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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사상의 독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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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사상의 독재자'다

[편집국에서] 박 대통령은 왜 복면시위에 강경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복면을 쓴 일부 시위자들을 국제적인 테러집단 IS에 비유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에 외신들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앨러스테어 게일 서울지국장은 "한국 대통령이 복면을 쓴 시위자들을 IS에 비유했다. 정말이다(South Korea's president compares local protestors in masks to ISIS. Really)"라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기사에 트윗을 달았다.

일본 <교도통신>도 "비판 세력과의 대결 자세를 한층 더 선명히 드러냈다"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주의적 자유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같은 시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지당하신 말씀"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곧바로 '복면시위 금지법'을 발의하는 등 대통령의 말씀을 입법화하는데 나섰다.

'프레임 전쟁'에서는 프레임 자체를 두고 논쟁을 해봤자 힘 있는 쪽이 이기게 돼있다. 대통령이 "복면 시위자는 테러집단"이라고 규정하면, "어떻게 그렇게 규정할 수 있느냐"고 해봤자 복면시위자는 테러범으로 간주된다.

'프레임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지 않으려면 선제적으로 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 외신들이 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박근혜가 민주주의적 자유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는지를 주목하면 답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사상의 독재자'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뉴스피크'


이 프레임으로 보면 패러디물을 양산한 박 대통령의 발언들이 이해가 된다. 박 대통령은 현행 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 일색이라는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사실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온다"라거나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자신을 사실과 진실, 심지어 영혼의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는 절대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바로 '사상의 독재자'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사상의 독재자'는 눈에 보이지는 않는 사상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 자체를 매우 불순하게 볼 수밖에 없다.

'사상의 독재자'에게는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위를 하는 국민들은 모두 '혼이 비정상'인 것으로 보이겠지만, 특히 참을 수 없는 대상은 '복면 시위자'들이다. 그들이 북한에서 왔거나,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자들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상의 독재자'에게 복면시위자들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시위의 배후세력이다. 복면 시위자는 얼굴만 가렸지만, 배후세력은 아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이런 배후세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테러방지법'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박 대통령을 '사상의 독재자'라고 규정하고 보니,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떠오르게 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독재체제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뉴스피크'라고 한다. 이 언어는 기존의 언어인 '올드스피크'의 개념을 전도시키는데서 출발한다. 이곳에서 '평화'라는 단어는 기존 언어에서의 '전쟁'을 의미한다. 따라서 1984식 독재체제에서 평화는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일단의 세력에 의해 이렇게 변질된 대표적인 체제 언어가 바로 '자유민주주의'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체제를 가리키는 용어로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말로 바꾸자는 바로 그 세력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개인의 자유라는 점에서, 자유를 특별히 강조한 체제가 자유민주주의라면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쓰이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 앞에 붙은 '자유'는 독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로 민주주의를 대체하자는 세력만이 자유를 구가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특정 세력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체제는 반드시 '사상의 독재'를 지향한다. 사상의 독재를 구축하려는 세력에게 체제 내의 다른 구성원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된다.

박근혜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한다. 따라서 사상의 독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상의 독재'에 세뇌된 국민이 아니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후퇴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사상의 자유'까지 옥죄어들어오는 느낌까지 들고 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때로 시간여행이라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뉴욕타임스>의 지난 19일자 사설 'South Korea Targets Dissent'은 이 점을 정확하게 짚었다. 이 사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나라를 폐허에서 세계적인 산업 부국으로 만든 경제발전과 함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이룩한 활력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 대해 자부할 만하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을 마치 낮과 밤처럼 북한의 괴뢰정권과 확연하게 다르게 만든 민주적 자유에 대해 역행하려고 하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 사설은 박 대통령이 왜 민주적 자유를 퇴행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게 됐는지도 적시했다.


"박근혜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장교 출신으로 1961년부터 1979년까지 한국의 군부 독재자였던 박정희 장군의 딸이다.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한국의 학생들이 자국의 역사-특히 민주적 자유가 산업화의 장애물로 여겨졌던 시대의 역사-를 미화한 교과서로 배우도록 하려는 하나의 동기로 보인다."

나아가 사설은 한국의 진정한 위기가 경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는 올해 메르스 발생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수요 감소로 타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적 평판에 대한 가장 큰 위기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다. 주로 역사를 수정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려는 박근혜의 강압적인 시도들이다."

<뉴욕타임스>가 사설로 이렇게 경고할 지경이니, 이제 '사상의 독재자'의 발언에 대해 공방이나 벌일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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