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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 FIFA회장의 '박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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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 FIFA회장의 '박쥐 행보'

伊 언론엔 심판 욕하고, CNN에선 이탈리아 비난

이솝 우화에 '박쥐' 얘기가 나온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를 거듭하다가 끝내는 양쪽 모두에게서 왕따 신세를 당하는 전형적 기회주의자를 풍자한 우화다.

국제스포츠계에서 부패의 대명사로 통하는 제프 블래터 FIFA회장이 요즘 한국-이탈리아전의 심판 판정 문제를 놓고 이같은 '박쥐 행보'를 거듭해 국제스포츠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블래터, "오심 때문에 이탈리아가 졌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래터 회장은 지난 20일 이탈리아 일간 '라 가제타 델로 스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의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심판 판정"이라며 "같은 팀(이탈리아 팀) 경기에서 실수가 집중적으로 반복되는 특이한 상황에 대해 진정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래터 회장은 심지어 "이번 월드컵에서는 특히 부심들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가히 재앙에 가까웠다"며 "(한국전에서) 톰마시 선수의 골이 승리를 결정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를 오프사이드로 무효화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블래터는 특히 한국-이탈리아 경기를 맡았던 바이런 모레노 주심에 대해서도 "몇 차례 실수가 있었고 결국 오심 때문에 이탈리아가 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토티가 이미 한차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옐로카드를 꺼내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이탈리아를 두둔했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조별 예선을 포함, 이번 월드컵에서 모두 5개 골을 부당하게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래터는 "이번 사태에 부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심판 선정과 관련된 제도를 혁신하겠다"며 "다음주 FIFA 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블래터의 발언은 "심판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키스 쿠퍼 FIFA 대변인의 19일 공식발표를 뒤집는 것이고, 19일 "아직 최종 평가는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 심판정은 아주 훌륭했다"는 FIFA 심판위원회 에드가르도 코데살 대변인의 발언을 무색케 하는 것이었다.

***심판들 반발하자, 이번에는 이탈리아 비난**

블래터의 발언을 접한 FIFA 심판들이 당연히 발끈했다.

한국-이탈리아전 심판을 맡았던 바이론 모레노 심판은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토티 선수 퇴장과 관련, "토티가 수비수와 접촉이 없었는데 시뮬레이션을 했고 두번째 경고에서 퇴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비에리가 골문 앞에서 (결정적 득점 찬스를 맞고도) 공을 하늘로 차버렸다"며 이탈리아 패배는 선수들이 결정적 찬스에도 불구하고 골을 못 넣었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안데르스 프리스크 주심도 "이탈리아전에 큰 실수가 있었지만 그 실수는 심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선수에 의한 것이었다"며 "골라인에서 불과 2m 떨어진 지점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실수를 이탈리아 선수가 범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FIFA 심판진의 반발은 이탈리아 언론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이탈리아를 두둔하고 나선 블래터 회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국제여론도 좋지 않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1일자 기사에서 "모레노 심판이 FIFA가 요구하고 있는 대로 심판의 임무를 다 했기 때문에 블래터 회장이 모레노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실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FIFA 안팎의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블래터는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그는 21일 방송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선 "이탈리아 팬들과 선수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심판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전형적인 박쥐의 행보였다.

***블래터의 이탈리아 옹호는 정몽준 부회장 등 FIFA개혁 세력에 대한 보복**

축구 전문가들은 이같은 블래터 회장의 박쥐 발언을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20일(현지시간) "국제축구연맹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는 현상을 빚고 있다"면서 블래터 회장의 심판판정 비판 발언은 FIFA의 내분을 의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판판정 논란이 일 때마다 "축구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한다.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심판 판정도 축구의 일부"라며 심판을 옹호해온 블래터가 이번에 심판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대다수 FIFA 임원들은 블래터 회장의 무능경영, 부패경영을 이유로 블래터의 재선에 반대해 왔고 그의 비리를 폭로하는 문건을 FIFA본부가 있는 스위스 법정에 제출하기도 했다. 블래터는 그러나 FIFA가맹국 중 아프리카 대륙 국가 등 재정형편이 어려운 회원국들의 표를 갖가지 방법으로 집단매수해 지난 5월말 회장 선거에서 139대 56의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블래터는 한때 자신의 '오른팔'로 불렸으나 자신의 비리 폭로에 앞장섰던 미셸 젠-루피넨 사무총장을 "이번 2002한일월드컵 대회가 끝나자마자 해고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또한 심판위원회에 젠-루피넨 사무총장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심판위원들에 대한 숙청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배경과 관련, 가디언은 "코데살 대변인은 1990년 월드컵에서 주심으로 활약했던 멕시코인으로 블래터의 측근인 잭 워너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과 적대적인 관계"라며 "그가 심판위원으로 선출될 때 블래터 진영에서 문제를 삼자 젠-루피넨 사무총장은 코데살을 지지함으로써 블래터와의 사이가 더욱 벌어졌다"면서 블래터의 심판진 비난이 '정치적'임을 시사했다.

때문에 블래터는 이번 심판판정에 관한 책임을 모두 젠-루피넨 사무총장에게 돌리면서 "나의 두번째 임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다음 주 임원회의에서 심판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고 말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디언은 또"지난 5월29일 FIFA회장 선거때 블래터의 재선을 막으려고 했던 주요인물 중의 하나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블래터의 이탈리아 편들기는 이번 한일월드컵의 개최국인 한국의 월드컵조직위원회장이기도 한 정몽준씨와 갈등관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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