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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습 TPP, 중국은 느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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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습 TPP, 중국은 느긋하다

[강준영의 차이나 키워드] TPP/류윈산/5중전회

[분석 하나] 미국 TPP 체제 완성, 중국은?

10월 6일, 애틀란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 :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이 타결되었다. 이로써 장장 6년에 걸친 12개국의 다자 협상 끝에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역이 탄생했다.

그러나 TPP는 자유 무역과 투자 및 지적 재산권 분야 등 광범위한 영역의 통일적 규범 제정에 합의는 했지만 회원국 간의 수많은 이견을 일단 잠정 합의로 봉합하고 향후 12개국 각자가 자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TPP의 출현은 경제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질서와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주도되던 기존의 국제 무역 질서가 재편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미일의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다. 특히 일본이 2014년 7월, 뒤늦게 TPP 협상에 뛰어들게 되면서 TPP 체제는 미일 FTA 성격과 함께 전체적으로 미일 경제 안보 동맹의 중국 견제라는 구도를 형성하였다.

이는 이번 협상을 주도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이 정하는 규칙, 즉 차이나 스탠더드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이 나섰다"는 언급에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One Road)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자신의 유럽 맹방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 가입하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TPP 협상에 더욱 매진했다. 특히 칠레, 페루, 멕시코 등을 설득하기 위해 해당국에 직접 전화를 거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미국은 TPP 타결을 통해 아태 지역의 경제 질서 주도와 역내 영향력 제고를 꾀하고, 중요 지역 안보 영역에 대한 미국의 국가 이익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 TPP에 전 세계 GDP의 15%를 차지하는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TPP는 중국이 접근할 수 없는 높은 기준들을 제정해 놓고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중국은 참여 자체가 어려웠다. TPP는 관세를 낮춰 무역 확대를 추진하는 WTO와 비교해 더욱 포괄적인 자유 무역을 강조한다. 그래서 화폐의 자유 태환, 공평한 세제, 국유 기업 민간화, 노동자의 권익 보호, 환경 자원 보호, 정보의 자유 등은 물론이고 각종 규제 철폐와 인위적 조정 및 보조금 지급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인민폐는 자유 태환이 근본적으로 어렵고, 국유 기업 위주의 경제 시스템 운영, 지적 재산권 보호 취약국인 중국 입장에서 볼 때 TPP는 처음부터 '중국의 진입을 배제한 클럽'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상무부 발표를 통해 TPP 역시 중요한 역내 자유 무역 협정의 하나로 기존의 협정들과 공존하기를 바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심 중국에 대한 거대한 무역 차별과 TPP 회원국들이 회원국 간 거래 확대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이탈하는 무역 이전 유발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을 배제한 국제 무역 질서의 재편은 불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서방의 시각도 '중국 배제론'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일단 자신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뉴질랜드 등 총 16개국으로 구성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추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TPP 체제와의 충돌보다는 공존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TPP 체제의 원 체약국으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많은 우려에 봉착해 있다. 일단 우리나라는 이미 TPP 12개 회원국 중 10개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TPP 미가입에 따른 상대적 불이익이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에의 능동적 대처를 위해 신경제 질서 구축의 전체적 추세에는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석 둘]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류윈산 상무위원의 파견, 무엇을 의미하는가?

10월 10일, 중국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중국 정치의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云山) 당무서기를 파견했다. 이는 결론적으로 중국에게 북한이 매우 중요한 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그리고 '북한노동당 대 중국공산당'의 특수 관계를 강조하면서 일단 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간에는 지난 25년간 17차례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북이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및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으로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급의 방북은 처음 있는 일이다. 류윈산은 행정부에 보직을 갖고 있지 않지만 언론을 비롯한 중국 전체의 선전 계통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다. 중국과 북한은 정부 관계와는 별도로 일정한 수준의 당 교류는 지속해 왔다.

