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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큰아들, 교육부 국감 '스타'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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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큰아들, 교육부 국감 '스타'로 떠오르다

[상지대 민주화 일기 ⑪] 아직도 설립자 타령하는 상지대 청문회

2015년 9월 10일, 재개발 공사판 같은 너른 벌판에 자리잡은 세종시 정부 청사. 지구가 태양을 돌고돌아 입추가 지난 지 한 달, 처서를 지나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 지 보름이 지난 초가을이지만 아직도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은 사그라들지 않고 위용을 과시했다.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정장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분위기는 분주한 가운데 딱딱했고 무더운 가운데 스산했다. 국회 국정 감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교육부 건물로 들어섰다. 오늘은 교육부 본부에 대한 감사를 하는 날이고 상지대 문제가 안건으로 채택되어 있어 가는 중이다. 면회실에서 간단한 방문 절차를 거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많았고 여기저기서 분주한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4층으로 올라가 대학정책실에 들러 사학제도과 공무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정 감사 첫날이고 다들 긴장한 상태에서 준비에 여념이 없어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사학제도과를 나와 국정 감사 회의실로 갔다. 복도를 지나가면서 여러 의원들을 만났다. 잠시 인사를 나누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에서 안면이 있는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국정 감사 증인 대기실로 갔다. 곧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작년에는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오늘은 방청객으로 왔으므로 대기실에서 중계 방송을 시청하기로 했다. 국정 감사는 오전에 개회했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논란이 일어 정회를 한 후에 정오 무렵 속개되었다. 오후에도 이 문제가 불씨가 되어 학교 문제가 제대로 다뤄질지 의문이다. 더구나 증인과 참고인이 많아 상지대 문제가 얼마나 밀도있게 다뤄질지 회의적이다.

©상지대학교비상대책위원회

국정 감사에 불출석한 김문기

대기하던 중에 교원소청위 소식을 들었다. 어제 김문기에 대한 소청이 있었는데 기각되었다고 한다. 지난 7월 9일 상지대 이사회가 김문기를 해임하자 김문기가 부당 해임이라며 교원소청위에 소청을 제기했는데 어제 김문기의 소청을 기각한 것이다. 기각 사유를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소청이 기각된 상황에서 김문기가 국정 감사에 출석할지 의문이 들었다. 증인 출석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 직원에게 김문기의 출석 여부를 물어보았다. 출석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오후에 휴대전화가 꺼져 연락이 안 된다고 알려주었다. 불출석 예감이 들었다.

오후 3시 경 증인 대기실로 아는 얼굴이 등장했다. 상지대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김문기 큰아들 김성남이었다. 오늘 아버지 김문기와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되어 있다. 김성남의 등장을 보고 김문기가 출석할 것으로 생각했다. 상지대 총장 직무대행, 상지영서대 총장, 김문기의 오랜 충복 두 사람 등 네 명의 모습도 보였다. 김문기 출석에 수행한 모양이다. 그러나 여전히 김문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오후 4시. 진행 중인 국정 감사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증인 심문에 들어갔다. 출석한 증인들을 확인하고 증인 선서를 한 후 유은혜 의원의 질의를 시작으로 증인 심문이 시작되었다. 유 의원이 김성남을 불러세웠다. 아버지의 불출석 이유를 물었다. 오늘 아침 갑자기 현기증과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대답했다. 김성남을 상대로 상임이사의 업무, 상지학원의 연간 수입, 상임이사의 급여에 대해 물었다. 월급이 왜 이렇게 많냐고 다시 물었다. 이어서 김문기가 설립자냐고 물었다. 우물우물 하면서 설립자라고 대답한다.

유 의원이 교수협의회 대표로 증인 출석한 방정균 교수를 호명하여 김성남의 답변에 대해서 다시 물었다. 방 교수가 김성남의 대답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김문기 총장 이후 상지대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답변했다. 일순간 김성남은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김태년 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으로 모든 사학을 대상으로 설립자 행세하는 상황을 조사하여 즉시 보고할 것을 장관에게 요구했다.

정진후 의원도 김성남에게 설립자 문제로 질의를 시작했다. 김성남이 본인의 월급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이상한 태도를 취하다가 혼났다. 총장도 아니고 설립자도 아닌 김문기가 학교 업무에 관여하는 행위에 대한 질의응답 도중에 보수를 받지 않고 무보수로 관여한다고 대답했다가 다시 혼났다. 무보수면 아무나 학교 일에 관여할 수 있다는 말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방정균 교수에게 확인 질의를 했다.

