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곡보가 설치된 지 29년이 지난 지금, 신곡보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보 구조물이 하천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수질 악화, 퇴적물 증가와 준설비용 발생, 생태계 단절 등이 문제로 지적됐고 보 철거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초 신곡보의 설치 목적이 적절하였는지 또한 현시점에서 당초 목적이 달성되었는지 등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한하천학회는 신곡수중보가 한강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철거 또는 존치 등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그동안 신곡보와 관련해 제기된 다양한 의견 10가지를 중심으로 한강에서 신곡보가 사라지면 어떻게 변할지 살펴보자.
하나, 생활용수 취수가 불가능해진다?
신곡보 설치 당시만 해도 신곡보에서 잠실보 사이에 생활용수 취수시설(옛 노량진 취수장)이 가동되었다. 하지만 신곡보 설치 후 수질이 악화되어 생활용수 취수시설은 잠실보 상류로 모두 이전하였기 때문에 신곡보를 철거해도 생활용수 취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신곡보 하류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취수시설이 있어 갈수기 일부 기간에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간 취수중단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 수심이 낮아져 배 운항에 차질이 생긴다?
현재 한강에서 유람선이 운항하려면 수심이 2.5미터가 되어야 한다. 신곡보를 철거하면 수위는 최대 2미터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포대교 등 일부 지역에서 주운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준설을 한다면 유람선 운항에는 큰 지장이 없다. 다만 현재 한강 관광자원화 계획에서 추진 중인 중대형 선박의 경우 3.6미터 수심 확보가 필요하므로 중대형 선박이 운항하려면 별도의 준설계획이 필요하다.
셋, 염도증가로 농업용수 취수가 불가능하다?
신곡보가 서해안에서 역류하는 바닷물을 어느 정도 차단한다는 일각의 의견이 있지만, 현장조사 결과 신곡보 상류와 하류의 염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갈수(渴水) 시 벼 이양기 한계 염수 농도인 0.5퍼센트가 행주대교 인근까지 발생하였으나, 모의실험 결과 신곡보를 철거하면 가양대교 인근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조건은 연중 최대 갈수기에 인천 앞바다 조차가 큰 시기에 발생하므로 발생빈도가 극히 낮고, 사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취수를 한다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신곡보가 설치되기 전에 김포평야 농민들이 염수 때문에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없었고, 농민들과의 면담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넷, 하천바닥이 드러난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 이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신곡보를 철거하면 하천바닥이 드러나 경관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신곡보를 철거하면 하폭은 5퍼센트 이내로 줄어들어 하천바닥이 드러날 만큼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강에서 물이 흐르는 저수호안은 사다리꼴 형태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썰물일 때 수위가 낮아져도 하폭의 변화가 거의 없고, 밀물일 때는 신곡보 철거와 상관없이 같은 수위를 유지한다.
다섯, 수질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신곡보의 상류지역에는 일반적으로 유속이 감소되어 오염된 퇴적물이 쌓이게 된다. 이 퇴적물은 시궁창 냄새가 나는 오니이기 때문에 신곡보 상류지역의 수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신곡보를 철거할 경우 수질항목의 대부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OD의 경우 0.9~3.9퍼센트 개선효과가 있으며, 조류의 경우 4.8~19.1퍼센트까지 저감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개선효과를 하수처리장 건설 등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다. 이에 비해 신곡보 철거를 통한 물길 개선만으로도 이러한 성과가 발생한다면 신곡보 철거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여섯, 생태계 복원이 제한적이다?
현재 신곡수중보 상류와 하류의 동식물상과 생태서식처 특성을 조사한 결과 명확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신곡보 하류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상류는 생태계의 일부 단절과 서식처의 단순화로 생태계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더구나 하류는 군부대이므로 출입이 제한되어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고, 장항습지와 같은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신곡보를 철거하면 상류는 조위에 의한 수위변화로 하천의 역동성이 증가하고 기수역이 확장되며 수변 퇴적지가 발달해 야생조류와 어류 등 다양한 동식물 종류가 증가할 것이다. 현재 지속적인 퇴적으로 육상화가 진행 중인 장항습지에서 일부 침식이 발생하면서 육상화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신곡보 철거에 따른 변화를 예상한 결과, 신곡보 상류부터 잠실보 하류까지 조위에 의한 조간대 형성은 하류의 다양한 생태계 특성이 상류로 전이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므로 생태계 복원은 가능할 것이라 판단된다.
일곱, 하천변 지하수위 저하로 구조물에 영향이 있다?
신곡보를 철거할 때 신곡보 직상류 지역과 잠실보 직하류 지점에 대한 지하수위 변동을 분석한 결과 지하수위 변동은 하천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발생했다. 한강 변으로부터 약 0.2킬로미터까지 지하수위가 약 0.8미터 하강하고, 1.3킬로미터까지 최대 0.2미터 하강하는 것으로 모의되었다. 이러한 지하수위 변화에 따른 침하량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하천 변 도로침하 또는 시설물 손상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덟, 지천의 침식으로 구조물에 영향을 미친다?
한강본류 구간에 위치한 대부분의 지천들(안양천, 홍제천, 탄천, 중랑천 등)은 합류부에 하상유지공 및 보가 설치되어 있어 일정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신곡보를 철거하면 급격한 수위변화 및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신곡수중보와 가장 인접한 안양천의 경우 합류부에 수위 유지를 위한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조위의 영향을 직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양천의 경우 약 4킬로미터까지 한강본류 수위영향을 받는 배수위 영향권역이 형성되기 때문에 합류부 및 저수호안의 일부 구조개선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홉, 백사장 복원이 불가능하다?
장기하상변동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밤섬 하류부와 여의도 하류부 샛강 인근, 중랑천 합류부 하류 지점, 탄천 합류부 하류 지점 등에서 퇴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평균적으로 0.5~1.0미터 많게는 최대 2미터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실제 백사장 복원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부 있지만, 현재 지류하천 합류부와 만곡부를 중심으로 모래사장이 일부 존재하고 있고, 분석결과에서 대부분 이러한 지역을 중심으로 퇴적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백사장 복원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된다.
열, 준설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매년 한강 유지관리와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한강 본류와 상수원 취수지역 인근에서 준설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금액은 매년 약 45억 원에 이른다. 장기하상변동 분석과 홍수 시 하상변동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신곡보 직상류는 침식이 우세하게 발생하고, 지천 합류부는 퇴적이 우세하며 만곡부 및 직선부에서 침식이 발생하는 등 현재보다 활발한 하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에 매년 준설을 위한 비용절감이 일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곡보를 철거하면 신곡보 상류에 쌓여 있던 썩은 오염토가 홍수 때 하류로 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준설물량이 상당수 줄어들어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판단된다.
신곡보 철거가 한강을 살린다
신곡보 철거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에 대해 현장조사와 수치모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신곡보 철거에 따른 부작용은 대부분 해소 가능하고, 일부 보완한다면 부작용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신곡보를 철거할 때 가장 큰 장점은 하천수질개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서식처 제공, 생태계 다양성 증가 등이다. 신곡보를 그대로 존치한 상황에서 한강의 자연성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신곡보 철거와 관련하여 서울시와 국토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강의 녹조를 저감하기 위하여 신곡보 수문을 열자는 서울시의 주장에 국토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신곡보를 철거하여 물의 흐름으로 회복하자는 주장을 한다. 신곡보 철거에 대한 결정권한을 국토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국토부의 논리는 나름 타당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신곡보 철거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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