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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초대내각, 능력·전력·이념편향 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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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초대내각, 능력·전력·이념편향 논란 불가피

경제팀-외교안보라인 우려 속 위장전입 논란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이 18일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책임질 국무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싼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폐지가 거론되는 부처를 제외한 13개 부처에다 국무위원 2명을 포함한 15인의 명단을 발표한 것.

지난 대선기간부터 이 당선인이 강조해 온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해 철저한 검증 끝에 국무위원들을 선별했다는 게 이 당선인 측의 설명. 그러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교수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점, 지나치게 편향적이거나 이념 지향적인 인물이 포함된 점 등을 두고는 '실용주의'라는 원칙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MF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제부처 수장?

우선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게 될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에게는 "IMF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강 내정자는 지난 1997년 통산산업부(현 산자부) 차관을 거쳐 재경부로 파견됐다가 IMF 사태를 맞았고, 이듬 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했었다.
▲ (왼쪽부터)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 내정자, 이명박 당선인, 남주홍 국무위원 내정자. ⓒ연합뉴스

누누히 '경제 대통령'으로 자신을 차별화 시켜 온 이명박 당선인이 'IMF 사태'와 무관치 않은 인사를 경제부처 수장으로 앉힌 셈이다.

그의 발탁을 '모피아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기획원(EPB) 출신 인사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왔던 '모피아' 그룹이 강 내정자의 발탁과 함께 중흥을 맞는 게 아니냐는 것.

특히 재경부와 기획예산처의 기능을 통합해 신설되는 기획재정부의 발탁을 두고 '공룡부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모피아 중에서도 '성골(聖骨)'로 분류되는 강 내정자의 발탁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길 수만은 없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는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강 내정자가 지난 1982년부터 소망교회를 다니기 시작해 이명박 당선인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두고는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쓸데없는 이념논쟁 피한다"더니…'한국의 네오콘'이 통일정책 수장으로

이밖에 다른 장관 내정자들의 면면을 두고도 실망과 우려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통일부 존치를 염두에 두고 국무위원에 내정된 남주홍 교수의 경우에는 지나친 대북 강경론으로 인해 자칫하면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기사 : <통일은 없다> 저자가 통일부 장관?)

애초 인수위가 폐지키로 했던 통일부의 경우에도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싼 협상과정에서 존치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남 교수는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사실상 낙점을 받았지만 이날 끝내 협상이 결렬되고 인수위 측이 원안대로 국무위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남 교수는 대북 업무 및 자원외교를 담당하게 될 국무장관으로 후보자로 초대내각 명단에 포함된 것.

그 동안 강경한 '친미반북' 성향으로 '한국의 네오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남 교수의 발탁을 두고는 '실용주의'라는 이 당선인의 인사원칙과도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의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끝없는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이념논란을 자초할 수밖에 없는 남 교수의 발탁이 자칫하면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모두 패착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성가족부 존치 가능성을 감안해 국무위원으로 합류한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으로 활동한 경력 등을 감안했다는 게 이 당선인 측의 설명이지만, 구(舊)보수주주의적 성향에 가까운 단체의 여성가족부의 수장으로 낙점한 대목 역시 '실용주의'로 평가하긴 어렵워 보인다.

재벌기업들의 대정부 창구나 마찬가지인 전경련의 이윤호 부회장을 지식경제부 장관에 기용한 대목에서 나타나듯 노골화된 '친기업 성향'을 두고는 "정부가 앞장서 양극화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더욱이 행정경험이 전무한 김도연 교수(교육인적자원부), 유인촌 유시어터 대표(문화관광부), 정운천 교수(농림부), 김성이 교수(보건복지부), 이영희 교수(노동부) 등 교수출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대목도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라는 평가다.

한편 이 당선인이 존치를 두고 통합민주당 측과 막판까지 평행선을 달렸던 해양수산부에 대해선 장관 내정자를 발표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해수부 폐지'와 '국토해양부 신설'에 대해선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분명한 방침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구설수 끊이지 않던 어윤대, 결국 '위장전입'으로 낙마

특히 애초 교육과학부 장관에 낙점된 것으로 알려진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명단발표 직전 낙마하게 된 배경을 두고는 "당선인 측의 인력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어 전 총장의 경우에는 사실 위장전입뿐만 아니라 독단적인 조직운영, 청와대 사회교육문화 수석에 내정된 이주호 의원에 이어 경영대 출신이 교육정책 부서의 장을 맡게 된다는 부담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인의 전폭적인 신임으로 교육과학부 장관 물망에 올랐던 인사다.

그러나 어 전 총장의 부인인 정모 씨가 1988년 위장전입을 해 경기 고양시의 논밭 4000여 평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이날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되면서 어 전 총장은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춘 인사를 적재적소에 기용한다는 '실용주의'의 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던 어 전 총재의 발탁이 결국 '개인비리'로 무산된 셈.

<한겨레>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정모 씨 소유로 된 이 땅의 땅값은 그 동안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도 10배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 땅에 대해 현재 시가로는 3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경선과정에서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는 이명박 당선이기에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통령 후보와 장관 후보자의 검증을 두고 각각 상이한 기준을 적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지역안배에는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다. 경상도 출신은 강만수, 김경한, 원세훈, 이영희 내정자 등 4명. 이밖에 강만수 내정자(서울), 유명환, 박은경 내정자(경기), 이윤호, 정종환, 이춘호 내정자(충청), 이상희 내정자(강원), 유인촌, 남주홍, 정운천(전라), 김성이 내정자(평북) 등이 포함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9명, 6명은 5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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