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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국정화 세력의 '상징조작',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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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국정화 세력의 '상징조작', 쉽지 않다

[시사통] 10월 15일 이슈독털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세력이 상징조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내용의 붉은 현수막을 내걸더니 이번엔 보수언론 중심으로 서울 강남구 모 고교에서 박근혜와 박정희, 그리고 이승만에게 악담을 퍼부은 한홍구 교수 강연 동영상이 학생들 앞에서 상영됐다고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분석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 '주체사상 현수막'은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상징조작이고, '동영상 상영'은 역사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와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는 교수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상징조작입니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시도입니다. 이전부터 애용돼 왔던 상징조작이기에 그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조차 번거롭습니다. 관심사는 오직 하나, 이런 상징조작이 국민들에게 먹혀들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쉽지 않을 겁니다.

상징조작을 무력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 바로 실증의 경로가 열려있습니다. 교과서에 담긴 내용이 주체사상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비판하는 것이라는 점을 실증하는 건 아주 쉽습니다. 강연의 진짜 취지와 맥락을 실증하는 것 또한 용이합니다. 교과서의 해당 부분에 밑줄 치면 되고 동영상 전체를 틀면 됩니다.

단지 이런 점 때문만이 아닙니다. 국정화 세력의 상징조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더 강력하고도 확실한 근거가 있습니다.

교수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 전원의 국정 교과서 제작 참여 거부 선언을 시작으로 그 물결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전원이, 그리고 고려대 사학과·한국사학과·역사교육과 교수 전원이 같은 선언을 했습니다. 역사 교수만이 아닙니다. 서울대를 비롯한 수십 개 대학의 수천 명 교수가 국정화 반대 선언에 참여했습니다.

이건 상징조작이 아니라 그냥 상징입니다. '사학과 교수 전원'의 집필 거부 선언은 논란조차 허용치 않는 통일된 사태 인식을 상징하고, 수십 개 대학 수천 명 교수의 릴레이 반대 선언은 단호한 저항 의지를 상징합니다.

비유하자면 국정화 세력이 '낚시질'을 하고 있는 반면 국정화 반대 세력은 '그물'을 펼치고 있는 셈인데, 이런 판에서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낚시질은 그물에 갇힙니다.

그물에 갇힌 낚시의 꼴을 예상하면서 언론은 이 점을 묻습니다. 노·장·청을 아울러 집필진을 구성하겠다는 교육부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이건 작은 문제이자 비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상징조작이 갇혀버릴 경우 국정화 세력이 꺼내들 카드는 ‘힘’입니다. 위력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겁니다. 일방적으로 절차를 밟아 대못을 박아버리는 건데요. 이런 일방통행은 국정화 세력이 원하지 않았던 다른 전선을 야기합니다.

지금은 국정화를 위한 행정예고기간, 즉 국정화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기간입니다. 이 기간의 끝자락에서 그 누구보다 직접적이고 정확한 대학 교수들의 여론을 무시하게 되면 국정화 세력의 결정과정은 비민주적이 되고, 결정내용은 몰상식이 돼 버립니다. 전선의 성격이 반민주·몰상식으로 상징화 되는 것입니다. 국정화 세력이 염두에 뒀던 좌우 이념대결 전선과는 전혀 다른 전선이 창출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을 휘두를 겁니다. 이왕 꺼낸 칼 무라도 베어야 하기에 마구잡이로 휘둘러 그물을 찢으려 할 겁니다. 실제로 찢을지도 모르고요.

그럼 내면화될 겁니다. 국민의 마음이 촛불시위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거치며 반MB 정서를 내면화했던 그 과정을 고스란히 밟을 것입니다. 더불어 국정화 세력이 통감할 겁니다. 디딤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것이 사실은 늪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겁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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