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위원장은 28일 저녁 <프레시안>과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가 공동 주관한 '정치통(通)' 공개 방송에서, 안 전 대표의 '혁신위 실패' 발언을 듣고 어떤 심경이었냐는 질문에 "'안철수 의원도 여의도 식(式) 정치인이 됐구나' 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여의도 식 정치가 뭐냐'는 이어진 질문에 그는 "여의도 정치를 들여다보니 3가지가 없더라. 정의가 없고, 미래가 없고, 혁신이 없다"고 답했다. 이날 공개방송은 그가 혁신위 해단 후 처음으로 언론과 한 인터뷰다.
안 전 대표가 지난달 2일 "혁신안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 그는 "혁신위가 당의 모든 것을 일시에 바꿀 수 있는 기구는 아니지 않나"라며 "혁신위는 당을 진단하고, 당이 제대로 갈 수 있는 제도 혁신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제도 변화가 구체적으로 진전되며 당이 변할 때 국민이 공감할 수 있지, 혁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이 공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안 전 대표도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혁신되기 바란다는 취지에서 말하고 있다고 짐작하지만, 혁신위와 관련해 뜬금없는 평가를 하는 것이 의아했다"며 "혁신위 활동 (기간) 중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다든가 하는 것 없이,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느닷없이 '실패'라고 규정하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안 전 대표가 제시한 '당 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 인재 영입' 등 3가지 혁신 방향에 대해서는 "그것은 필수적인 것"이라며 "혁신위도 그것을 전제하고 그를 위한 혁신안도 만들어 발표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공감을 표했다. 진행자가 '안 전 대표가 혁신위에 이같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적이 없었나'라고 묻자 그는 "없다"고 잘라 말하며, 자신이 혁신위원장을 맡은 직후 당 인사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수렴할 때 혁신의 필요성 등 일반론적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었던 안 전 대표가 자신을 영입하려 했었는데, 당시부터 안 전 대표와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닌지 묻자 그는 "특별히 (사이가) 나쁠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개인적 관계가 형성돼 있진 않았다"며 "특별히 둘이 만나 정치적 견해를 나눈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부산 출마가 총선 '바람' 만들 것…희생 요구에 486 얘기도 넣으려다가…"
안철수 다음은 '친노'와 문재인이었다. 그는 당 내외에서 혁신위를 '친노'로 규정한 데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냥 웃었다"며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해단한 혁신위 외에 조은 동국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역시 '친노'라는 말을 듣고 있는 데 대해 "계파주의적 기득권 싸움은 (당이) 국민에게 외면받게 된 원인"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어느 기구나 집단을 (특정) 계파로 몰아붙이는 것은 나쁜 습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진행자가 물었다. "문재인 대표는 '친노' 얘기를 하면 '친노는 없다'고 하는데, 당에서 일해 보니 어떤가. 친노, 있나 없나?" 김 전 위원장의 답은 이랬다.
"어느 조직이나 주류·비주류가 있고, 새정치연합에도 있다. 그것을 친노-비노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권파-비당권파, 주류-비쥬류가 서로 경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당 활동인데, (새정치연합에도) '주류'는 있다고 보고, 그것이 당권을 유지하고 확대해 가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비주류 측에서 문 대표를 비판하는 근거로 들어온 '호남 민심'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혁신위가 제일 먼저 광주 여론을 수렴했는데, 서울에서 전해듣는 것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총선 뿐 아니라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어렵지 않느냐는 불신이 있었다"고 일부 동의를 표했다. 다만 그는 이른바 '호남 신당'론에 대해서는 "지금은 호남 신당의 기운이 그리 크지 않다"며 "새정치연합에 불리했던 여론이 추스러지는 흐름을 볼 수 있다"고 최근 여론조사를 근거로 들어 말했다.
그는 혁신위가 문 대표의 총선 부산 출마를 권고했던 데 대해 "대표가 지역구에 묶이면 대표로서 역할을 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문 대표의 부산 출마가 2016년 총선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고, 그 바람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이라는 여론이 많아서 혁신위가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울산·경남의 정치 지형이 예전과는 달리 야권 지지세가 늘어왔다"며 "한 단계만 더 진전되면 훨씬 다른 양상을 만들 수 있고, 그게 전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는 "아시다시피 (혁신위가 출마) 지역을 지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런데 부산·경남 지역에 '부산 쪽으로 오시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은 확인했다"고 그는 언급했다.
