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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오늘 나랑 서울 가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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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오늘 나랑 서울 가면 안 되나"

65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너무 짧았던 12시간의 만남

60년 만에 다시 만난 가족들에게 2박 3일, 12시간은 너무 짧았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했다.

22일 오전 9시(현지시각)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제20차 1회차 이산가족들이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6개월 동안의 신혼 생활 이후 65년 동안 헤어졌다가 이번에 재회한 남측 아내 이순규(85) 씨는 북측 남편 오인세(83) 씨의 넥타이를 매만져주며 고개를 숙였다.

오 씨가 "(당신)닮은 딸을 못 놓고 왔구나"고 하자 이 씨는 "건강하슈, 오래 사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 씨는 아내와 남측 아들을 끌어안으며 "이렇게 안는 것이 행복이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 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남측 부인 이순규(85)씨와 북측 남편 오인세(83) 씨가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님을 만난 남측의 박용득(81) 씨는 북측 누님 박룡순(82) 씨를 바라 보며 "누님 내가 내 차로 북으로 보내줄게.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 가자. 2~3일 같이 자자"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박 씨는 북측 조카 송철환(55) 씨가 "통일되면 만날 수 있어요"라고 하자 말을 끊으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 우리 집에 데려오겠다는데 왜 안되냐"며 울분을 토로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북측 아버지 리흥종(88) 씨를 만난 남측 딸 이정숙(68) 씨는 손수건 두 장을 꺼내 한 장을 아버지의 손에 꼭 쥐어줬다. 이 씨는 "아버지, 이 수건 아버지하고 저하고 나눠 갖는 거니까 잘 간직하셔야 돼요"라면서 오열했다.

안타까운 이별이었지만 애써 웃어 보이려는 가족들도 있었다. 북측 언니 남철순(82) 씨와 만난 남측 동생 남순옥(80) 씨는 "어머니 살아계실 때 언니 살아있는 거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이 봤으면 얼마나 좋아. 언니가 평양에서 잘 살고 있다니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철순 씨는 "내가 똑똑이라 그래"라고 농담을 건넸고 가족들도 모두 웃으면서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남철순 씨는 "삼촌이랑 오빠랑 살아 있어서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 기가 막혀. 삼촌이랑 오빠는 가족들 못 만나서 애달파하다가, 그래서 빨리 죽었단 말이야"라면서 "오빠가 너무 불쌍해. 우리 통일되면 다 같이 큰 집에서 모여 살자. 이런 불행이 어디 있니 세상에"라며 안타까워 했다.

통일이 되면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북측 언니 리란히(84) 씨를 만나러 온 남측 동생 이춘란(80) 씨는 "열다섯에 언니랑 헤어져서 오늘 겨우 만났는데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려고"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리란히 씨가 동생인 이철희(60) 씨에게 팔씨름을 해보자며 팔을 내밀었다.

동생인 이철희 씨는 팔씨름에 일부러 져주면서 "어이쿠 우리 누님 힘이 아주 세신데요"라고 웃어 보였다. 이 씨는 누님에게 건강하시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한편 제20차 2회차 이산가족 상봉은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및 금강산 호텔에서 진행된다. 2회차에는 남측 가족 165명과 북측 가족 188명이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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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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