특히 이번 류윈산의 방북은 이번 노동당 창건 기념식을 계기로 미사일 발사 실험 등 새로운 도발을 천명하고 있던 북한에게 더 이상의 도발 행위를 하지 말라는 설득을 관철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의사에 반하는 핵 보유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리는 한편으로, 악화된 북-중 관계를 복원하려는 북한의 손을 잡아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지난 8월 목함 지뢰 사건에 따른 긴박한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8.25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보인 소위 '중국의 건설적 역할', 그리고 미국의 '전략 자산 투입 압력'과 한국의 '타협 불가론' 등의 3국 협력은 북한으로 하여금 새로운 위기의식을 갖게 만들었다. 반면 중국은 우선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하고 중국의 굴기를 세계에 선포하고자 했던 전승절 기념식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 북한을 압박했지만 언제까지나 북한을 놓아 둘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북한도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3대 기조 정책(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실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호응하고, 북-중이 함께 노력해 6자 회담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중국의 입장에 반응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중국은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확대하고 모든 수준에서 교류를 증진해 양국 관계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고위급 교류가 언제든 가능하고 김정은의 중국 방문도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김정은도 자신들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중국식 해결 방안을 따르라는 중국의 의도에 북한이 일단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중국에게 있어 북한은 여전히 전략적 자산이다. 자신들이 제어만 가능하다면, 북한은 대미 견제의 아주 유용한 수단이며 한-미-일 안보 구조를 견제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북한이 꼭 중국의 말을 들으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북한이 언제든 돌출행동을 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북한 핵이 중국에 결정적 위협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지도부의 대북 강경 발언의 후속으로는 꼭 김정은 체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체제가 비록 핵을 가지고 세계를 위협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만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적어도 경제적 차원에서는 질적인 변화가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특구의 설치나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농촌에서의 시장 경제가 부단히 증가하고 있고, 사회간접자본 건설에도 과거보다는 훨씬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엄밀하게 말해 중국과 북한 양국 간에 결정적이고 구조적인 모순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북핵에 대한 반대와 북한에 대한 반대는 별개의 것이며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번 중국 고위 인사의 방북이 경색된 중북 관계를 한 번에 완화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북한이 중국식 끌어안기를 받아들일지, 혹 어떠한 형태의 관계설정이 추동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번 류윈산 방북을 계기로 중국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북한 끌어안기에 나섰다는 신호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 하나] 18기 5중전회 : 시진핑 인맥의 전면 부상 예정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18기 5중전회는 국유 기업 개혁 등 중요한 경제 정책의 방향 설정 외에 부패 관리들이 공식 퇴출되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측근들이 대거 전면에 부상하는 대규모 인사 조정이 예상된다. 중국공산당의 기본법인 당장은 공산당전국대표대회를 당의 최고 권력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5년에 한번 씩 열리는 전당대회인 이 기구를 회의가 열리지 않는 기간 중 대표하는 것이 바로 1년에 한번 이상씩 열도록 규정하고 있는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다.

중국은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체제를 구축했고 이제 만 3년이 되어가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19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의 재집권이 확실한 중국 정치 체제는 향후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시진핑 인맥의 전진 배치를 이번 5중전회를 통해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체제가 반부패 정국을 주도하면서 중앙정치권의 반대 세력을 어느 정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방 정치구도에 대해서도 시진핑 인맥 배치를 본격화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진핑은 지방의 인사를 총괄하는 성 조직부장에 자파 인물들을 다수 배치했으며 올해 들어 한국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성·부장급 고위직 인사 13명을 북경에서 지방으로 전출했다. 지방으로 전근한 13명의 중앙관리는 대부분 1960년 이후 출생한 리우링허우(60后) 세대로 기율 검사 및 감찰 관련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어 중국 정부의 반(反)부패 사정 드라이브가 지방정부로까지 확산될 것이다.

지난 7월 저우번순(周本順) 허베이(河北) 성 당서기가 현직 당서기로는 처음으로 낙마한데 이어 10월 7일, 쑤수린(蘇樹林) 푸젠(福建) 성 성장 겸 당위원회 부서기가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중국 공산당의 사정·감찰 총괄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밝힌 것처럼 반부패 사정 정국의 피로도를 호소하는 정치권의 일부 시각과는 달리 시진핑 체제는 부패 사정 정국을 완화할 뜻이 전혀 없음을 천명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현직 시장과 성장이 비리로 낙마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부패 사정은 지방 차원에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19차 당대회의 인사 배치를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지난 7월 정치국회의에서 공무원법 규정과는 별도로 능력에 따른 등용 정책(能上能下)을 제정함에 따라 시진핑 측근들의 파격적인 인사 배치도 예상할 수 있다.

"'차이나 인사이트'를 보는 독자들은 중국을 더 깊이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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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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