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간의 줄다리기가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문화부 장관 기용이 유력한 유인촌 전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다. 그는 지난 해 경선 때부터 이명박 당선인을 지원해 왔고, 경선 이후에도 각종 장외 연설회 등에서 사회를 맡으며 여론몰이에 앞장섰던 인물. 인수위 출범과 함께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상근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특히 유 전 대표는 지난 1993년 인기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현대건설 시절의 이명박 당선인을 연기한 바 있다. '청년 이명박'을 연기한 연기자가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에 합류하게 된 셈이다.
이밖에 기획재정부에는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 외교부에는 유명환 주일대사, 법무부장관에는 김경한 전 법무차관, 교육과학부 장관에는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는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환경부에는 유일한 여성후보인 박은경 대한 YWCA 연합회장, 노동부에 이영희 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등이 사실상 내정됐다.
'지역안배'를 고려한 인선도 눈에 띈다. 농수산식품부에 정운천 전 한국농업CEO연합회장(전북 고창), '무임소 장관'인 특임장관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남주홍 경기대 교수(전남 순천), 국토해양부에 정종환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충남 청양), 지식경제부에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대전) 등이 포함됐다.
국방부 장관에 유력한 이상희 전 합참의장은 강원도 원주, 보건복지여성부에 김성이 전 이대 교수는 신의주 출신이다.
'친밀도'-'학맥'-'친기업'
이날 알려진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지난 선거 기간 이명박 당선인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온 인물이 절반에 이른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인이 그토록 비난해 온 '코드인사'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계 인사의 발탁도 눈에 띈다.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된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의 대표기구인 전경련 현직 인사를 발탁한 것은 당선 직후부터 이 당선인이 누누히 강조해 온 '비즈니스 프랜들리(친기업)' 행보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전경련 상근 부회장 출신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과 이 당선인과 사돈관계인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이윤호 내정자를 적극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부처장관 13명 중 서울대 출신이 6명(강만수, 유명환, 김경한, 김성이, 이영희, 원세훈), 고려대 출신이 3명(어윤대, 정운천, 정종환)에 이른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아직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존치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통일부 장관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욱 교수를 포함하면 고대 출신은 4명으로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특정 지역와 학맥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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