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9일 재선에 성공한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이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과의 재선 대결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에 대해 일련의 비리를 폭로한 미셸 젠-루피넨 사무총장을 5일 해임했다.
블래터 회장은 스위스 법정에 자신을 권한 남용, 공금횡령, 부실경영 등의 혐의로 고발한 FIFA 임원진들을 설득, 이를 취하시켰다.
한달 전만 하더라도 젠-루피넨의 고발장 접수로 블래터는 재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39대 56이라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하야투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블래터에 적대적이었던 유럽축구연맹 레나르트 요한손 회장도 재선 결과에 따라 사실상 굴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 언론들은 블래터 회장이 온갖 비리에 가득차 있는 '뇌물 제국'을 이끌고 있다며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블래터 회장에 대해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부문은 지난해까지 축적된 9백억원의 순이익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 블래터 회장은 올해들어 1천9백23억원을 멋대로 탕진해 순이익으로 생긴 보유금을 모두 날려 적자로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IFA본부가 자리잡은 스위스 법을 적용할 경우 민간기업이었다면 벌써 파산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검찰은 "FIFA 집행위원들의 고발을 취하했어도 블래터 회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FIFA는 98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1974년 브라질 출신의 후앙 아벨란제(84)의 상업마케팅 도입으로 급성장했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을 스폰서로 끌어들인 것이 주효했다. 이 과정에서 FIFA는 유엔 회원국(1백89개) 수를 능가하는 2백4개국을 회원으로 보유하는 세계적 단체로 군림하고 있다.
아벨란제의 비서실장 출신인 블래터 회장은 98년 취임한 이래 아벨란제 퇴임시 1억달러였던 FIFA의 재산을 4년만에 6억1천만달러(7천9백30억원)으로 불렸다.
특히 블래터 회장은 2002한일월드컵을 상업주의의 한탕 대상으로 삼아 미디어 관련 수입으로만 7천6백90억원을 챙겼다. 그러나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돈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98 프랑스 월드컵까지만 해도 입장권 수입 등을 FIFA가 관장해 30% 정도를 개최국에 떼어주었으나 한일월드컵에서는 입장권 수입을 개최국에 부여하는 대신 월드컵 대회에 따른 모든 이익을 독식했다.
이번 월드컵 경기장 공석 사태가 빚어진 것도 FIFA의 부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FIFA가 입장권 해외판매대행사 선정만 관여하고 수입은 개최국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유령기업'에 가까운 바이롬사와 계약을 맺도록 강요하고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는 무신경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블래터는 여러 건의 공금횡령혐의를 받고 있다. 젠-루피넨 사무총장의 주장중 1980~1998년 당시 FIFA부회장을 지낸 고위임원에게 2년간 매년 5만 달러씩 지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 정당한 절차를 밞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또한 블래터는 한 FIFA 심판에게 2만5천달러를 주며 파라 아도 소말리아 축구협회장에 대한 정보를 캐려고 주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블래터는 심판에게 돈을 준 사실은 있지만 자신의 개인 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래터는 "아도 회장 때문에 자신이 쫓겨나 돈이 하나도 없다고 울면서 이야기해 불쌍해서 주었을 뿐"이면서 "나는 사람이 너무 좋아 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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