

1949년부터 1979년까지 중국은 자국의 최강 전쟁 우위 요인인 인구와 국토 면적의 효용성을 극대화한 '인민 전쟁' 전략을 유지했는데, 이는 강대국의 중국 침공을 상정한 것이었다.

1979년 2월 약 한 달간 베트남에 대한 '응징'을 계획했으나 오히려 '응징'을 경험한 후, 1979년부터 1985년까지 '현대적 조건하의 인민 전쟁 전략'을 기치로 내걸었다.

가장 큰 변화는 1985년에 일어났는데, 과거의 '조기전, 전면전, 핵전' 태세에서 국경 지대의 소규모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제한전인 '유한국부전쟁'으로 전략적 '전환'(轉變)을 꾀한 것이다. 이는 덩샤오핑이 주도한 군 개혁으로서, 이후 감군, 군 구조 개편, 부대 통합 등이 이뤄졌고, 현재의 중국군 구조는 1985년 이후 30년 간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장쩌민 중앙군위 주석의 집권 초기에 일어난 현대전인 걸프전(1991년)의 영향으로 동 전략은 1993년부터 2004년 기간 중 공식적으로 '고기술(첨단 기술) 조건하의 유한국부전쟁'으로 불리게 되었다.

후진타오는 2002년 당 총서기에 선출되었으나 중앙군위 주석직은 2년 후인 2004년에 물려받았는데, 이때부터 최근까지 중국의 공식 군사 전략은 '정보화 조건하의 유한국부전쟁'으로 명명되었다.

집권 3년차인 시진핑 중앙군위 주석은 금년에 '정보화전' 전략을 선포했는데, 이는 목표의 재천명이자 향후 중국의 공식 군사전략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2015년 5월, 중국은 <중국의 군사 전략>이라는 제하의 국방 백서를 간행했는데, 1998년 이후 약 2년마다 발행되고 있는 국방 백서 시리즈에서는 최초로 사용된 제목이다. 동 백서에서는 '적극 방어'라는 개념이 강조되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방어와 공격'의 동시 수행을 의미한다.

중국 군사 독트린의 핵심 두 가지 : 전략의 혼재성과 '유한국부전쟁' 전략

이와 같은 독트린의 변화가 좀 복잡하게 들릴 수 있으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 중국은 기존의 군사 전략을 '새로운' 군사 전략으로 바꾸어 온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혼재된 군사 전략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군은 매우 다양한 전장 환경과 서로 다른 기술 수준을 보유한 가상의 적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공식 명칭이 '정보화 조건하', '고기술 조건하'이던지 간에 중국은 국경 혹은 '근해(近海, near sea)'에서의 소규모 분쟁 및 제한적 국지전 전략, 즉 '유한국부전쟁' 전략을 2020년 심지어는 2025년까지 유지할 것이다. 특히, '정보화전'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경제 건설과 군 건설 간의 조화', '기계화와 정보화' 간의 상호 작용, '비대칭 전략과 전력'의 추구 등 수 많은 도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군사 전략이라는 것은 군사 과학기술, 즉 국방 연구 개발(R&D)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금번 대만의 중국군 연례회의에서는 중국의 '정보화전' 전략 추진과 이에 소요되는 기술력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중국의 '자력갱생' 원칙 고수, 공군력을 중심으로 한 외국 무기 체계 도입 필요성, 중국의 '군사 분야 혁명(RMA)' 개념 정립의 문제, 민-군 겸용 기술 발전과 군수 산업의 민간-외국 개방 등 매우 다양하고 전문적인 주제가 다뤄졌다. 아래에서 주요 시각과 평가를 소개하겠다.

중국의 군사 기술 수준, 어느 정도인가?

2000년 이후 지난 15년 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대만 해협의 제공권은 중국 대륙으로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비해 지난 15년 간 중국의 국방 기술 획득 수준(개발 및 생산)이 빨라졌다.

미 국방부 획득 담당 차관보인 프랭크 켄달(Frank Kendall)은 2014년 미 의회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한 바 있다.

“(중국의 군사 기술력으로 인해) 미군이 본인이 수십 년간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군의) 기술적 우위는 확고하지 않고 우리의 태세(posture)에 대해 안심(complacent)할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의 군사 기술력이 조만간 서방의 군사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군은 거의 전적으로 플랫폼(즉, 무기 체계)으로 이뤄져 있고, 네트워크 중심(NCW) 혹은 활용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중국군은 군사 혁신(innovation) 단계에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 그 특징이 복제 및 모방, '창조적 모방', 그리고 '창조적, 점진적 적응' 등으로 설명되고 있다.

'군사 분야 혁명(RMA)'은 대표적인 예인데, 이는 군사 및 군수 산업 운영의 혁신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개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최근 자주 논의하는 사이버전의 경우, 훈련받은 컴퓨터 전문가 수백 명보다 컴퓨터에 완전히 '미쳐버린' 컴덕(컴퓨터 덕후) 한 명이 더 낫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 '컴덕'이 미국이나 중국 중 어디에 있을까? 미국의 사이버 패권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중국의 국방 R&D에서 (전투기) 엔진, 전자 그리고 '흑색 예술'이라 불리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및 통합 영역이 특히 취약하다. 반면, 조선이나 미사일 같은 부문(sector)이 아닌 특정 분야(niche), 즉 대함 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초음속, 그리고 지상 레이저의 개발 및 생산에서는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사실, 보다 구체적인 무기 체계의 기술 수준도 많이 알려져 있다.

중국 국방 R&D의 불균형 발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편차가 심한 중국의 경제, 사회, 지역의 개발을 보라. 한중 관계조차도 경제-외교-국방 간의 불균형이 심하지 않은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이 어떤 무기 체계와 군사 기술(군), 그리고 군수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지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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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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