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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징병제, 중국 군은 어떻게 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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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징병제, 중국 군은 어떻게 꾸리나?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대만의 중국군 연례 회의를 다녀와서 ①

외국에서는 중국 군사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만 간략히 말하자면, 중국이나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중국 군사 연구는 연구 성격상 대중적일 수 없고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모임은 더욱더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는 중국 군사 문제 전문가들의 연례 회의는 딱 두 곳에서만 개최된다. 미국과 대만(타이완)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회의는 비공개라 알아도 소개할 수가 없고, 대만에서 열리는 회의는 중화민국고등정책연구협회(CAPS)가 주관한다.

중국 군사 연구의 최신 동향 알 수 있는 중국군 연례 회의

금년에도 나는 타이베이에서 양일간(11월 13일, 14일) 개최된 중국군 연례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주최 측에 특별히 부탁하여 채텀하우스룰(Chatham House Rule, 회의 내용은 소개할 수 있으나 발언자는 거명하지 않는 원칙)을 지킨다는 조건을 약속하고 그 주요 내용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로 기획했다. 총 3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3회씩이나 연재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배울 것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회의 참석자 구성은 사회자, 발표자, 토론자 기준으로 미국인 18명, 대만인 5명, 일본인 1명, 그리고 한국인 1명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미국인이 많으면 논의 내용뿐 아니라 회의 운영도 미국 연구자들이 압도하게 된다. 중국 군사 연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내용상 워싱턴에서 하는 회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의 경우, 상당수의 국제 회의에는 미, 일, 중, 러 학자들이 각각 1명씩 초청된다. 그러니 해당국의 다양한 의견은 들을 수가 없다. 학자 한 사람이 그 나라의 의견을 모두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 않는가.

이번 대만에서의 회의는 연례 회의인데 금년이 27회째이다. 항공료를 포함, 회의에 쓰이는 예산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회의 포맷도 특이하다. 나는 토론을 맡았는데, 한 발표문에 대한 토론이 아닌 세션의 발표문 세 편 모두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이다. 토론해야할 발표문은 모두 합치면 100쪽이 넘는다. 준비도 해야겠지만 간략히 말해 전문가들이니 요점만 얘기하라는 것이다. 발표와 토론이 끝나면 청중에 배분된 시간이 무려 한 시간이다. 그래도 발언하겠다고 줄을 서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나는 1992년부터 동 회의에 참석했는데, 회의 운영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한 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미국 측 발표자 중에 82살의 원로학자가 있었는데 중국 군사전략 및 작전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걷기도 불편하고, 성량도 과거 같지는 않았지만 수십 년의 연구가 다져져서 나온 주장과 메시지는 분명했다. 중국의 군사력을 수시로 나오는 정보에 따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말고,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여 평가할 것이며, 특히 다른 영역 및 이슈와의 연계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이 '해양 국가'를 선언했어도 '대륙 방어' 전통은 지속될 것이며, 중국은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만 '해양 이익'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원로학자는 6.25 참전 용사이고, 한국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주요 논의 중에 중국군의 예산과 관련된 것도 있었다. 예산 분야는 그간 연구가 많이 되었으나 자료 부족으로 연구가 정체된 대표적인 이슈다. 중국의 국방 예산(국방비와 다른 개념임)은 대외 투명성이 낮은데, 그래도 전년도 경제 성장률 그리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5개년 계획(13·5 규획, 2016-20년)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지난 9.3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30만 감군을 선언했기 때문에 내년 혹은 향후 중국의 국방 예산이 감소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있다.

아직 동 이슈에 대해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상기 추이는 중국군의 대외 활동(예, 군사 외교, 인도주의/구난 활동, 평화유지군) 증가, 장교 및 사병의 복지 확대, '정보화전' 전략 추진에 따른 예산 소요 증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군의 러시아제 무기 완제품 도입은 많이 감소했으나 S-400 대공 미사일 체계, Su-35 다목적 전투기는 초고가 무기 체계로서 수십 억 달러가 소요된다.

현재 GDP에서 국방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중국이 1.4%, 한국이 3% 미만, 미국이 4% 이상인데, 중국은 이 비율을 유지할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중국은 국방 예산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율이 감소하는 것이다. GDP 성장으로 인해 실제 국방 예산은 계속 증가한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사회 경제적 변화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변화를 만든다

다른 주요 변화는 중국군의 충원, 교육 및 훈련에 관한 것이다. 현재 중국군 사병은 육, 해, 공군 공히 복무 기간이 2년씩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추진으로 인한 소위 '소황제(小皇帝)' 문제다. 군과 국가에서는 '일체화', '연합/합동 작전', '집단 의식'을 강조하는데 홀로 자란 응석받이들이 도대체 적응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병 충원의 경우 2013년부터 제도가 바뀌었다. 수십 년간 늦가을에 모병하여 3월까지 기본훈련을 받고 부대에 배치되었는데, 이제는 여름에 모병하여 11월 말까지 기본 훈련을 받는다. 이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우선, 이는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약 54%)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그 동안은 농촌에서 충원되었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 후인 겨울에 징집되었으나, 이제는 대부분이 도시에서 충원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6월)과 대학 입학의 학기 기준인 9월 전에 실행하는 것이 더욱 합당해진 것이다.

둘째, 그간 중국군의 동계 훈련은 인력 부족으로 간헐적이고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사실, 이에 대한 국내의 잘못된 보도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이제는 중국군의 동계 훈련을 보다 자주 그리고 보다 대규모로 보게 될 것이다. 셋째, 모병 시기는 퇴역 시기를 결정한다. 이제 매년 9월이면 수십만 명의 퇴역 군인이 사회로 돌아온다. 취업, (재)교육, 결혼, 연금 등 이에 따른 사회 경제적 문제들과 연결될 것이다.

중국 군사를 연구할 때 구체성과 연계성이 중요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군사 문제가 군사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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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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