이른바 '486세대' 출신 정치인들도 이미 기득권화했으며, 이들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당 내외에서 있었는데 혁신위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486 기득권'에 대해 혁신위원 한 분이 문제를 제기했었고, 마지막에 혁신위가 (문 대표 등의 험지 출마) 제안을 할 때 전·현직 대표 뿐 아니라 중진들과 486세대에게도 적절한 제안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제안이 가져올 파장을 최소화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전·현직 대표들에 대해서만 권고했다"고 그는 말했다. 앞서 이동학 전 혁신위원은 이 의제를 놓고 이인영 의원과 공개 토론을 벌였었다. (☞관련 기사 : 새정치, 30대 이동학 vs. 486 이인영 공개 논쟁)
"의원 79명의 '오픈 프라이머리' 서명, 반혁신적…이해 못해"
앞서 이달 중순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의원총회에서 논의하자는 연판장에 새정치연합 의원 79명이 서명을 한 일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김 전 위원장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한다는) 혁신안이 당헌·당규로 규정된 상태에서, 그것과 차원이 다른 것을 입법화하고자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혁신안을 피해가기 위한 방안이거나 반(反)혁신적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79명의 의원들은) 5대 범죄(살인·강간·강도·절도·폭력) 전력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나올 수 있게 하자는데, 오픈 프라이머리 자체도 그렇지만 5대 범죄만 제한한다는 것도 혁신안에 배치되는 부분"이라며 "어떻게 이런 활동을 하게 됐는지 저로서는 이해를 못 하겠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현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뿐만 아니라, 계파주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역선택 등 여러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고,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는 제도"라며 "우리 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만든 교육행정가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하며 야당에 "민생과 관련해 이 싸움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교과서 국정화 정국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가 달라질 가능성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대해 "이는 기본적으로 반교육적이고 반민주적·반역사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박 대통령은 전형적인 국가주의적·권위주의적 리더다. 국민과의 소통과 수평적 관계 속에서 문제를 풀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과서 문제를 놓고 박근혜 정부와 맞서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주어진 과제에 대해 대응 작업을 하고 큰 싸움의 전선(戰線)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며 "이 싸움을 제대로 한다면 국민과 당원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결국 민생과 관련해 이 싸움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과서 국정화 (관련) 싸움은 교육 문제이면서 정치화된 문제"라며 "교육은 먹고사는 것과 직결된 과정이다. 정치적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교육 자체, (이어서) 그와 연결되는 민생 문제까지 포괄하며 싸움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동안 무기력했던 새정치연합이 이제 조금은 움직이고 있고, 시민사회와 단절돼 있던 새정치연합이 다시 시민사회와 연대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며 "한 단계 더 나아가,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전선을 만들고 당 자체의 무기력을 벗어나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핵심 의제는 '불평등'"…'정치인 김상곤'의 비전은?
정치인의 길을 선택한 김 전 위원장의 앞날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혁신위원장으로 새정치연합에서 보낸 지난 5개월의 풍파가 그를 단련시켰는지, 인터뷰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집요하고 공격적인 질문도,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 제시도 그의 차분한 말투를 흔들지는 못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았을 때 '잘 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묻자 웃으며 "상당히 많은 수가 '그건 잘해야 본전이다'라는 얘기도 하고, '그 당이 혁신되겠느냐'는 회의적 얘기도 하더라"고 했다. 그 답변 중간에 다시 질문이 끼어들어 왔다. "경기교육감을 하다가 경기도지사에 도전해 실패했다. 혁신위원장이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 하셨죠? 안 하는 게 이상한 것 아닙니까?"
다소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답을) 유도하지 마시라"고 웃으며 손을 내젓더니 "난마처럼 얽힌 새정치연합 지도부 내부에서도 저에 대해서는 거부가 없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그러면 내가 할 역할이 있겠구나'라는 판단을 한 수준"이라고 유연하게 받아넘겼다.
도지사 후보 경선 패배 원인에 대해서도 그는 "실제로 경선에 임하고 보니, 당 생활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 경선에서 이기는 게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담담하게 복기했다.
자신의 새로운 업이 된 '정치'에 대해 그는 "간단히 얘기하면 국민의 삶에서 행복을 증진시키려 노력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로 꼽을 수밖에 없는 것이 불평등과 양극화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총선의 핵심 의제에 대해서도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예전의 무상급식처럼 구체적인 정책 해법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것은 저도 고민하고 있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교육과 경제와 정치, 종합적 혁신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 역할이 지금으로서 저의 역할"이라며 "사회 변화에 필요한 정책 개발 등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랬다.
"저는 그 이야기에 답변할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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