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8일 오전(현지 시각. 한국 시각으로 29일 새벽)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한국은 우리의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해 갈 것"이라며 "새마을 운동은 경쟁과 인센티브를 통해 자신감과 주인의식을 일깨우고, 주민의 참여 속에 지역 사회의 자립 기반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개도국 개발협력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한국은 비약적 발전의 발판이 된 새마을 운동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나누어 왔고, 이틀 전 유엔개발계획(UNDP)·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새마을 운동 특별 행사'를 열고 개도국 빈곤 퇴치와 혁신적 지역 공동체 건설에 협력해 가기로 했다"고 언급하며 "새마을 운동이 개도국의 '새로운 농촌 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러한 노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열린 '새마을 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저는 당시 대통령이셨던 선친께서 새마을 운동을 추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성공 요인들이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서 국민과 나라를 바꿔 놓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이 행사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해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끌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반기문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 운동' 진행돼")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불과 반세기 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며 "이런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지원과 개발 협력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강의 기적'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를 이뤄냈지만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매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하고 산림녹화에 노력한 결과, 1헥타르당 나무 총량이 50년 동안 20배 늘었다. 1972년부터는 도시 외곽에 개발을 제한하는 그린벨트를 지정해 환경과 발전의 조화를 이뤄 왔다"고 말한 것도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의석수 5석의 제2야당 정의당은 대변인 논평을 내어 "국제 사회 기여와 한국의 발전상에 새마을 운동을 중심으로 놓은 것"이라며 "개발 편향의 새마을 운동으로 파괴된 한국 농촌의 서글픈 자화상이 보이지 않는가? '새마을 홍보 대사'로 전락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관련 입장을 내지 않았다.
"日 안보법, 안보질서 중대한 영향 미칠 수 있어 우려"…위안부 문제도 언급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의 안보법안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일본의 아베 내각을 압박하기도 했다. 발언의 수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역내 국가들 간 긴장과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동북아의 평화 기반 구축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동북아 안보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들도 나타나고 있어 역내 국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하고, 바로 이어 "이번에 통과된 일본의 방위안보법률은 역내 국가 간 선린우호 관계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명성 있게 이행되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시(戰時)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저는 작년 이 자리에서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면서 "2차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이제 몇 분 남아있지 않다. 이 분들이 살아 계실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한 유엔 인권최고대표들과 특별보고관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올해는 특히 '여성, 평화와 안보를 위한 안보리 결의 1325호'가 채택된 지 15년을 맞는 해로서, 국제 사회가 분쟁 속의 여성 성폭력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를 인지하지 못하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일본을 간접 비판했다.
"북한, 핵 포기해야…남북관계, 8.25 합의 따라 회복 기대"
한편 북한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양면적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지난번 남북 고위급 대화에서의 합의를 언급하며 의지를 보였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북한의 포기를 촉구하기만 했을 뿐 6자회담 개최 등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근에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추가적인 도발을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어렵게 형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의 비핵화 대화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북한을 비난하는 한편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북한이 경제를 개발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8.25 합의에 따라 당국 간 대화와 다양한 교류를 통해 민족 동질성 회복의 길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구체적 경로를 제시했다. 그는 "얼마 전 DMZ 지뢰 도발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가 한 순간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직면한 엄연한 현실"이라며 "다행히 남북한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8.25 합의를 이루어냈고, 이제 신뢰와 협력이라는 선(善)순환으로 가는 분기점에 서게 됐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선순환의 동력은 남북한이 8.25 합의를 잘 이행해 나가면서 화해와 협력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을 실천해 나가는 데 있다"며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가 정치·군사적 이유로 더 이상 외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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