김태년 의원이 다시 의사 진행 발언을 했다. 김문기는 작년부터 상습적으로 국회 국정 감사에 불출석하는데 10월 8일 종합 감사에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총장도 아니고 설립자도 아닌 김문기가 학교에서 멋대로 전횡을 하여 학교가 심각하게 비정상적인 상황이니 상지대에 대한 재감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야 간사 간에 협의하기로 했다.

이어 유기홍 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으로 김성남이 위증을 하고 있으므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주선 교문위원장이 김성남을 불러일으켜 세운 후에 위증 고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아버지는 불출석하고 아들은 위증 혐의까지

다시 질의가 시작되었다. 박홍근 의원이 상지대 사태와 관련된 동영상을 준비했다. 김성남에게 설립자 문제를 또 물었다. 아버지가 설립자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과 교육부 입장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성남이 양심에 따라 말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가 다시 엄청 혼났다. 박 의원은 장관에게 상지대 상황은 이사 해임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면서 상지대에 대한 재감사를 요구했다. 장관이 종합 감사 때까지 입장을 정해서 보고하겠다고 하자 그 전에 해달라고 재촉했다.

얼마 전까지 교문위원장이었고 오랫동안 교육위원을 지내 상지대 문제에 정통한 설훈 의원이 상지대 역사를 하나하나 거론하며 김성남에게 질의했다. 1962년 청암학원 설립, 청암학원의 설립자는 원홍묵, 1972년에 김문기 임시이사로 파견, 1974년에 김문기 청암학원 인수하여 상지학원으로 명칭 변경, 1981년에 김문기가 불법으로 설립자를 본인으로 변경한 사실 등 상지대 역사에 대한 질문 전체에 대해서 김성남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작년 11월에 다시 설립자를 본인으로 변경했다가 교육부의 행정 지도를 받고 원홍묵으로 환원한 사실까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결국 상임이사가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아는 것은 없어도 월급은 많다. 설 의원이 방정균 교수의 발언을 통해서 설립자 문제를 확인한 후 장관에게 상지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즉시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이 김성남에게 질의했다. 김문기는 사학 비리의 원흉이다. 억울합니까? 상지대는 비리 사학입니다. 억울합니까? 상지대는 족벌 사학입니다. 억울합니까? 김성남이 중언부언하며 억울하다고 대답했다. 다시 물었다. 상지대는 누구 것이냐? 안 의원은 2010년에 김문기에게 상지대가 누구 것이냐고 묻자 자기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사실을 상기키시면서 김성남에게 맞는지 물었다. 김성남은 아버지 것이라고 잘라 말하지 못했다. 안 의원은 아들을 보니 상지대가 다시 비리 사학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성남에게 김문기가 입원한 병원을 물었다. 모른다고 하다가 또 혼났다.

막간을 이용해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김성남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김문기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총장에 선임되었다, 교육부 감사가 부당하지 않냐, 김문기 퇴출 후 상지대에 문제가 많다는 등 김문기가 주로 하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대출 의원은 상지대 탈취자가 누구냐고 물었고 김성남이 우물우물하다가 좌파 세력이라고 대답했다. 당연히 야당 의원들에게 엄청 혼났다. 박대출 의원이 도움을 주려고 의도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지막 질문으로 아무 소용없게 되어버렸다. 조정식 의원이 다시 하나하나 따져물으면서 국정 감사 분위기를 추스렸다.

박주선 위원장이 김성남에게 아버지 김문기가 위중하다는데 무슨 병이고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대답하라고 다그쳤다. 결국, 안민석 의원과 유은혜 의원의 보좌관들이 김문기가 입원한 병원을 알아냈고 김문기 입원 사실도 확인했다. 그리고 즉시 현장을 방문하여 중환자실에 입원한 위중한 김문기가 아니라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외출했다가 병원으로 돌아오는 생생한 김문기를 확인한 후 동영상을 촬영하여 보냈고, 안 의원은 국감장에서 이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김문기의 위장 불출석을 질타했다. 김성남이 강조한 중환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김문기가 국회를 속이고 불출석한 것이 순식간에 들통났고 김성남의 위증까지 확인되었다.

김문기는 작년에도 작은 아들 김길남과 함께 두 차례 증인으로 채택되었고 두 차례 연거푸 불출석했다. 작년 10월 8일 국정 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불출석했다. 결국 10월 27일 종합 감사에 다시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역시 불출석했다. 김문기와 둘째 아들 김길남 모두가 이유없이 불출석하자 국회는 김길남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고 김문기는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국회 고발로 김문기는 재판을 받았으며 지난 7월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하여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에 다시 허위로 불출석했으니 상황이 간단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더구나 큰아들 위증까지 겹쳤으니 매우 심각하다.

