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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 '독일병'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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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 '독일병' 드러났다

[진단] 자동차 산업에 지나친 의존…한국은?

폭스바겐 사태가 해당 기업이 치러야할 비용 차원을 넘어 '독일병'을 드러낸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초는 '독일식 모델 위협하는 폭스바겐 사태 (Volkswagen’s threat to the German model)'이라는 칼럼을 통해 "독일이 자동차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것은 마치 영국이 금융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과 같은 어리석은 전략"이라면서 폭스바겐 사태를 "독일식 경제 모델을 뒤흔들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에 지나치게 의존해 제조업이 붕괴된 것을 '영국병'이라고 지칭하듯, 독일 경제는 자동차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독일병'에 걸렸다는 것을 폭스바겐 사태가 드러냈다는 것이다.

칼럼은 폭스바겐 사태가 초래할 비용도 지금까지 알려진 전문가들의 추산을 훌쩍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추정치는 세계 각국에서 물어야 할 벌금만 650억 달러(약 76조 원) 정도이며 각종 소송과 배상 등의 비용은 추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정도였다.("폭스바겐 사태 수습 비용, 벌금만 76조 원!")

이에 대해 칼럼은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조작 혐의로 치러야할 비용은 벌금 등을 합하면 1000억 유로(약 130조 원)는 가볍게 넘을 수준"이라면서 "독일 경제에 미칠 경제적 비용은 그 몇 배에 달할 것이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초래할 비용보다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독일 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심에 폭스바겐이 있다는 점에 두고 있다. 칼럼에 따르면, 독일의 자동차산업은 정부에서 철저하게 법으로 보호하는 산업이다. 2008년 만하임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은 독일 경제가 창출하는 총부가가치 중 7.7%(2004년 기준)를 차지해, 5%인 한국을 앞선 세계 1위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자동차산업이 총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다. 칼럼은 "이런 수치는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공장 정문 앞에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한 회원이 배출가스 조작에 항의하며 '더이상 거짓말은 안돼!'라고 적힌 포스터를 붙들고 서 있다.ⓒAP=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폭스바겐 살리려고 할수록 비용은 커질 것"

폭스바겐 사태가 독일 경제에 초래할 비용이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는, 자동차산업이 독일 산업 전반에 걸쳐 연결된 핵심 기간 산업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위기는 이미 폭스바겐 사태 전부터 시작됐다.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때 폭스바겐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할인판매 등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추세에 들어섰다.

이 상황에서 폭스바겐 사태가 터졌고, 이에 따른 비용을 대려면 자산을 헐값으로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물론, 폭스바겐이 독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독일 정부는 파산을 막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독일이 감당할 비용은 커질 것이다. 게다가 폭스바겐의 주력 차종인 디젤차에 대한 시장의 선호도 식어가고 있다.

뮌초는 "일부 산업에 대한 의존이 크지 않은 국가는 충격이 오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독일은 쉽지 않다"면서 "이번 사태가 중대한 의미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못지 않게 자동차산업 비중이 큰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분석이다.

또 폭스바겐 사태는 내부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이사회가 경영진으로 구성되는 경영이사회와 대주주로 구성되는 감독이사회로 나뉘어져 있다. 서로 감시하라는 취지의 이원화이지만, 실제로는 감독이사회가 경영이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체제이며, 감독이사회가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으로 마비됐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지난 4월 감독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창업자의 외손자이며, 창업자의 친손자인 볼프강 포르셰 현 감독이사회 의장과의 경영권 다툼 끝에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폭스바겐의 한 기술자가 지난 2011년 배기가스 조작 행위를 보고했지만 묵살됐고, 당시 최고경영자인 마르틴 빈터코른도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소프트웨어를 통한 배기가스 조작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사태가 폭로될 때까지 감독이사회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셰 현 감독이사회 의장을 도와 피에히 의장을 물러나게 했던 빈터코른은 이번 사태로 물러났지만 폭스바겐은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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