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급 검찰 고위 간부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등에게 수차례에 걸쳐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다. 대선을 앞두고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검찰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직 검찰의 비리 의혹을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고검 김 모 부장검사가 유진그룹 총수 일가와 6억원의 돈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경찰은 이 검찰 간부가 조희팔에게도 두 차례에 걸쳐 2억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돈은 5억5000만 원과 5000만 원으로 나뉘어 수표로 차명 입금된 것으로 의심된다. 경찰은 이 돈의 성격과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특히 유진그룹이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김 부장검사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유진그룹은 평소 유경선 회장의 동생과 친분이 있는 김 부장 검사가 전세자금을 빌려달라고 요구해 수표 2장으로 끊어 빌려줬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또 김 부장검사가 대기업과 다단계 사기범인 조희팔에게 차명계좌를 통해 2008년 3월, 5월 두 차례에 걸쳐 2억 원과 4000만 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 부장검사가 해당 계좌에서 돈을 뽑는 장면이 담긴 CCTV영상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 역시 대가성 여부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이슈가 다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과 경찰간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인 것이다. 최근 검찰은 강남역 룸살롱을 집중 단속하며 경찰 비리를 밝힌 적이 있다. 이 가운데 경찰이 검사장 급 간부를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다.
검찰은 그간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파동에 휩싸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치권의 검찰 개혁 명분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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