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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파산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유"

[폭스바겐 쇼크] "전 세계 상대로 한 희대의 조직 범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자동차 업계의 판도, 나아가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방향까지 뒤흔들 중대한 사건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스바겐 사태는 '디젤차에 대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는 진단까지 내리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신뢰를 앞세운 기업이 소비자를 기만하며 제품을 판매하다가 발각됐다는 점에서 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9일 폭스바겐 사건이 '디젤차에 대한 사망 선고'가 될 수 있다는 논란에 대한 유럽 자동차 업계의 대응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업계의 경영진들은 폭스바겐 사태가 터진 이후 한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소한 값비싼 대형 디젤 차량이 아니라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2020년 이후 소형 디젤차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젤차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고, 디젤차의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사태를 피하려면 생산 비용이 더욱 높아져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 디젤차 시장에서 소형차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미국 당국의 적발로 폭스바겐 사태가 알려진 지난 18일 이후 폭스바겐 주가가 40% 가까이 폭락했을 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명문 디젤차 제조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서유럽에서 디젤차는 시장 점유율이 53%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차종이다. 유럽 정부들이 휘발유 차량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디젤차를 지원하는 정책에도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 LMC 오토모티브는 "폭스바겐 사태로 2022년쯤이면 디젤차의 시장 점유율은 35%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폭스바겐 사태로 '클린 디젤'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라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범죄를 미국 당국에 고발한 국제청정운송위원회(ICCT)는, 가장 엄격하다는 '유로 6' 기준을 실험실에서 통과한 디젤차라도 실제 주행에서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인 질소산화물과 미세입자들을 기준치를 훨씬 초과해 내뿜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디젤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로 꼽히는 프랑스에서는 안 히달고 파리 시장이 늦어도 2020년쯤 디젤차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에서 팔리는 차량 중 디젤차 점유율은 2012년 5월 75%에서 지난 8월 60%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 매출의 80%가 디젤차인 BMW 같은 제조업체는 폭스바겐 사태가 '디젤차의 사망 선고'라는 분석에 대해 "과장된 시나리오"라고 격렬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이 받는 타격이 BMW의 호재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가 폭스바겐을 거짓말을 거듭해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에 비유하며 성토했다. ⓒ그린피스

폭스바겐 사태가 엔론사태보다 심각한 이유들

폭스바겐이 지난 2001년 대규모 분식 회계가 적발되면서 하루아침에 파산한 미국의 엔론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도 대두되고 있다. 예일 대학교 경영대학원 데이비드 바흐 교수는 아예 '폭스바겐 사태는 엔론보다 더 심각한 것이라며,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바흐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 범죄는 기업이 저지른 잘못이나 이를 솔직하게 알리지 않는 경우"라면서 "고의적인 사기가 포함된 범죄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엔론의 회계 조작은 전형적인 고의적 사기 범죄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바흐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는 엔론보다 심각하며 더 큰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7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엔론의 회계 부정은 수많은 사람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혔지만, 폭스바겐은 수많은 사람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 특히 어린이와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질소산화물과 초미세입자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수준으로 배출되는 것을 소프트웨어로 조작했다.

두 번째, 폭스바겐이 주도한 유럽 자동차 업계의 로비로 유럽산 디젤차는 이산화탄소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의 지원까지 받는 차종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5%도 안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유럽 디젤차들은 유럽에서 정부 지원 덕에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을 수 있었다.

세 번째, 폭스바겐에 부과될 벌금과 소송에 따른 배상액은 규모와 범위에서 엔론 사태를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만 당국에 내야할 벌금이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 원)이며, 미국 50개 주에 걸쳐 집단 소송이 제기될 것이다.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이미 조사가 시작됐다. 폭스바겐 사태는 전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 범죄다.

네 번째, 지금 당장은 폭스바겐이 재정적으로 튼튼해도 파산으로 치달을 수 있다. 주가 폭락은 신호탄에 불과하다. 78년의 역사를 지닌 폭스바겐은 신생기업이었던 엔론과 달리 독일이 자랑하는 자동차 산업의 기둥이다. 이런 기업 이미지가 이번 사태로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으며, 신뢰의 위기와 천문학적인 배상 채무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섯 번째, 폭스바겐이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한 비중 때문에 이번 사태는 독일의 국제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독일 자동차들은 독일이 만든 기술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번 사태로 독일의 다른 산업에 대한 신뢰마저 타격을 받게 됐다.

여섯 번째, 지난 20년에 걸쳐 디젤 엔진이 '더러운 엔진'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쏟아부은 자동차 업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디젤 엔진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정책에 걸맞는 자동차 엔진으로 여겼던 정부들도 당분간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일곱 번째, 엔론 사태가 회계 업체들의 직업적 윤리에 의문을 제기한 것처럼, 폭스바겐의 사기극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수단으로 기술과 공학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클린 디젤'은 '클린 석탄' 같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바흐 교수는 이렇게 일곱가지 이유를 열거한 뒤 "이번 사태의 최대 비극은 지구를 구하기 위한 산업계의 노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에 냉소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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