김문기와 큰아들 김성남은 2010년 상지대 정상화를 전후해서 여야 국회의원 16명에게 무차별적으로 정치 자금을 공여한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되었으며, 김성남은 아버지 김문기가 은행장으로 있던 강원상호저축은행에 부은행장 직함을 가지고 은행돈을 유용한 것이 적발되어 역시 아버지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고 그 후 법정에도 나란히 출석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다시 아버지와 함께 국정감사 증인에 채택되어 아버지는 불출석하고 혼자 출석했다가 위증 혐의까지 더해졌으니 기구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 14일 상지대 학생들은 김문기 씨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수업거부를 결의하는 전체학생총회를 열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아버지와 두 아들, 다섯 차례나 국회 청문회에 불려간 전무후무한 사례

김문기는 과거에도 두 차례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출석했다. 지금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지만 당시는 복귀를 추진하는 유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가면 손해보지만 그 때는 나가서 복귀를 주장해야 할 상황이었다.

김문기가 열성적으로 상지대 복귀를 추진하던 시절인 1999년에 임시이사 파견 대학들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열렸다. 그러나 전날 참여연대에서 상지대 용공 조작 사건에 대한 양심선언이 발표되어 청문회 당일 전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이것 때문에 청문회장에서 김문기와 양심선언한 직원을 대상으로 대질 심문이 열렸다. 이재오 의원이 질의를 주도했다.

상지대 용공 조작 사건은 1986년 10월 14일 초저녁에 발생했다. 이 날 오전에는 국회에서 유성환 의원의 통일국시 발언이 문제가 되어 국회의원직이 떨어진 날이다. 김문기가 이사장으로 있는 상지대가 사학 비리에 항의하며 농성 중인 학생들을 음해할 목적으로 "가자 북의 낙원으로"와 같은 용공 유인물을 작성 배포하여 학생 150여 명을 간첩으로 몰아간 엄청난 사건인데, 경찰 수사 도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가 중단되면서 진실이 묻혀버린 사건이다. 학교의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묻어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13년 만에 당시 이 사건의 실무를 맡았던 직원의 양심선언에 의해 학교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김문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뗐다.

다시 11년이 지난 2010년 11월 8일에 청문회에 출석했다. 구재단 복귀를 허용한 상지대 정상화 문제를 둘러싸고 상지대 사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국회가 김문기와 사분위원장을 출석시켜 상지대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는데, 여기서도 김문기는 스스로 설립자를 자처하며 상지대를 자기 것이라고 우겨 논란을 빚었다. 설립자, 사재 출연, 모함, 무죄, 좌파 교수 등은 김문기가 자주 하는 말이다. 사실이 아닌 것도 여러 번 반복하면 사실처럼 된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아는 것 같다.

김문기는 상지학원에 임시이사로 파견되었다가 권력의 힘을 빌어 대학을 무상으로 인수한 후 이사장이 되어 사학 비리를 저지르다가 구속되었다. 다시 부패 권력의 힘을 빌어 복귀해서 총장에 선임되었다가 지난 7월에 해임당했다. 이 와중에 잠시 둘째 아들 김길남이 이사장을 지냈지만 교육부가 연임을 거부했다. 둘째 아들을 대신해서 큰아들 김성남이 상임이사가 되었지만 국정 감사 청문회에 불려와 위증 혐의를 얻어 걸친 상황이 되었다. 아버지와 두 아들이 다섯 차례나 국회 청문회에 불려간 전무후무한 사례는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 비리 사학 족벌 사학의 업보가 아버지와 두 아들의 삶을 통째로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나 있을까?

이날 교육부 국정 감사장에는 수많은 증인 참고인들이 출석했다. 상지대 사태 외에도 사분위, 대학 평가, 중앙대 사태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았다. 그러나 상지대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남과 불출석한 김문기 문제가 청문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다른 증인들에게 할애된 시간은 극히 적었다. 그러나 증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칭찬받기 위해 증인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으니 김문기와 김성남에게 집중된 청문회가 이들에게 뜻밖의 호재였을 것이다.

교육부에서 진행된 국정 감사 청문회 풍경은 상지대 사태가 교육 영역에서 얼마나 폭발력이 큰 현안인지를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켜 주었다. 교육부 장관이 10월 8일 종합 감사 전까지 상지대 사태 해법을 마련해서 보고한다고 했으니 한 번 더 폭발할 기회가 예정된 셈이다. 이날 김문기가 다시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더욱 크게 폭발할 것이다. 물론 김문기는 안 나올 수도 있고 국회 역시 더는 김문기를 국회로 부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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