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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갑' 정몽준, 블래터에겐 '을'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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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갑' 정몽준, 블래터에겐 '을'의 설움?

[분석] FIFA 회장 선거, 등록도 못하고 낙마하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차기 회장 선거(내년 2월 26일)을 앞두고 이미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후보 등록조차 못할 위기에 몰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선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혔던 '역대급 선수' 출신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지난 2011년 회장 선거 때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에게서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스위스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플라티니는 블래터가 부패시킨 FIFA를 개혁할 적임자는 자기뿐이라면서 '반블래터' 노선을 내걸었지만, 사실은 부패 혐의로 연임을 못하게 된 블래터 회장이 자신의 권력 연장을 위해 밀어주는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렌나르트 요한손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7일 영국의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블라터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의 갈등설에 대해 "속임수일 뿐, 실제로는 블라터 회장이 플라티니 회장을 밀어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력 후보 3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출마 자격도 없다"는 현지 시위를 벌이기도 전에 후보 자격이 박탈될 처지가 됐다.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의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에 항의하기 위해 사내하청지회는 후보등록 마감일(10월26일)을 앞두고 스위스 FIFA 본부에 가서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이 FIFA 개혁을 부르짖으며 회장에 출마할 자격이 있는지 국제 사회의 심판을 요구할 것"이라고 '원정 시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몽준, "FIFA윤리위는 블래터의 살인청부업자"라고 호소한들...

정몽준 회장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FIFA 명예부회장이기도 한 정 회장은 현재 FIFA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FIFA 윤리위는 정 회장이 2022년 한국월드컵 유치활동을 하면서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국제축구발전기금(GFF) 관련 서한을 보낸 것을 문제 삼고 있다. 7억7700만 달러(약 9184억 원)의 GFF를 조성하겠다고 한 것이 '외견상 이익 제공'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FIFA윤리위는 정 회장에 대해 이미 자격박탈 15년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FIFA윤리위의 활동이 독립적이지 않다"고 반발하자 FIFA윤리위는 다시 '명예 훼손과 비밀 유지 위반'으로 자격정지 기간을 4년 추가했다.

'자격정지 19년'이라는 징계는 청문회 절차를 거친 뒤 확정된다. 하지만 정 회장은 "FIFA윤리위는 블래터의 살인청부업자"라고 맹비난하면서 청문회 참석 자체를 거부하고 직접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국제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FIFA의 권력 구조를 알고 있다는 인사들은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FIFA 집행부와 산하 조직들은 물론, 209개 FIFA 회원국 집행부들도 촘촘이 블래터의 부패사슬에 얽혀있기 때문에 "블래터의 의중에 벗어나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FIFA 회장 선거판은 "권력을 장악한 현재의 회장이 특정후보를 차기 회장으로 당선을 시켜주지는 못해도 당선 못하게 할 힘은 있다"는 권력의 생리가 엄연히 작동하는 곳이다. 정 회장은 '반 블래터' 노선에 섰다가 후보 등록도 못해보고 낙마하는 전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유력 후보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괘씸죄'로 보복을 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개최지 선정 때마다 개최지 후보국 집행위원이 관행적으로 제시한 유치 지원 활동으로 당시에도 FIFA윤리위가 전혀 문제를 삼지 않은 사안을 5년 뒤에 갑자기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모하메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의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함맘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의 반대편에 섰다가 유권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혐의로 후보등록도 못한 채 영구제명을 당했다. 나중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함맘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FIFA의 조사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FIFA 회장 선거는 이미 끝난 뒤였다.

정 회장은 "FIFA윤리위가 제기한 '외견상 이익 제공' 혐의는 2012년에야 만들어진 규정이다. 2010년 사안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기본적인 법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IFA의 기구들은 이런 기본 원칙이나 상식이 지켜지는 곳이 아니어서 "배 떠난 뒤 손 흔들기"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비리 복마전' FIFA의 세계가 이렇게 권력정치로 물들어 있다면, 정 회장이 자격정지 징계를 피한다고 해도후보등록을 위한 필요조건인 '5개 회원국의 추천'을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회장도 "내가 후보 등록을 할 수 없게 하려면 방법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나로선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면서 "5개국 지지를 받아야 하고, FIFA 윤리위 제재 움직임과도 매일 싸워야 한다. 두 가지 전투를 하느라 굉장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플라티니가 치명타를 맞아 휘청이는 상황에서 알리 빈 알 후세인(40.요르단) 전 FIFA 부회장의 당선 가능성이 급격이 올라가고 있다. 그는 지난 회장 선거에서 만만치 않은 지지기반을 갖춘 후보임을 증명한 바 있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이 또다른 '인맥 후보'들을 등장시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블래터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50·바레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새로운 후보군들도 거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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