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범죄'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은 세월호 사태 못지않은 의혹투성이의 사건이다. 조희팔이 저지른 다단계 범죄는 피해자 최대 5만 명, 피해액 최대 8조 원이며, 전 재산을 날려 자살한 피해자만 수십 명이다. 공식집계로만 피해자 2만 5000여 명, 피해액 2조 5000여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조희팔은 2008년 사실상 해경의 호위를 받으며 중국으로 밀항하고, 2012년 경찰이 '과학적 물증'도 없이 서둘러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해 버린 사건이다.
지금까지 사법처리된 검찰, 경찰 관계자만 7명이며 모두 1인당 수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은 청와대나 정치권 실세처럼 정관계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아니고는 성립 자체가 될 수 없는 희대의 범죄로 꼽히고 있다.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조희팔은 '위장 사망'이라고 확신해왔고, 지난 10일 SBS 탐사보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조희팔이 사망해 화장을 했다는 날짜보다 이를 증명하는 화장증이 며칠 전에 발급되었다는 등 조희팔의 사망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근거들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된 바로 이날,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조희팔의 최측근으로 역시 중국에 도피 중이었던 강태용(54)이 중국 공안 당국에 순순히 잡혔으며, 검찰 국제협력단과 송환날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태용은 총부회장 역할을 맡아 조희팔과 함께 2004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대구, 인천, 부산 등지에서 20여 개의 유사수신 업체를 운영했으며 경찰과 검찰 등을 상대로 뇌물을 뿌리며 수사 무마 로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경 재수사, '조직 보호 우선' 넘어선 결과 낼까
강태용의 검거를 계기로 검찰과 경찰은 각각 전담팀을 꾸려 재수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하지만 2008년 때도 검경이 '조직 보호 우선' 식의 소극적인 개별 수사 체제로 사실상 조희팔 수사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이번에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검경이 각각 전담팀을 구성한 것 자체가 또다시 '조직 보호 우선'의 수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당시 경찰청 지능수사대장이 아직 증거가 아직 불충분하고 경찰 내부에서도 확정하긴 이르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희팔의 사망 발표를 강행했다. 당시 지능수사대장은 "조희팔이 급성심근경색으로 2011년 12월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지능수사대장이 강태용(대구 영신고)과 같은 대구 출신으로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박관천(49) 경정(대구고)이다. 그는 청와대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청와대 문서유출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문서유출 혐의는 무죄로 나왔고 정작 뇌물수수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박 경정은 수사 과정에서 시중은행 대여금고 2곳에서 금괴 11개를 보관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룸살롱 업주 오 모 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받았다는 금괴 5개를 제외한 금괴 6개의 자금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관천 경정과 강태용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금괴가 '조희팔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박 경정이 가 골드바를 확보한 시점으로 알려진 2007~2008년은 1㎏짜리 골드바 한 개(266.6돈)의 시가는 최대 4500만 원에 이르던 시절이며, 당시 조희팔 일당이 다단계 사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조희팔 사건으로 사법처리된 최고위직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면서 대구 영신고 동기생 강태용에게 포섭돼 서울고검 부장검사라는 고위직으로 구속된 김광준 씨다. 검경의 재수사에서 '조희팔 사건'의 배후 세력으로 꼽히는 '몸통급' 인사들이 추가로 밝혀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태용이 도피 7년 만에 마치 잡히길 원한 듯 체포됐다는 점에서, 조희팔 사망을 기정사실로 하고, 일정한 선에서 꼬리를 자르기 위한 협상 무기로 '조희팔 리스트'를 들고 올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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